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배달의민족과 2‧3위 요기요‧배달통 업체 기업결합 신청
소상공인, 자영업자, 배달노동자 권리 일방적 침해 우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2‧3위 업체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결합하게 되면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독점구조가 만들어진다.

[환경일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2‧3위 업체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 시민단체들이 배달앱 시장 독점에 따른 우려를 표명했다.

이미 두 기업이 배달앱 시장의 99% 가량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들은 수수료와 광고료, 배달료 책정 등에서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생본부는 16일 국회에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DH) 기업결합을 계기로 본 배달앱 시장 거래실태 및 상생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추혜선 의원은 개회사에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현재)과점 시장에서도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한 사업자가 배달앱 시장 전체를 사실상 지배할 경우 어떤 불공정에 맞닥뜨릴지,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빠짐없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나의 기업이 배달앱 시장의 99% 가량을 점유할 경우 이 산업에 과연 경쟁이 남아날 수 있는지,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질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 절반은 서면기준 없어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5월 공개한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점 506개사 중 51%가 할인‧반품‧배송 등과 관련한 서면기준이 없어 배달앱 측과의 계약관계에서 위험과 책임을 떠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비(非) 프랜차이즈업체와 영세업체들의 경우 3곳 중 2곳(64.1%)이 서면기준이 없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형락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부장은 “배달앱에 입점한 소상공인이 배달앱 플랫폼 사업자와의 거래 관계에서 불공정 거래 관계에 놓여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018년 1월 음식점 등 배달앱 이용가능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배달앱 서비스 전체 지출비용은 월평균 83만 9000원이었으며, 이 중 배달앱 광고서비스 비용이 월평균 40만 4000원이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매출을 고려할 때 이런 비용 지출은 상당한 것”이라며 “문제는 배달앱 3사의 시장점유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독과점 시장이라는 점으로, 이들의 가격정책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소상공인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차남수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배달앱 시장은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오프라인 시장보다 더 무서운 독점시장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유니콘 기업을 위해 700만 소상공인을 모두 내던지는 결정을 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노동법 권리 전혀 보장 안 돼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라이더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계약하고 있어 현재 배민 라이더는 노동법 상 권리를 단 하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라이더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계약하고 있어 현재 배민 라이더는 노동법 상 권리를 단 하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현 기획팀장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밤 9시에 다음날 수수료를 공지하는 ‘매일 변동’ 수수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기존 3개월 단계로 근무계약을 맺던 라이더스들에게 매월 새로 근무계약을 체결하는 ‘쪼개기 계약’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교현 기획팀장은 “이처럼 배민에서 라이더 근무조건을 수시로, 일방적으로 바꿔도 개별 라이더가 대항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며 “배민의 라이더 수는 주요 배달중개기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장된 만큼, 배민의 라이더정책은 배달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한 후 출구전략으로 M&A가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지금의 배달앱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며 “이 정도의 독과점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배달앱 독점 강화로 비용이 증가하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우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기업결합으로 인한 사업혁신 등의 긍정적 효과와 경쟁제한의 부정적 효과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면밀히 살피는 과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는 “배달앱 시장을 관련 시장으로 획정할 경우 (기업결합 시) 3개 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기게 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추정된다”며 “기업결합의 승인요건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플랫폼 시장에서의 혁신 증진 등의 효율성이 기업결합의 폐해를 능가한다는 비교분석을 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혁신기업이 새로운 혁신시장을 창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하더라도, 기업결합과 같은 시장의 독점화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후발 혁신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나 계속적인 혁신도 정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규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장은 “기업결합 신청이 접수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해 11월 출범한 (공정위 내) ICT 태스크포스(TF) 플랫폼분과에서 배달앱의 불공정 행위 문제를 좀 더 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배달노동자 문제와 관련 안 과장은 “특고지침을 맡고 있는 부서에 내용을 전달해 함께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군산시, 공공 배달앱 추진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정위의 엄격한 기업결합심사와 함께 공공 배달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호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조직본부장은 “독과점 상태의 배달앱 시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선택지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각 지역의 요구에 맞는 공공 플랫폼 사업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환 인천서구상인협동조합 이사장도 “이미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플랫폼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배달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라고 해도 (해당 플랫폼 입장에선)들을 이유가 없다”며 공공 배달 플랫폼을 위한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군산시에서 수수료와 광고료를 없앤 군산시 공공 배달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배달앱 운영사들에 수수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동시에, 각 지자체들에서 추진하고 검토 중인 공공 배달앱 사업을 어떻게 간접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