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진행에도 COP25 시장메커니즘 협상 불발

지난 20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국제관에서 기후변화센터ㆍCSDLAPㆍ고려대학교 세지연 국제기후해양거버넌스센터의 공동주최로  ‘COP25결과와 향후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홍나현 객원기자>

[고려대=환경일보] 홍나현 객원기자 = 신기후체제의 시발점인 파리협정의 채택 이후 약 4년이 흘렀다.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제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2019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협상단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지난 20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국제관에서 기후변화센터와 CSDLAP, 고려대학교 세지연 국제기후해양거버넌스센터의 공동주최로  ‘COP25결과와 향후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선 COP25 협상단으로 참여했던 참가자들과 국내 이해관계자들이 후일담을 나눴다.  

세미나의 1부는 ‘파리협정 제 6조와 개도국협력’이라는 주제 하에 여러 전문가들이 파리협정 6조 이행규칙 협상의 불발 원인을 진단하는 발제로 채워졌다. 2부 토론 세션에서는 COP25 이후 변화한 상황에 대한 각계의 대처방안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COP25의 최대 목표는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 완성이었다. 그 중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국제 거래에 대한 접근법’을 다루고 있는 6조 협상의 타결로, 주된 쟁점인 △수익금 배분(SOP)문제 △교토 메커니즘 전환 △이중계산 방지, △전 지구적 점진적 감축 이슈가 논의됐다.

하지만 다양한 쟁점사항이 맞물려 COP25는 ‘25년의 UN기후변화협약 역사상 최장기간 진행된 회의’, ‘Rule16(미확인 의제는 차년도 회의로 넘어간다는 규칙)이 최다 적용된 회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치열한 공방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6조는 결국 불발됐다.

기조연설에서 발언하는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홍나현 객원기자>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역대 가장 심각한 위기인 기후변화의 개선을 위해 오랜 시간 논의했으나 공든 탑이 무너졌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것처럼, 신기후체제는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국제사회의 흐름이며 계속 추진하다 보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각국의 정치적 의지 부족

6조의 불발 원인에 대해서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환경부 기후전략과 최용식 사무관은 “파리협정 자체보다 6조에 대한 이행규칙을 채택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라며 그 원인으로 당사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꼽았다.

이에 대해 유 대사는 “6조의 쟁점은 기술적정〮치적으로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의지의 결여로 타결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 정치적 쟁점문제가 두드러졌다. 개도국은 pre-2020 목표의 이행을 강조하며 선진국의 과거 감축 및 재원 공약 달성을 평가하는 2년 단위 작업 프로그램 설립을 강하게 주장했다면, 선진국은 post-2020을 외치며 앞으로의 감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협상장에서 논의되는 의제들은 긴밀하게 얽혀 있어 각 의제의 타결 여부는 다른 의제에 영향을 미친다. 

유 대사는 “파리협정 6조 세부이행규칙의 타결 여부는 13조 투명성 체계 이행규칙의 후속 협상작업, 5조 REDD+등의 의제 와도 연관이 되면서 기존의 논의도 중단시켰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모든 당사국들은 난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서용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정치적 해결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UNFCCC의 속성과 6조의 거버넌스적인 속성을 고려해봤을 때, 이번 COP25에서는 정치적인 해결방안에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표자를 파견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발제 이후 '파리협정 제 6조와 개도국협력'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홍나현 객원기자>

기업의 리스크 관리 필요

6조가 불발됨에 따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국내외 여러 사업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사업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토의정서의 시장메커니즘체제 하에서 청정개발사업(CDM)을 진행하고 있던 사업자들은 6조 협상이 불발됨에 따라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4.5%는 해외부문에서 감축이 이뤄질 예정인데 이는 6조 세부이행규칙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며 "기업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 방안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는 전문가들의 토론과 기업ㆍNGO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먼저 정 교수는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과 해외 전문가들의 시선이 상이함을 인지해야 한다”며 “기업은 UNFCCC의 실제 협상문서와 동향을 꼼꼼히 살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덕우 GTC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정량적 성과지표의 마련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라며 "기업은 수익창출 유인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큰 사업은 시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선임연구원은 "CDM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족했다"며 "파리협정의 시장메커니즘 협상이 불발되며 관련 논의가 멈춰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CDM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정량적 성과지표를 제시해 비즈니스적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을 상기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UNOSD 선임개발관리 정은해 전문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잘 산다’는 뜻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기업과 국가 모두 재고해야 한다”며 파리협정과 지속가능한 삶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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