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증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화
유명무실 동물원법 탓에 유사동물원 우후죽순 증가 전망

[국회=환경일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유사동물원, 동물체험시설로 인한 신종 감염질병 발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동물원조차 위생과 공중보건 상태가 열악하고 동물질병, 인수공통질병, 신종질병을 관리할 능력이 없어 지금껏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의 밀접한 접촉을 조장하는 환경에 의해 종을 뛰어넘은 변종바이러스가 진화된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의 원인에 대해 정확한 감염경로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 바이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89%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사스와 2012년 메르스는 대표적인 모로나 바이러스 변종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스,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에볼라, 웨스트나이바이러스 등 야생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감염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을 신종감염병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종감염병은 ▷사회적‧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변화와 함께 새롭게 발견된 병원체이거나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새로운 병원성을 획득했거나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이나 새로운 종으로 전파되는 감염성 질병을 말하며 대부분 야생동물에서 유래하거나 야생동물과 관련된 병원체에 의한 것이다.

근래 신종감염병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인간이 자연과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이 주원인데,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발생했다.

대부분 인간이 야생 생태계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일어나거나, 야생동물을 포획해 식용, 장식용, 애완용으로 사용하면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 역시 야생동물 거래가 활발했던 중국 우한 수산시장이라는 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라쿤은 인수공통질병인 광견병의 주요 보균동물이며 인간에게 ‘내장유충이행증’을 일으키는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 병원체의 숙주다. 아울러 이 병원체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원체다.  <사진제공=어웨어>

유사동물원, 공중보건 위험 수준

그런데 밀림이나 시장이 아님에도 야생동물과 인간이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물원이다.

우리나라에는 단순히 동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먹이를 주고, 만지고, 안아볼 수 있는 시설이 전국에 수백 곳이나 있으며, 동물원법 대상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유사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는 위생과 공중보건 상태가 열악하고 동물질병, 인수공통질병, 신종질병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에 밀접한 접촉을 허용하는 위험한 시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특히 신종질병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동물원법에 의해 정식으로 등록된 시설 역시 관리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색적인 외래종 야생동물을 수입해서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야생동물을 번식시켜 일반인에게 분양해 더 많은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변질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는 “이들 전시시설들과 개인이 소유한 애완용 야생동물을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하게 우리나라도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사회로 변모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신종질병 문제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은 국방 개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이정미‧한정애 의원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주최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발표 및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30일 열렸다. <사진=김경태 기자>

한국, 신종질병 위험 '핫스팟'

우리나라는 이미 야생동물 유래 신종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은 ‘핫스팟’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높은 인구밀도와 가축밀도, 고위험국인 중국과 동남아의 근접성, 이곳들과의 대규모 인적‧물적 교류와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유사 동물원에 대한 아무런 규제도 없다면 앞으로도 야생동물과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신종 질병 발생 위험도를 더욱 증가시킨다.

아울러 유사 동물원에서 번식‧증식된 동물들이 개인에게 분양돼 시설에서 키우는 동물보다 훨씬 많은 수의 동물을 가정에서 키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후 국민 중 상당수가 외래 야생동물과 일상적으로 접촉할게 될 전망이다.

야생동물이 보유한 수많은 인수공통전염병과 동물 질병, 신종질병에 대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연히 예방법이나 치료법, 백신 개발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야생동물, 인간, 가축 사이의 접촉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카페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전혀 믿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 동물을 만지고 껴안는다. <사진제공=어웨어>

게다가 시설 외부로 유출된 외래 야생동물은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새로운 질병 숙주동물이 될 위험이 높다. 실제로 귀여운 생김새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라쿤은 유럽에서 새로운 광견병 숙주동물이 됐고, 일본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됐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라쿤은 인수공통질병인 광견병의 주요 보균동물이며 ‘야생동물의 중요한 고리인 인간의 신흥질병’ 중 인간에게 ‘내장유충이행증’을 일으키는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 병원체의 숙주다.

201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 병원체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국민 상당수가 일상적으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상황은 신종질병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과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위생환경이 위험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부경대학교 법학연구소 윤익준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됐지만 사실 해결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 “동물운송 및 동물원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기준,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이나 동물질병이 발발했을 때를 대비한 매트릭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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