구세군 자선냄비 채우고, 소외된 이웃과 나누며 행복하길

불과 몇 해 전만해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성탄트리가 장식되고, 거리마다 캐럴이 흘러나오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표정을 밝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하나 둘 소리가 사라지고 내 갈 길만 바빠지면서 삭막한 12월이 된 느낌이다.

노원구 하계동의 한 단체는 서로를 돌아보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는 취지로 수년전부터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마을공원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이다.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라는 의미다. 탄생일을 다르게 보는 해석도 있지만 보통 12월25일을 크리스마스 데이, 그 전날 밤을 크리스마스 이브라 부른다.

기독교인 여부를 떠나 크리스마스는 지난 2000년 넘게 인류 최대 축제의 장으로, 문화로 자리매김해왔다. 풍요로운 수확이후 한 해 수고한 서로를 위로하며, 내년을 기대하는 한 달여간의 기간은 평안함과 숙연함, 감사를 누리는 때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친 이들을 돌아보고 선물을 나누며 함께 먹고, 즐기고, 축복하는 기념일이다. 크리스마스는 분명 인간의 저 깊은 내면을 움직이는 ‘정신’이 드러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사랑의 모금 온도계,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사랑, 평화, 나눔, 기대, 동심의 표현이다. 헨델의 ‘메시아’는 12월의 대표적인 곡이지만, 수많은 캐럴 역시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백하고 싶고, 나누고 싶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크리스마스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던 구두쇠 영감 스크루우지가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나만 바라 볼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지만,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할 때 진정한 사랑과 평화를 경험하게 된다.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한 전장에서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캐럴을 따라 부르며 잠시나마 치열한 전투의 공포를 잊고 평화가 공존했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년 간 양적 경제성장에 치중하면서 엄청난 발전을 거뒀다. 그러나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챙기는 살벌한 경쟁시대를 겪으며 사회는 메마르고, 빈부격차는 커지면서 혼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잊어버렸다.

이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물질 소유의 넉넉함이 행복을 준다고 착각하며 살던 개인들이 우리와 이웃을 돌아보길 기대한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고 있는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준비돼있다. 나 보다 우리를 생각하며 물질을 나누자. 바쁘게 달려가던 발걸음을 천천히 하고 도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자. 잊고 있던 정신을 되살리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물질의 일부는 다른 이들에게 나누기 위해 대신 보관하던 것일 수 있다. 나눔이 행복이다. 크리스마스의 계절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