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지원 안 된다더니 3년간 같은 단체 사업비·운영비 동시 지원

[경기=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경기도의 ‘자연보호 활동 지원 사업’ 집행 기준이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개 단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활동에 대한 지원금 중복은 안 된다는 방침에도 불구, 지난 3년간 1개 기관에 사업비와 인건비가 동시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연환경보전의 활동을 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취지의 해당 사업은 지난 2016년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단체 운영을 위한 ‘인건비’가 지급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개정된 제54조는 ‘관련단체에 대해 그 활동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에 인건비가 포함된다.

경기도의 '자연보호 활동' 지원 사업이 매우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제시 안 해

자연보호중앙연맹 경기도협의회(대표 김진오)는 법 개정후 첫 해인 지난 2017년부터 경기도 사업 지원금(사업비, 인건비)을 받아오던 곳으로, 대표를 제외한 사무국장 포함 총 3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법 개정을 이끈 김경협 의원(더민주, 부천시갑)의 지역구인 부천시 소재하고 있다.

주요 활동은 ▷학생 체험학습(갯벌체험, 자연보호활동) 운영 ▷‘돼지 풀 제거’ 등의 생태계 교란종 퇴치사업으로 경기도는 2017년부터 3년간 이곳에 ‘사업 활동비’와 ‘인건비’를 모두 지급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사업추진실적 및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한해 동안 사업비는 1685만원, 인건비로는 2500만원을 줬다. 사업비는 경기도 자치행정과에서, 인건비는 환경정책과에서 각각 지급했다.

올해는 지원금 집행에 변화가 생겼다. 인건비 신청에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가 참여하면서 전체 2500만원의 인건비 중 자연보호중앙연맹 측에 1200만원이, 나머지 1300만원은 조류보호협회에 새로이 편성된 것이다. 

주무부서인 경기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사업계획서의 심사위원 검토를 거친 평가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 본지가 확인한 바 자연보호중앙연맹 측의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사업내용에 있어 허술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사업내용도 제시하지 않는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어떻게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사업비와 인건비를 모두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환경정책과에서 지원받는 인건비는 운영비 명목으로,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이 증빙돼야 하는 사업비 지원과는 다르다”며 “이전에도 별다른 지장 없이 인건비를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활동 증빙이 인건비 지원 사업 평가에 작용되는지 몰랐다”며 “알았더라면 세세히 첨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맹이 경기도 자치행정과에 사업비 지원을 위해 제출한 서류에는 학생 체험학습 운영, 생태계 교란종 퇴치사업 등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같은 사업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지난해 '자연보호중앙연맹경기도협의회'의 정산보고서(왼쪽의 사업비와 오른쪽의 인건비), 연맹은 2017년부터 사업비와 인건비를 모두 받아왔다. 사업비 정산보고서 상의 단위 '원'은 실제 '천원'으로 문서의 오타로 확인됐다 <자료제공=경기도>

경기도 “꼼꼼히 확인 못했다”

그런데 취재진은 경기도로부터 “같은 사업 내용으로는 한개 기관이 사업비와 인건비를 중복해 받을 수 없다”는 방침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연맹이 지원금을 받은 상황을 부정하는 말이다.

관련 예산을 집행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사업부서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은 같은 사업 내용에 중복 지원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이전에 받은 중복지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꼼꼼이 확인하지 못해 중복이라는 판단을 못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경기도 방침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자연보호중앙연맹 경기도협의회에 매년 지원된 사업비와 인건비는 모두 취지에 어긋난다. 

무엇보다도 해당 단체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을 집행했다는 ‘구멍 행정’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법 개정으로 인건비 지원 근거가 마련된 후 그동안(2017~2019) 연맹에 전달된 인건비는 총 7300만원이다. 도 자치행정과에서 매년 받은 사업비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올해 연맹에는 ▷500만원의 사업비 ▷1200만원의 인건비가 각각 편성됐다. 과거 잘못을 시인했으면서도 같은 중복 편성을 고수하고 있는 경기도의 이해하기 힘든 자연보호 활동 지원사업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