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안전과 법절차 무시하고 주먹구구식 해체공사 진행

석면(asbestos)은 규산 화합물로 직경이 0.02 ~ 0.03 μm 정도이며, 열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약산성으로 건설, 자동차 제조 및 가정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됐다.

20세기 이후 석면은 뛰어난 단열성, 내열성, 절연성 등의 물성과 값이 싼 경제성에 힘입어 건축 내외장재와 공업용 원료로도 널리 사용됐다.

그런데 석면이 폐에 흡입되면 폐암 등의 악성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석면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석면사용이 금지됐다.

호흡에 의해 석면이 인체에 흡입될 경우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등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1987년부터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1억 2천 5백만 명이 석면에 노출돼있고, 연간 9만여 명이 석면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는 1970~1990년대 석면을 집중 사용해 석면에 의한 직업성·환경성 건강피해가 급증할 우려가 있어 2007년 전 부처가 참여해 석면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2009년부터는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건축물의 안전한 관리와 철거, 폐석면의 적정처리 등 환경보건분야 석면관리정책을 추진 중이다.

석면피해구제법, 석면안전관리법 등이 제정돼 시행중이며, 2022년까지 ‘제2차 석면관리 기본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보다 철저한 석면 비산 방지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석면해체사업장 감리인 지정제도도 시행중이다.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공공건축물, 학교, 다중이용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노인 및 어린이시설은 건축물 석면조사를 의무 시행하고, 관할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역주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의 관리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1만2000여 세대에 달하는 큰 규모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강동 둔촌 재개발 공사 현장의 경우는 석면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노동자들은 물론, 재개발 현장 인근 학교 학생들의 건강 피해도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면해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은 방관하고, 강동구는 제대로 된 감리보고서도 없이 ‘조건부 착공계’를 내줬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공사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들을 무시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동 둔촌 재개발 현장에는 석면이 40% 섞여 있는 개스킷만 1만2000개에 달하는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나뒹굴고 있다.

이 막대한 양의 캐스킷은 지하의 낡은 상하수도나 보일러 배관 사이 이음새로 사용되던 것들로 이를 해체하려면 개스킷만 잘라서 밀봉해 옮긴 후 밀폐된 상태에서 따로 해체해야 한다.

석면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지자체의 오만함과 경제적 가치만 높이면 된다는 식의 일부 주민들의 욕심이 비정상적인 석면해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불특정다수의 주민과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자체가 정말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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