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협의체,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대책 서둘러야

작년 11월 호주에서 일어난 산불이 그치지 않고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건조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매년 이맘때면 발생하는 자연산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그 정도가 너무 심한 상태다.

강풍과 고온으로 인해 약 4만㎢의 지역이 화재 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서울의 약 70배에 달하는 막대한 면적이다. 20여명이 화재로 사망했고, 건물 약 1500여 채가 불에 타버렸고 실종자 수는 제대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호주 남동부 지역 뉴사우스웨일스주 사우스코스트 인근 300㎞ 해안지역에는 관광객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최근엔 인접국 뉴질랜드까지 영향을 미쳐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면서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기도 했다.

화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번 산불의 근본원인은 기후변화이며, 호주 정부가 전세계 석탄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석탄산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수의 세계적 석학들은 앞으로 10년 내 지구상의 가장 큰 난제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대재앙을 막으려면 10년 안에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탄소 경제,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고 기후변화를 극복하며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후변화를 대비하지 않다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예기치 못했던 집중강우가 계속되면서 강 인근에 입지한 공장들이 침수될 수 있다.

광범위하게 확산된 오염물질을 걷어내기 위해 보험사에 연락해보지만, 엄청난 보험금을 감당치 못해 보험사들은 파산하고,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설상가상 대출 은행들은 기업들의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기후변화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면 이런 도미노 현상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영화·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시나리오가 유럽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심각하게 다뤄져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어떻게 재무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하는 논의였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하로 유지할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금융기관들 또한, 이에 발맞춰 2017년 녹색금융협의체(NGFS, Network of Greening Financial System)를 만들어 기후변화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에 착수했다. 54개 중앙은행과 감독기구들이 참여중이며, 한국은행도 2019년 11월 가입했다.

NGFS는 작년 4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같은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CFD,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를 제언했다. 바야흐로 금융제도를 통한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는 이미 기후변화 위험을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고,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 및 산업계는 아직도 기후·환경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해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금융규제라는 큰 파도가 몰려오는데 우리 금융시장은 아직도 너무 여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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