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지구를 생각하는 1월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만약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80%를 20명이 사용하며, 12명만이 컴퓨터를 가진 행복한 사람들에 속한다. 이처럼 편리하게 사는 우리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준 교사는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친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등 기후행동을 주제로 한 학교축제를 열고, 환경 감수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의 수업이 교실 내에서 멈추지 않도록 교실 밖과 연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에는 매월 환경기념일이 있다. 각각의 기념일에는 환경·생명·여성·인권·평화·복지·노동의 개념을 담겨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달 1월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올 한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지구호’를 타고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선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

수많은 사람은 자원과 공간이 한정된 ‘지구호’를 타고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이 여행이 지속하려면 지구호에 탄 사람들 모두가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매우 아껴 쓰려는 노력으로 지구호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두의 욕구는 줄이고 최대한 절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게 바로 지구호에 탑승한 지구인의 윤리이다.

현재 지구의 나이는 46억살, 이곳에서 우리는 온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를 ‘대지의 어머니’라 부른다. 그런 지구는 어머니로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함이 틀림없는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2016년 생태자원 소비 수준을 반영한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자료출처=GFN>

1972년 로마클럽의 연구에서 발표한 성장의 한계는 인류의 멈출 줄 모르는 경제성장이 지구 생태계에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가 지구의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들어서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지난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7월29일로 계산했다. 지구의 재생력보다 1.75배 많은 자원을 인간이 소비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의 초과일은 4월10일이다.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3.7개가 필요한 것이다. 세계 경제 12위의 한국도 이제 환경 선진국의 충분한 책임을 다할 때가 됐다.

지난해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는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했다. <자료출처=기상학자 빌 맥기븐 트위터>

알다시피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자원과 에너지의 과다한 소비로 인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지구의 기후와 환경문제는 집, 학교, 직장을 막론하고 전 지역에서 모든 이에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환경 이슈 몇 가지만 보더라도 기후위기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지구는 더 뜨거워졌고, 이산화탄소는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했다.

북극에서 러시아까지 먹이를 찾아 3700km를 내려온 북극곰, 브라질과 호주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 유럽의 폭염과 이탈리아의 폭우······. 그리고 한국은 미세먼지, 오존, 플라스틱 산과 라돈 침대 처리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출처=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이러한 기후와 환경위기 시대에 지구인들은 삶, 교육과 정치에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줄여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삶은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또 지구인들은 정부에 책임 있는 변화를 요구하며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이어갔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기후행동을 통해 환경교육을 받을 권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대안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The Right Livelihood Awards, 바른생활상재단)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세계의 환경교육도 살펴보자. 잉글랜드 노스오브타인 지역에선 기후변화 교사를 모든 국공립학교에 한 명씩 배치해 환경교육을 의무화한다. 이탈리아도 모든 초중고에서 주당 1시간씩의 기후변화 교육을 시작한다. 핀란드와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반면 한국의 환경교육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996년부터 환경교육 전문 인력이 양성되기 시작했지만, 현재 환경교사는 멸종위기 상태이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기후·환경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하고 행복경제 개념인 ‘웰빙경제’를 채택했다. 웰빙경제는 정책 중심을 환경과 웰빙에 두고 사람 중심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 공동의 집인 생태회칙에 이어 생태에 대한 죄악을 가톨릭 교리에 신설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기후·환경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하고 행복경제 개념인 ‘웰빙경제’를 채택했으며, 국제사회에 시급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웰빙경제’는 유럽 모든 나라의 정책 중심을 환경과 웰빙에 두고 사람 중심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경제정책과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이유에서다. 또 미국 뉴욕, 캐나다, 호주 시드니,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도 기후·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제 기후변화에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얼마나 많은 지역과 국가, 사람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동참하는가가 중요하다. 물론 에코백과 텀블러를 들고 혼자 하는 실천은 외롭겠지만, 함께하는 실천이라 생각하면 아주 즐겁고 뿌듯해진다.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 공동의 집에서 우리 모두 타자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북극곰과 펭귄 그리고 환경난민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도와주려는 우리 선한 본성의 천사를 찾아 지구를 생각해 보는 1월이 찾아왔다.

1월에는 지구호에 탑승한 지구인의 윤리인 기후천사가 되어보자.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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