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조사도 안하고 인과관계 없다며 섣부른 면죄부” 비판

[환경일보] 검찰이 라돈침대 제조업체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자 환경단체들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 피해조사와 대책을 방치한 검찰 및 당시 정부와 유사한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라돈침대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8년 5월 라돈침대가 언론에 보도된 후 6월경 라돈침대 사용자 중 폐암이나 갑상선암 등의 진단을 받은 피해자 180여명이 제조사와 국가(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형사 고소했다. 그 후 1년 6개월 동안 서울서부지검의 피해자 조사는 단 1명(폐암환자)에 그쳤다.

시민단체들은 “제품제조 과정의 관리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식약처 등 유관기관의 의견만을 참조해 1월3일 제조사와 국가(원안위)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비판했다.

2018년 6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가 방독면과 방진복을 쓴채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등 방사능이 검출되는 생활용품의 안전문제에 대한 정부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라돈은 WHO 인정 1급 발암물질

검찰은 불기소 처분 이유에 대해 ‘라돈침대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폐암은 라돈흡입 외 직업환경적요인, 식습관, 유전, 체질 등의 다양한 발병요인이 있는 비특이적 질환이며 갑상선이나 피부질환 등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가 세계적으로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인 2011~2015년 박근혜 정부와 검찰은 피해조사 및 대책을 방기했다는데, 문재인 정부 역시 라돈침대 사건에 대해 침대만 겨우 회수하고 아무런 피해조사도 하지 않고 방기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부터 무엇을 배운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폐암이 비특이성 질환이라 라돈침대로 인한 폐암발병에 대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라돈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이미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오래전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라돈침대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해 정부가 사태를 너무나 안이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입증을 못하고 있는 것이지 입증이 안 됐다거나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라돈침대 노출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한 역학조사나, 동물실험 등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라돈침대로 인한 건강피해가 입증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섣부르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라돈침대 피해자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찬반 여부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 건강영향조사 필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달리 국민들은 라돈침대 사용자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라돈침대와 관련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4.4%가 라돈이 검출된 침대 사용자에 대한 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반대는 13.4%에 그쳤다.

적절한 피해조사도 하지 않은 검찰이 섣부르게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인 것이다.

또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라돈침대 등 방사능에 오염된 생활용품의 소비자피해 문제의 책임이 국가 또는 제조사에 있다고 보고 있다.

라돈침대 등 방사능 생활용품 소비자피해 책임소재에 대한 응답을 살펴보면 ▷정부와 제조기업 공동책임 44.7% ▷제조기업 책임이 가장 크다 35.9% ▷정부책임 가장 크다 14.8% ▷소비자 책임 가장 크다 2.6% 순으로 나타났다.

라돈침대의 책임소재에 대한 설문 결과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아울러 광고표시법률 위반에 대한 불기소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제조업체는 방사능물질을 사용한 제품임에도 친환경, 건강기능성 제품으로 정부 인증을 받아서 음이온이 나오고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등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광고에 사용했다.

만약 모나자이트라는 방사선물질이 사용되고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방출되는 침대임을 알았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제품에 사용된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오히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과대포장 해 소비자를 현혹시켰기 때문에 광고표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