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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골든타임 놓칠라부처 간 충돌로 굼뜬 대처, 컨트롤타워 일원화 필요
중간중간 비어 있는 광역울타리, 보수 작업도 늦어

“ASF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논의되지만, 현장의 실상은 전혀 모른 채 정책이 시행되는 느낌이다. 묻으면 자연분해 될 것이라고 믿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신재승 가축방역위생협회 사무총장>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원인으로 멧돼지가 지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멧돼지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벌레 및 야생동물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전문가들의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ASF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축산농가와 관련 부처 및 지자체에선 확산을 둔화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북부지역의 돈사를 중심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방역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전문가들은 아직 경각심을 놓을 단계가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했던 것처럼 ASF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로, 확산을 막기 위한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돼지 발병은 소강상태, 야생은 확산 중

지난해 ASF가 발병하면서, 발생과 확산이 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번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이하, ASFV)가 어떤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됐는지 명확한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북에서 넘어온 멧돼지를 통해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사람과 다른 매개체를 통한 경로로 축사로 유입됐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유입경로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ASF는 다양한 잠재적 위험이 내포됐다는 경각심과 함께 대비가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SF의 선제적 대응으로 발병 축사 3㎞ 반경에 살처분을 시행했다. 예방적 살처분과 수매에 협조한 양돈농가의 결정이 확산을 방지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집돼지 발병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고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ASF에 감염돼 죽은 멧돼지가 농가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어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9일 국립환경과학원은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및 상서면,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백학면, 왕징면 및 중면에서 발견된 멧돼지 14개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ASF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성과에 급급한 멧돼지 포획

국립환경과학원은 ASFV를 확진하고 결과를 실시간으로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이로써 화천군 137건, 연천군 110건, 파주시 70건, 철원군 22건, 총 339건의 멧돼지 ASF 확진이 확인됐다.

야생 멧돼지 ASF 양성검출 주간 유행곡선 <자료제공=국회>

환경부는 멧돼지 폐사체를 수거해 ASF 감염 여부를 발표하고 있다. 수색작업을 통한 수거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포획을 통한 남하를 차단하는 데 있다.

이에 야생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한 팀을 지자체별로 꾸려 운영하고 있지만, 멧돼지는 하루 15㎞ 이상을 움직이기 때문에 포획이 어렵다. 멧돼지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광역적인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멧돼지가 지자체 경계를 넘어 이동하면 작업자들은 지자체 경계를 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제도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현장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현장 전문가인 신재승 가축방역위생협회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자체별로 고용하는 인원과 수당이 상이하다 보니, 다른 지자체에서 잡은 멧돼지는 실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인부들이 동선을 따라 끝까지 추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현장에 파견된 행동력 있는 젊은 직원에게 실권을 위임해 광역적 조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멧돼지를 관리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토를 동서로 가르고 광역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광역 울타리 안팎으로 주 5회 400여명의 수색팀을 구성해 예찰을 통한 예방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한 광역울타리 <자료제공=환경부>

하지만 광역울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신 총장은 “방역울타리를 쳐 멧돼지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봤을 때,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현장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은 집 앞에 울타리가 설치되는 부분에 반대가 심하고 울타리 중간중간이 비어있는 상황”이라며, “또, 설치된 울타리도 지형조건과 맞지 않게 설치되거나, 망가진 울타리 일부는 보수가 되지 않아 허점투성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하나 마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그나마 축산농민들이 직접 설치한 자체방역 울타리가 확산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날이 따뜻해지면 ASFV 감염경로 다양화 우려

ASFV는 사육돼지, 멧돼지 등을 통한 직접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음식물, 먹이, 쓰레기, 물 등과 같은 간접적인 접촉에서도 발생한다. 이는 생물학적 매개물을 통해 전염이 빠르게 번질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강력한 생존력(죽은 사체에서 2주가량)과 관련한 연구 발표가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멧돼지의 몸과 ASFV가 가진 관계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멧돼지는 이동성에 다종·다층적 영역화 과정이 나타난다. 또한 사체의 장기와 대소변 그리고 피에서 장기간 생존하며 사체 자체가 2차 감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 활동하지 않는 벌레들은 날이 풀리면 죽은 멧돼지의 사체에 기생해 바이러스를 전파, 즉 금파리, 검정파리, 모기 등 동물 살을 파먹는 벌레가 바이러스를 집돼지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아져 ASF 이동성 제한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비와 태풍을 통해 전파될 2차적 감염경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대응방안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멧돼지 남하 및 사체 수색작업 그리고 울타리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멧돼지 개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체수거만으로는 ASFV의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 이와 관련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ASF, 국가 재난상황으로 인식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3일 ASF 관련 연설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치사율 100%의 위험한 병이다(중략). 축산물 유입뿐 아니라 야생 멧돼지의 이동으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북한지역의 감염도 주시해 살펴보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주목할 점은 ASFV의 치사율이다. 아직 백신과 같은 치료대안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ASF의 국내 발생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영역화 전략들을 추진했다.

기존 살처분과 방역체계 강화와 더불어, 새로운 방역망 구축과 멧돼지 이동 차단선 구축 등과 같은 영역화 전략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부처 간 이해 충돌이 발 빠른 대처에 걸림돌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ASF의 국내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을 수행하고 또 국내로 ASF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응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감염지역에 대한 인위적인 돼지 도태 전략과 대규모의 펜스 설치 및 군동원 방역작업, 멧돼지 개체 수 조절 등을 시행하고 있다.

ASFV 전파 요인 분석 <자료제공=국회>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과 사육돼지 전량수매와 예비적 살처분 등의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지속해서 대두된다.

ASFV가 가진 물질적 특성은 정부의 방역망과 영역화 전략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환경부, 농림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그리고 경기·강원 지자체 등으로 나뉜 지휘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일원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다층적이고 다종적으로 확산이 가능한 ASFV의 물질성을 고려해 유입경로의 다양화(항공 및 공장식 축산, 오염된 먹이 등)를 염두에 둔 위험 관리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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