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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정부 상대로 헌법소원기후위기 심각한데··· 한국, 소극적 대응으로 ‘기후악당’ 오명

[환경일보] 결석시위 등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 기후대응을 촉구해온 국내 청소년 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들이 주도한 기후관련 소송으로는 아시아 최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3월13일(금)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청구서 제출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고로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현재 법률은 실제로 기후재난을 막으려는 진정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3월13일(금)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센터포인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헌법 위반임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기후위기로부터 자신들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원고로 참여한 김도현(수원시, 만 16세) 학생은 “어른들은 ‘너는 앞날이 밝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라면, 7년 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가 상승한다. 나는 그때 겨우 23살인데,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몰라 두렵다.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책임을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고인 윤해영(울산시, 만15세) 학생은 “소송을 통해 기후위기로 파괴되지 않은 안전한 미래를 꿈꾸고, 살아갈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 우리의 이야기가 정책 결정권자에게 절실히 와 닿았으면 하고, 기성세대가 당연히 누렸던 것이 나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당초 기자회견 이후 대규모 결석시위를 진행하려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야외 행사는 모두 취소했으며, 기자간담회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들은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진행한 결석 시위의 본 행사를 끝내고, 정부의 즉각적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결석 시위에는 전국에서 모인 약 60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수준 미달의 탄소감축 목표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및 그 시행령을 통해서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지난해 12월31일 개정된 저탄소녹색성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 만큼 감축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이는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더 나아가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체결한 파리기후협약을 지킬 수 없는 수준이며, 기후변화를 막는데 사실상 실효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및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청소년들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지를 심사할 때, 국가가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를 이른바 ‘과소보호금지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또한 변호인단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법 및 시행령의 관련 규정들은 헌법에서 규정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는 포괄위임금지 원칙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대리인인 에스앤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병주 변호사는 “이 사건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생존과 안전의 보호를 어른들에게 헌법적으로 소원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의 헌법적 인권 보호에 대한 최후의 보루인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대한민국 기후재난 관련 입법의 문제점과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센터포인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헌법 위반임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기후대응을 요구하는 소송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대법원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소송이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들을 위해 에스앤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공익소송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그 밖의 소송 관련 캠페인 활동 등은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이끌어갈 예정이다.

헌법소원 청구서가 제출된 만큼 대한민국 법조계의 관심 속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은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결을 위해 공개변론도 신청할 예정이다.

청소년기후소송에 참여한 청소년 원고들과(왼쪽) 이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변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센터포인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소송에 관련된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간담회 이후, 청소년기후행동 소속인 원고들은 정부의 소극적 기후대응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또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활동을 이어나 갈 계획이며, 현재 온라인을 통해 헌법 소원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자신들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지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 원고단과 청소년기후행동에게 깊은 감사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녹색당도 “정부와 국회의 침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청소년의 앞장선 문제 제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는 청소년들의 절박함에 응답함으로써 정부와 국회를 견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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