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조직해 기능 통합하고 현장 맞춤형 대책 세워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폐사하는 멧돼지가 계속 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및 화천읍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추가 12개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3월 15일 현재 ASF 확진 건수는 화천군 154건, 연천군 130건, 파주시 72건, 철원군 22건 등 총 378건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ASF로 폐사하는 멧돼지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ASF는 이병률이 높고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전염으로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ASF는 인체에는 영향이 없고 다른 동물에도 전염되지 않으며, 돼지와 야생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된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 식욕부진, 기립불능 증상 등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 폐사한다.

ASF로 인해 돼지농가들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집돼지와 멧돼지 폐사체와 예방적 살처분 사체들의 처리로 인해 토양오염과 2차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ASF의 선제적 대응으로 발병 축사 3㎞ 반경에 살처분을 시행한 이후 집돼지 발병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ASF에 감염돼 죽은 멧돼지들이 여전히 농가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다.

멧돼지의 번식기는 12∼1월 이며, 출산시기는 5월이다. 멧돼지의 임신기간은 114∼140일 이며, 1회에 7∼8마리에서 12∼13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낳기 위해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야 하다 보니 농가 근처에도 거침없이 돌아다니면서 ASF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ASF 대응은 광역울타리를 설치해 멧돼지 남하를 차단하는 것과 울타리를 넘는 멧돼지를 포획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광역울타리 중간 중간이 비어있고, 지형조건과 맞지 않게 설치되거나, 망가진 울타리 일부가 보수되지 않는 등 허점이 보여 전체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각 부처별로 행정 기준에 따라 업무가 분산되다 보니 ASF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으로 구분된 업무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해당 지자체들도 포함시켜 공조해야 한다.

또한, 하루 15㎞를 움직이는 멧돼지를 제대로 포획하기 위해서는 광역 팀을 구성하고 지자체 경계에 상관없이 포획이 가능토록 현장 지휘권을 강화해야 한다.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멧돼지 폐사체 매몰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생태로 분해되면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거친 지형 곳곳에서 발견된 수백 ㎏의 멧돼지를 모두 제대로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날이 따뜻해지면 멧돼지 사체에 기생했던 파리, 모기 등이 ASF 바이러스를 집돼지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ASF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멧돼지 사체나 세면서 해결되길 기대할 사안이 아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