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지구촌 전등 끄기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만약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80%를 20명이 사용하며, 12명만이 컴퓨터를 가진 행복한 사람들에 속한다. 이처럼 편리하게 사는 우리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신경준 교사는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친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 등 기후행동을 주제로 한 학교축제를 열고, 환경 감수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의 수업이 교실 내에서 멈추지 않도록 교실 밖과 연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지구촌 전등끄기’(Earth Hour) 행사가 진행된다. 오후 8시30분부터 9시30분 사이 세계 180여 개국에서 동시에 전등을 끈다. 1시간 불 끄기로 지구에 휴식을 주는 ‘지구촌 전등끄기’와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887년 경복궁에서 처음 시작된 발전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전기를 사용했을까. 1887년 조선 고종 때 에디슨 전기회사와 계약을 맺고 경복궁에 처음으로 발전소를 만들었다. 향원지에서 끌어올린 물로 전기를 생산해 ‘물불’이라 불렀다. 불안정한 발전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고 해서 사람들은 ‘건달불’이라고도 했다.

1930년에는 서울 마포 당인리에 첫 번째 석탄 화력발전을, 1978년에는 부산 기장군에 첫 번째 원자력발전을 가동했다. 이후 산업화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석탄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은 각각 54기, 24기로 많이 늘어났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현장 위성사진 <사진제공=그린피스>

나는 ‘건물의 에너지를 태양에서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건축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당시 IMF 경제 위기가 불어 닥쳤다. 그땐 건축 산업의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건축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사범대로 변경해 2006년부터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겐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새 학기 첫 수업의 주제는 ‘우리 집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언제나 그랬듯 2011년 3월의 첫 수업도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가 편히 사용하는 에너지 대부분은 스위치 한 번으로 켜고 끄는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의 25% 이상을 원자력에서 얻고, 석탄과 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으로는 65% 정도를 얻는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는 8% 미만이 된다.

그러나 2011년 3월11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느낀 공포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아이들이 내게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나 역시 한 번도 사고를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안전한 것인지 몰랐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해결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전기를 이용한 우리 삶을 전환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환경교사모임은 2013년부터 전국의 20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지구촌 전등끄기’ 서울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학교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한 ‘승문 절전소’를 만들어 3년간 학교 게시판에 기록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3년간 총 27%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었고, 우리도 “이만큼 전기를 줄일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융합 교실에 태양광발전도 설치했다. 그즈음 우리 집 베란다에도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그때야 알게 됐다. 가정에서 50kW 미만의 전기를 사용하면 TV 수신료가 청구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2000원 미만의 전기료는 다음 달에 합산 청구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3년 환경교사모임은 ‘지구촌 전등끄기’ 서울 행사를 어스 아워 코리아 팀과 함께 기획했다. ‘지구촌 전등끄기’(Earth Hour) 행사는 2007년 호주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환경캠페인으로, 지금은 188개국에서 참여하고 있다. 현재의 전력 소비와 빛 공해를 줄이고자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등을 끈다.

환경교사모임의 소속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의 2000여명의 에코주니어 친구들은 서울시청과 광화문광장에서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과 LED 캠페인을 펼쳤다. 약 15만명의 시민들이 에코주니어들이 진행한 서명과 실천에 동참했다. 이날 한 시간 동안 서울에서는 23억원의 전기를 절약했다고 한다. 당시 CNN이나 AP통신에도 소개될 만큼 환경교사모임과 에코주니어가 공동으로 펼친 영향력 있는 환경 프로젝트였다.

최소영 환경교사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촌 전등끄기’ 서울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상호 간 협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자기 효능감이 높아졌다. 이들은 새로운 도전과 환경 문제를 협동해 해결하면서, 교사나 또래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등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이처럼 세상에 유의미한 성찰과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던 ‘지구촌 전등끄기’ 행사 참여는 학생들의 긍정적인 성장을 위한 환경교육의 역할을 했다.

지구촌 전등끄기 행사에 참여한 학생이 LED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친구들은 교실과 가정의 TV와 같은 전자제품에 ‘탄소라벨’을 부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을 이어갔다. 각자 집에서 부모님의 뒤를 쫓아다니며 안 쓰는 전등을 끄고 플러그를 뽑기 시작했다.

또 에너지 절약 노래를 직접 만들어 마을행사에 참여하는 등 캠페인을 펼쳤다. 그 결과 주민들의 참여가 확장되면서 마포 염리동은 서울 에너지자립 마을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우리는 가수 싸이의 ‘젠틀맨’과 그룹 EXID의 ‘위아래’ 노래에 맞춰 지구촌 전등끄기 플래시몹을 서울광장에서 선보였다. 2015년에는 이 행사를 주관한 세계자연기금(WWF) 서울 사무소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나는 왜 태양광을 선택한 것일까?’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3월의 시작이다. 환경교육은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타자의 생명을 배려하는 가치관을 학교와 마을에 전하고 싶다. 식사할 때 음식 성분을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처럼 전기의 성분도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9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희생된 생명을 기억하며, 우선 3월28일 저녁 8시30분 지구를 위해 한 시간 동안 우리 집 전등부터 끄는 건 어떨까.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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