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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언제까지 ‘냄비 속 개구리’로 남을까‘온실가스 줄이겠다’ 공수표 남발, 실제론 배출량 증가
국제사회 탄소제로 전환, 탄소버블로 화석문명 붕괴

[환경일보] 정부가 2050년 탄소를 최대 75%(1안)에서 최소 40%(5안)까지 줄이겠다는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우리는 왜 탄소제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기후위기로 인한 극적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우리나라는 마치 이솝우화의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아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말로는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과 달리 실제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말까지 2050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3월부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의체인 2050 저탄소 사회 비전포럼(이하 비전포럼)이 구성돼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논의를 했고, 비전포럼에서 발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검토안은 30년 뒤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처음으로 탄소중립에 대해서 얘기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논평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30년 뒤의 미래 계획으로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다.

비전포럼은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900만톤CO₂eq)을 기준으로 75% 감축률을 제시한 제1안부터 40%를 제시한 제5안까지이다. 5개 중 어느 시나리오가 우리의 목표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자료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

5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지만 여전히 탄소중립과 거리가 먼 1안조차 합의가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늘려온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전포럼은 5가지 시나리오는 제시하면서 모두 2017년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5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한 다른 나라들이 대부분 1990년이나 2005년을 기준년도로 정하고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배출량을 지속해서 늘려온 우리나라는 가장 최근 연도를 기준년도로 설정하면 감축율이 가장 높다. 다시 말해 눈속임에 불과하다.

영국은 1990년 대비 8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럼의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1안은 39% 감축에 불과하고, 5안은 오히려 46%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기준연도를 바꿔 눈속임을 하겠다는 얄팍한 수작에 불과하다. <자료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

말장난에 불과한 탄소중립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비전포럼 최대 감축안인 1안의 배출량에서 추가로 1억 7890만톤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

1안에서 제시한 2050년의 부문별 배출량을 보면 산업부문이 8970만 톤으로 전체의 50.1%를 차지하고 있다. 또 205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60%, 수송부문에서 내연기관차 비중 7%를 설정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이 3가지 분야와 농축어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1안보다 진전된 탄소중립으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나라들이 제시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100%, 내연기관 교통수단 조기 퇴출과 같은 방안을 검토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

그러나 비전포럼의 발전전략은 1안의 배출량 목표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2050년까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기술혁신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시설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저장·활용하는 DAC(Direct Air Capture), 핵융합 기술 등을 감축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비용은 매우 크거나 현재 상황으로 추정이 곤란한 수준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 달성 방안이라기보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발전 전략에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보다는 제1안과 탄소중립방안 혹은 배출제로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탄소버블 터지면 가장 위험한 나라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탄소제로사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상당 부문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국 금용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을 폐쇄할 경우 한국의 좌초자산이 1060억달러로 가장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뉴딜을 주창하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에서 발생할 수조 달러의 좌초 자산이 2028년 탄소 버블을 터트리고 화석연료 문명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석탄화력발전보다 경제성이 더 커지면서 화력발전의 퇴출시기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화석연료기반 산업이 붕괴하면서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그린 인프라와 녹색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인 전환 노력과 함께 늘어날 좌초자산은 석탄화력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석탄, 시멘트, 철강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2050 발전전략에서 발전부문과 산업부문, 수송부문의 배출량 목표를 더 줄이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 부문들이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자료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상위 1%업체는 10곳 이내인데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0%에 해당하는 업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비중이 전체의 87.2%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에너지와 철강, 시멘트 등의 업종에 속하며, 발전·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의 4개 업종이 전체 배출량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업체들의 감축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2050 발전전략 검토안은 이러한 기업들이 포함된 좌초산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검토나 분석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우리 정부가 넷제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좌초산업의 붕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좌초자산에서 쏟아져 나오게 될 대량의 실직자들과 산업의 급격한 쇠락을 상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정당들이 앞 다투어 주장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도 좌초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면 현실적인 추진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료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

그린워싱 반복하는 한국

기후위기와 관련된 국제협상에서 우리나라는 감축 의무량을 가능한 한 적게 부과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역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처럼 온실가스 협상에서도 감축 할당량을 덜 받는 것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한쪽에서는 녹색성장을 지향하며 녹색산업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성장전략에 집착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핸들을 틀어 방향을 바꿔야 할 시기에 여전히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왔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오래 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분명한 감소추세로 접어든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녹색성장을 주창했던 시기 내내 증가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린뉴딜의 성공여부는 온실가스 배출 추세의 극적인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와 산업 구조조정을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좌초산업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를 넘어설 수 있을 정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확인된 기술과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좌초자산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이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날씨가 따뜻해지면 좋지’, ‘경제가 우선이지’ 등의 인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녹색성장이 내세운 이념이 많은 공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높이고 좌초산업을 키우는 엉뚱한 길로 귀결된 원인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의 저탄소 발전전략이나 그린뉴딜은 또 한번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100%, 내연기관의 퇴출, 넷 제로와 같은 정책을 아주 먼 미래의 일이나 현실인식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급진적 주장으로 인식하는 한 우리나라의 녹색전환은 어렵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원을 동원하고 정책을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는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기후위기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없이는 넷제로 계획이 만들어지고 현실화하기 어렵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경제도 어려운데 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서 산업계 부담을 주는가’라는 식의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하다.

소수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을 위해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는 한국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은 일본과 함께 OECD 국가 중 유이하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해외 석탄화력에 수십억 달러의 수출신용을 제공하면서 ‘기후악당’ 소리를 듣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며 공수표를 남발하면서 실제로는 배출량을 늘리고 있는 국가를 국제사회가 언제까지 용인할까? 실제로 2019년 9월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 2019)에서 프랑스는 파리협정에 반하는 정책을 가진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대규모 재난이나 재해, 혹은 급격한 경제적 충격이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 전환을 강요하기 전에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극적인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우리나라는 마치 이솝우화의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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