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LEDS 기획⓵] 대한민국의 저탄소 사회비전을 그리다

기후변화 문제··· 더 이상 미래 문제 아닌 현재의 위협
온실가스감축목표 10년史 한국, 결과는 7억톤 돌파
정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연내 도출 예정··· 실패 딛고 나아가야

지난 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지금까지 1000만ha을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산불. <사진제공=그린피스>

기후위기, 내일의 문제에서 오늘의 위협으로

[환경일보] 오동재 객원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지구를 덮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됐던 호주 화재는 5개월째 지속되며 남한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1000만ha의 삼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재는 아직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인 캔버라로 번지는 중이다. 그간 호주에선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했다. 아직 진화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다. 학자들은 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의 지속과 건조한 기상조건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11월 기록적인 대홍수로 도시의 75%가 물에 잠겨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강풍 등 열대성 기후 현상의 증가를 이번 홍수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018년 한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 수(4526명)는 2017년(1574명) 대비 3배가량 급증했고, 최소 48명이 숨진 것으로 기록됐다. 작년 겨울 강원도를 덮쳤던 대형 산불도 마찬가지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폭염으로 인해 봄철 집중됐던 산불이 겨울과 여름에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2018년 발간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페널)의 1.5°c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전지구적 평균온도가 이미 1°c 가량 상승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c 목표를 지키기 위해선 앞으로 약 420기가톤(Gt)의 온실가스만을 배출해야 한다. 매해 40기가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하면 급박한 상황이다. 독일의 연구기관 MCC는 현재의 배출추세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8년이라고 제시했다.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지 못했을 때 늘어날 자연재해는 지금까지의 피해들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2005~2015년 북반구 여름철의 평균온도가 1951~1980년에 비해 0.7°c 상승하자 평년보다 기온이 3°c이상 높은 이상기온현상의 발생빈도가 0.1%에서 14.7%로 147배 증가했다”며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지 못했을 때 인류가 겪게 될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 우려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기후변화 대응 논의도 국제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4일 폐막한 2020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연례총회 다보스포럼에선 기후변화대응이 주요 어젠다로 다뤄지며 이목을 끌었다.  포럼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되는 것은 지구가 아닌 인류”라며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들은 하루빨리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포럼이 개최되기 이전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리더쉽이 지금보다 더 절실했던 적은 없었다”며 포럼 참석자들에게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배출 넷제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온실가스감축목표 10년史 대한민국, 결과는 기후변화대응 낙제점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은 어떨까. 온실가스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선언한지 10년이 지났지만, 많은 비판을 받는다. 26일 기후행동추적(CAT, Climate Action Tracker)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한 수준이다. 이는 최저등급인 미국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중국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등과 같은 등급이다. CAT는 “한국 정부는 여전히 석탄 화력 발전의 폐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아직 증가추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14백만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세운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은 감축목표를 따라가기보단 배출전망치(BAU, 감축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 추정치)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료=환경부 통계 참고, 그래픽 구성=오동재 객원기자>

 한국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첫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202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0%를 줄여 5억4300만톤만 배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감축목표는 이내 후퇴했다. 파리협정의 감축목표(NDC, 국가간 기여방안)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2020년 감축목표를 사실상 철회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BAU대비 37%를 줄여 5억3600만톤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국내배출 목표는 6억3200만톤으로 설정하고 9600만톤을 해외감축분으로 상쇄하겠다고 밝혀 2020 목표보다 목표배출량이 늘어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온실가스감축로드맵을 수정하며 해외감축분을 줄이고 국내배출목표를 강화해 2030년 5억7430만톤을 배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2020년의 배출목표보다 높은 배출량을 2030년 배출하겠다고 목표를 만든 상황이다.

작년3월 발족한 저탄소비전포럼은 9개월간 숙의과정을 거친 후 포럼(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환경일보DB>

2050 저탄소 비전 연내 도출 예정

정부는 현재 새로운 감축목표를 설정 중이다. 2050년까지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말 국제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050 LEDS는 지금까지의 감축목표와는 다르다. 이때까지의 감축목표가 11년 뒤(2009년 설정된 2020목표)와 15년 뒤(2015년 설정된 NDC)를 내다봤다면 2050 LEDS는 30년 뒤 한국사회가 배출할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더불어 파리협정의 1.5°c-2°c 온도목표에 부합하는 목표를 제출해야한다.

전문가들은 2050 LEDS가 논의된 이유로 “한국처럼 온실가스가 증가추세인 국가들이 장기적인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 꼽는다. 최재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2050 LEDS는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나라들이 파리협정의 1.5c - 2c 목표에 맞는 장기 사회구조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라며 "배출정점 예측이 어렵고 단기적인 감축이 힘든 한국과 같은 나라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EDS는 감축목표라기보단 비전에 가깝다"며 "한국 사회가 만들어갈 저탄소 사회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해 3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장기저탄소비전포럼(이하 포럼)을 발족시켜 숙의과정을 진행했다. 이어 포럼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고안은 이후 국민의견수렴과정을 거쳐 하반기 국제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본지의 ‘2050 LEDS 기획’은 2050 LEDS 확정에 앞서 한국사회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시민사회와 산업계, 그리고 미래 세대이자 현재세대인 청년들의 문제의식과 비전을 담고 향후 비전확정까지 필요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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