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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②]
습지에 설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탄소를 품은 습지를 걷는 시간 2월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만약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80%를 20명이 사용하며, 12명만이 컴퓨터를 가진 행복한 사람들에 속한다. 이처럼 편리하게 사는 우리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준 교사는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친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등 기후행동을 주제로 한 학교축제를 열고, 환경 감수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의 수업이 교실 내에서 멈추지 않도록 교실 밖과 연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에는 매월 환경기념일이 있다. 각각의 기념일에는 환경·생명·여성·인권·평화·복지·노동의 개념을 담겨있다. 2월2일은 습지의 날이다. 습지의 날을 맞아 제주 동백동산과 창녕 우포늪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 밤섬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물은 옛날에 공룡이 마시던 물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원효 대사가 마신 해골 속에 들어 있던 물일 수도 있다. 물은 흙 속으로, 생물의 몸속으로, 바다로 흘러갔다가 증발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순환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습지는 일 년의 일정 기간 물에 젖어있는 내륙이나 수심 6m 미만의 연안을 포함한다. 크게는 내륙, 연안, 섬 습지로 나뉜다. 이번 2월에는 그중 내 기억 속에 비밀의 정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서울 밤섬, 경남 창녕 우포늪 그리고 제주 동백동산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숭문중학교 근처에도 소중한 습지가 있다. 한강 서강대교 아래의 밤섬이 바로 람사르 습지이다. 처음 밤섬은 산의 모습을 한 밤알 모양으로 율도라 불렸다. 이곳은 고려 때엔 귀양지로, 조선부턴 조선업의 마을로, 1962년엔 62세대 594명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1968년 2월에는 밤섬을 폭파한 석재로 여의도의 매립이 이루어졌고, 원주민들은 마포와 여의도로 강제 이주하게 됐다. 이후 10여 개로 조각난 작은 섬들에는 토사 등이 다시 쌓이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철새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1991년에는 밤섬 위에 서강대교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조류학자, 환경단체들은 서강대교 건설 과정과 건설 이후의 교통량으로 인해 밤섬의 철새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대 활동을 절실하게 펼쳤었다. 그중 송호창(녹색당 창당 준비 위원장) 씨가 텐트 농성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서강대교는 개통된 뒤 밤섬 원주민의 후손들은 명절에만 배를 타고 밤섬에 제를 지내러 들어가고 있다. 현재 밤섬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도시 서울에서 자연환경이 스스로 치유해가는 위대한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또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밤섬 습지의 아름다움은 시민들에게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

이번에는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 경남 합천 우포늪 습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포에는 수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고 10차 람사르 총회(2008년)도 열렸다. 우포늪에는 아름다운 환경과 소중한 자원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다. 우포늪에선 아침에 피어난 물안개 속에 일출을 알리는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비포장도로를 조심스레 걷노라면 대자연 속 내 몸의 치유가 서서히 이루어진다. 길을 걷다 나에게 말을 건네는 이가 있다면 그들은 분명 바로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님과 정봉채 사진작가이다. 이들은 우포늪의 하루하루를 관찰, 기록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주 동백동산

누군가 내게 가장 사랑하는 습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동백동산이라 답한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은 습지와 곶자왈 숲을 마을주민들이 지켜낸 곳으로 맑은 물과 사철 푸른 숲에서 동백꽃이 예쁘게 피어난다. 나는 빨간 동백꽃이 만발한 2월의 동백동산 곶자왈 숲을 걷다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나무에 귀를 기울여 물관에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들어본다. 놀랍게도 나는 이곳에서 애니메이션 속 희망의 주인공인 토토로를 만났다. 그 길을 걷다 먼물깍에서 헤엄치는 수많은 물오리를 만났을 때 비로소 2011년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곳 선흘리에 대명그룹이 동물테마파크를 만들어 열대 동물의 사파리로 운영하려는 황당한 계획을 세워 지금 동백동산 주민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람사르 습지 그리고 제주 곶자왈에 사파리가 웬 말인가. 2월2일 습지의 날에는 람사르 습지의 가치에 반하는 사파리 사업계획이 철회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경남 창녕 우포늪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에게 소중한 습지는 지구 지표면적의 약 6%에 해당하지만,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과 서식을 한다. 또한 어업의 90%가 이 습지에 의존하고 있다. 내륙습지는 냇가나 강에 위치하고 연안 습지는 강에 의해 실려 온 토양이 삼각주나 해안 갯벌에 쌓인 게 대표적이다.

현재는 농경지 확장, 제방 건설, 갯벌 매립 등으로 세계 습지의 50%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습지는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인간에게 역시 꼭 필요하다. 따라서 1971년 2월2일, 이란에서 열린 람사르(Ramsar) 습지협약을 시작으로 각 나라는 습지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인제 용늪(1997년)이 첫 번째로 등록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울 밤섬, 서해안의 강화 논 습지, 송도, 서천, 고창, 부안, 무안, 증도, 순천 갯벌 외에도 경남 창녕 우포늪, 제주 조천 동백동산에 이르기까지 총 22곳이 지정돼 있다. 습지는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곳으로 손실 시에는 쉽게 회복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도 습지를 지켜야 한다.

최근 제주에서 15m 길이의 참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2월14일은 고래의 날이다. 고래 사체의 가격이 얼마인가의 뉴스 초점이 ‘왜 죽은 것일까’에 대한 생명 감수성으로 변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2005년 2월16일은 탄소 감축의 교토의정서가 발표된 날이다. 탄소를 줄이겠다는 전 세계 정부의 15년 전 약속은 언제쯤 지켜질까.

지금 호주는 습지가 매우 부족해진 긴 건기를 지나며 상상을 초월하는 큰 피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지구는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상승에 불과한데 이미 기후변화에 위기의 부싯돌이 우리에게 당겨진 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2월에는 탄소를 품은 습지를 걸어보자. 그리고 우리 함께 습지를 지켜내자. 적어도 탄소 감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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