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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진 않아요”정의당-아동단체, 민법 ‘징계권’ 조항 삭제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열어

1958년 제정된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
‘때려서라도 가르칠 수 있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 뒷받침

부모의 징계권 허용하면서 아동 폭력 근절할 수 없어
‘징계권 조항 삭제’ 아동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출발점

아동학대예방 홍보 포스터 <자료제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환경일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관대하게 여겨온 체벌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아동단체들과 정의당이 민법 내 명시된 친권자의 징계권에 대한 삭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 주요 아동단체 굿네이버스와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3개 아동단체)과 정의당은 13일 오후 2시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민법 ‘징계권’ 조항 삭제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을 하루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1958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 없는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이르고 있어, 훈육 과정의 징계라는 이름으로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아동단체 3곳과 정의당은 13일 민법 ‘징계권’ 조항 삭제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추혜선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요즘도 사석에서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당연시 해왔는지 보여주는 말”이라며, “여기에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순종시키기 위해서는 폭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이런 굴복에 더욱 약한 존재가 지금 함께하는 어린이이고, 부모 또는 친권자에게 폭력으로 다스려질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 자녀를 종속 관계로 보는 민법 제915조 항은 폭력으로 자녀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구시대의 유물이며, 민법 913조에 이미 ‘친권자는 자(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라고 이르고 있어 보호자는 체벌 없이도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 체벌이 아닌 이해와 설득, 토론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다운 사회로 만들 것”이라며, 민법 제915조의 삭제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 대표 최서인 학생 <사진제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 대표 최서인(만 13세) 학생은 “맞는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징계권 조항에 대한 논의에서 어른들의 의견만 듣지 말고, 아동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며 징계권 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지지 발언에 나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창표 부회장도 “가벼운 체벌에서 시작한 행위가 극심하고 잔혹한 학대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는 민법 915조의 삭제는 이제 더 이상 미뤄서도 안 되는 필수 불가한 국가의 당면과제”라며 힘줘 말했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은 “부모에게 징계권을 허용하면서 아동에 대한 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위해 민법 징계권은 삭제돼야 하며, 민법 개정을 위해 법무부와 복지부, 국회가 이제라도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전했다.

김웅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은 “법 개정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적인 인식 개선인 만큼 정부는 민간단체와 함께 아동 체벌금지 및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등을 강화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밟지마세요, 지켜주세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사진제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2019년 학부모와 초중고생 자녀 2187가정을 연구 조사한 아동권리현주소에 따르면 체벌 경험이 있는 아동 15.3%가 ‘평소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한다’고 답했고, 28.7%가 ‘슬프고 우울하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체벌에 대한 이유를 납득하는 자녀는 37%에 불과해 부당한 체벌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ChildFund Alliance) 국가와 함께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아동폭력 옹호사업(Child Friendly Accountability)을 진행하며 아동 스스로 아동 폭력의 심각성을 알려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7월 뉴욕에 위치한 UN 본부에서 진행한 ‘아동폭력 근절을 위한 전 지구적 협력 방안 모색(Building Momentum: working together for all children to live free from violence)’ 회의에 참여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체벌에 대한 참상을 알린 바 있다.

이창우 기자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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