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동물원 등 제대로 관리토록 감염병예방법 개정해야

한국 최초의 공공 동물원은 1909년 세워진 ‘창경원’이다. 일제강점기에 즉위한 순종을 창덕궁에 살게 하고, 그 옆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궁(宮)’을 ‘원(園)’으로 격하시켰다.

굴욕의 역사를 빼고 본다면 신분차이를 넘어 일반인들도 왕의 거처였던 곳에 채워진 신기한 동물들을 보며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한국 최초의 공원(park)이 만들어진 것이다.

창경원은 상당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단지 바라보고 즐길 뿐 동물을 만지는 별도의 접촉기회는 단절된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일들이 가능해졌다. 최근 국회 토론회 자료에 의하면 전국 수백 곳에서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만지고, 안아볼 수 있는 유사 동물원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동물원법 대상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지만 위생과 공중보건 상태가 열악하고, 동물질병·인수공통질병·신종질병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원법에 의해 정식 등록된 시설 역시 관리는 부실하다. 이색 외래종 야생동물의 수입·전시를 넘어 야생동물을 번식·분양해 더 많은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변질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 밀접한 접촉을 조장하는 환경에 의해 종을 뛰어넘은 변종바이러스가 진화된 결과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은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 바이러스(SARS)와 89.1%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감염병은 인간이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에 침투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해 식용·장식용·애완용으로 이용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유래 신종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은 ‘핫스팟(hot spot)’으로 분류되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와 가축밀도, 고위험국인 중국 등 국가들과의 근접성, 대규모 인적‧물적 교류들 때문이다.

야생동물 전시시설들과 개인이 소유한 애완용 야생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야생동물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회로 변모할 수 있다.

설상가상 지금처럼 아무 규제도 없이 유사 동물원들이 방치된다면, 신종 질병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시설 외부로 유출된 외래 야생동물이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새로운 질병 숙주동물이 될 위험성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라쿤은 유럽에서 새로운 광견병 숙주동물이 됐고, 일본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아직까지도 야생동물이 보유한 인수공통전염병과 동물 질병, 신종질병에 대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매우 부족하며, 예방법·치료법·백신 개발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이지만, 이번에 감염병예방법의 재개정 등 관련된 사안들을 찾아내 총체적인 정비의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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