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확산 경로, 전염 가능성 검토 없이 살처분과 포획 남발

동물자유연대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야생멧돼지 학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가 포획된 야생 멧돼지에 발로 차고 칼로 찌르는 등 학대한 수렵인을 고발하고, 정부의 포획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동물자유연대는 17일 청와대 앞에서 ‘마구잡이 멧돼지 포획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살처분과 포획 등 ‘동물을 죽여 막으려는’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포획을 빙자한 동물학살을 중단하고 합리적 방역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수렵인들이 완전히 자라지도 않은 새끼 멧돼지를 둘러싸고 수차례 발길질을 이어갔다.

새끼 멧돼지는 총에 맞은 듯 하반신이 피로 물들고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망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발길질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멧돼지의 뒷덜미를 잡아 대검을 이용해 목을 찔렀으며, 즉시 숨이 끊어지지 않은 멧돼지는 몸을 뒤척이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렇듯 잔혹한 포획과정도 문제지만 수렵인들이 이를 통해 국가로부터 포상금을 받는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올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환경부는 11월 4일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신고제도 운영 및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에 따라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거나 걸렸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장소 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이 우려되는 특정 시기에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멧돼지 포획을 허가받아 포획 후 신고한 자에게 마리당 포상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가 포획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10월15일부터 12월10일 현재까지 3만5541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죽여서 막으려는’ 방역정책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질병의 확산 속도와 경로, 전염 가능성 등 과학적 근거와 고민 없이 살처분과 포획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방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관리실태는 표면상 내세운 ‘방역’이라는 목적과 괴리가 있다.

‘신속함’만을 강조하며 무분별하게 살처분을 진행했지만 사후 인력과 현장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체들로부터 나온 피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사단이 나기도 했으며, 포획한 야생 멧돼지 사체를 제대로 처리 하지 못해 현장에 방치하거나 이를 취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환경부를 향해 유해조수 및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 포획과정에서의 기준 및 윤리규정의 수립을 요구하는 동시에 농림부를 향해서는 과학적 근거하지 않는 일단 죽이고 보자는 방역정책의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멧돼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수렵인들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16일 성동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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