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야생식물자원 연구 활성화···‘한반도야생식물자원포럼’ 출범
기후변화·SDGs·LDN 등 글로벌 이슈와 연계한 통합연구 추진

강병화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평생 야외조사를 통해 집대성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 500권을 문숙과학지원재단에 기증했다.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강병화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평생 야외조사를 통해 집대성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 500권을 문숙과학지원재단에 기증하며 “한반도의 야생식물자원 연구지원에 유용하게 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도서기증을 계기로 문숙과학지원재단은 최근 아시아녹화기구(GAO),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OJERI)의 한국자원식물종자센터, 기후변화센터, 한경대학교 식물생태화학연구소와 함께 ‘한반도야생식물자원포럼’을 출범했다.

한반도야생식물자원포럼은 강병화 교수의 야생식물에 대한 헌신을 기리고, 야생식물자원연구 활성화를 위해 기증도서를 국내 농·산촌과 도서 지역, 북한,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등 한반도 전역에 보급한다.

또 북한황폐산림사업을 주로 하는 아시아녹화기구와는 단순한 산림복구를 넘어 한반도의 야생자원복원에 힘쓸 예정이다. 그간 분산돼 독립적으로 이뤄졌던 야생식물자원연구를 기후변화(Climate Change),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토지황폐화중립(Land Degradation Neutrality, LDN) 등 글로벌 이슈와 연계해 통합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야생식물에 관심을 두는 미래세대를 위해 장학금도 지원한다.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

강병화 교수는 독일에서 잡초방제학을 공부한 뒤 1984년부터 고려대학교에 재직하며 36년간 2332종 8893점 종자를 수집했다. 이를 집대성해 2008년 식물 종 2037개와 1만5056개의 천연약물명을 담은 16kg의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을 출간했다. 1999년에는 고려대학교에 ‘야생자원식물종자은행’을 설립하고, 2332종 8893점(국내 초본식물의 90% 이상)의 야생식물 종자를 수집·보관함으로써 식물종자주권확보에 이바지했다. 

그는 ‘식물에는 일요일이 없다’라는 일념으로 전국을 누비며 종자를 채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현재도 60만장 야생식물 사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2500종 15만장의 야생식물 사진은 아직도 동정 중이다.

강 교수는 도서 기증식 및 포럼 발족식에서 “식물연구와 교육이 내실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서를 기증하기로 했다”며 식물연구와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당부를 했다.

포럼을 준비한 이우균 고려대학교 OJERI 원장은 “회복 탄력성 높은 자연환경은 건강한 야생식물자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포럼을 통해 현재 OJERI에서 수행하고 있는 자원순환, 기후변화, 생태복원, SDGs차원의 물-식량-에너지 연계 등의 연구에 야생식물자원연구를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의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럼은 이날 행사에서 강병화 교수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식물의 이름과 특성을 알면 식물을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지구를 사랑하게 한다’는 글귀는 이번 도서기증을 계기로 출범하는 한반도야생식물자원포럼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으로 장소를 옮겨 주요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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