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생각 공유하고 공감대 형성으로 사업 결정
세계 최초 ‘차 없는 도시’, 대한민국 지자체 모범사례

[환경일보] 이재준 전 수원시 부시장이 지난 5일 ‘노무현, 문재인의 정책설계사 – 이재준의 뚜벅뚜벅’ 출판기념회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학자로서 20년의 연구와 행정가로서 5년을 경험한 이재준 전 부시장이 발간한 책 속에 담긴 행정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책 부제가 ‘노무현-문재인의 정책설계사’인 것이 인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우선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는데 학계의 추천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관리’에 관한 법 제정에 참여했다. 또한 현재 국토개발에 관한 최상위 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입을 논의하며 법률의 방향과 세부내용을 연구하고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도시정책은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의 세종시 기틀을 마련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재준 전 수원 부시장이 지난 5일 ‘노무현, 문재인의 정책설계사 – 이재준의 뚜벅뚜벅’ 출판기념회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또한 부위원장이었던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위원회’는 현재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주민참여 도시재생 정책 사업과 마을 만들기 원형의 모태가 됐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포용국가,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등 도시정책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바로 내가 주장한 사업이다. 당시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촛불 정부의 도시정책은 이전 정부와 달라야 한다고 설득했다. 결국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내 삶을 바꾸는 100대 국정과제’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됐다. 학자와 정책설계사로서 주장해왔던 포용도시, 스마트도시 등이 모두 문재인 정부 도시 정책의 어젠다가 된 것이다.

이재준 前 수원 부시장

Q. 과거 경력 가운데 수원시 부시장으로 일한 5년을 빼놓을 수 없다.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으며,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무엇이었나

A. 수원시 부시장 5년은 학자로서 20년간의 연구 경험과 시민사회의 활동 경험을 현실 행정에 충분히 실현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혹자는 전국 최장수 부시장이라고도 하는데, 수원시 부시장으로 재직한 5년 동안 ‘지속가능한 수원’, ‘거버넌스 수원’, ‘환경친화적인 수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이 우선순위인 도시혁신을 위해 시민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대 형성을 통해 사업을 결정했다. 시민들과 함께 대규모 개발은 보류하고 꼭 필요한 사업만 발굴한 결과 수원컨벤션센터, 수원산업단지, 수원역 환승센터 등을 건설했다.

주민이 참여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바꾸는 ‘거버넌스 수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구를 운영했는데 그중 ‘마을 만들기’와 ‘도시정책 시민계획단’은 가장 보람되고 성공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현재도 지속적으로 확산돼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특히 도시정책 시민계획단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모범사례로 등재된 바 있다.

생태교통폐스티벌에 참여한 이재준 전 부시장

Q. 친환경도시정책가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추진했던 정책 사례를 꼽는다면

A. 제2부시장 시절, 여러 가지 친환경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가장 큰 성과를 낸 것은 ‘환경친화적인 수원’을 만들자는 정책이다. 민간에 팔릴 뻔한 수원시민의 단골 소풍 장소이자 아이들의 놀이터 농진청을 중앙정부를 찾아가 담판을 지어 무상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했다.

미완성인 수원천 복원, 광교산과 칠보산의 등산로와 산림 복원, 시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영흥수목원’과 ‘일월수목원’ 등 도시공원을 확대했다. 그리고 2013년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추진하면서 세계 최초로 ‘차 없는 도시’를 만들었다. 페스티벌에는 75개국 1250개 도시가 참가했고 1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정책들은 대한민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는 좋은 선례가 됐고, 덕분에 대한민국 지속가능한 도시대상, 정책대상은 물론 UN 해비타트(Habitat) 대상을 받는 영예도 얻었다.

주민이 참여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바꾸는 ‘거버넌스 수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구를 운영했다. 수원시 시민기획단과 함께 한 이재준 전 부시장.

Q. 20년간 도시정책 전문가로 살아왔고, 5년은 행정가로서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을 했다. 지속가능한 도시 그리고 앞으로의 도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가 제 평생의 명제다. 평생을 이 명제를 생각하며 학자의 길 행정가의 길 정치가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는 도시의 주인인데, 과연 그 권한에 맞는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사람이 만든 도시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삶이 바뀌면 결국 사람이 바뀐다. 우리는 도시의 주인답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결정하고, 실천해야 하고, 주인임을 각성해야 더 나은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포용 도시이다. 이제 도시는 과거의 도시개발 프레임에서 벗어나 도시혁신을 해야 한다. 확장하고 고치는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교육·복지·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도시, 모두를 위한 도시가 바로 내가 꿈꾸는 도시 이자 바로 지속가능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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