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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시간을 재구성한 김보연의 큐브[서양화가 김중식이 만난 뻔FUN한 예술가 ㉘] 김보연 작가
code. 193x112.1cm oil on canvas

[환경일보] 호기심에 따라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성향이다.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지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채집해 큐브에 나타낸다. 물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이미지도 다양한 감성과 만나 또 다른 형태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큐브는 시간을 상징화하고 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의 틀과 규칙적인 반복으로 돌아오는 ‘오늘’을 사각모형과 흡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는 시간은 기억의 단편들로, 큐브 안에 혹은 밖에 채우다 보면 다른 형상으로 완성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시간의 영향을 받아 ‘내가 보고 싶은 것’과 ‘있는 그대로’가 서로 중첩돼 전혀 다른 잠재의식의 이미지를 끌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재발견하며 성장하고 있다. 캔버스 안에 꽉 찬 큐브들은 서로 달리 동작하고 있다. 이차원의 평면에서 튀어나오려는 큐브는 마치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듯 여러 가지 기억의 이미지로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고리가 되어 작품을 완성한다. 자연 속에서 또는 도시 속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의식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현재’는 때론 동물이나 운송수단과 같은 이미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고, 기억의 저장고로 남기도 한다. 기억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도 하지만,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사각의 틀만 남기거나 큐브 옆면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이런 과정으로 공간형성을, 또 다른 시간 형성을 반복하며 나아가고 있다. <작가노트 중에서>

Consciousness of window 162.2x130.3cm oil on canvas

김보연 작가는 30대 유망작가로서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바젤 아트페어에서 여러 화상에게 신선한 작품들로 주목을 받은 그는 중국을 무대로 개인전을 펼치는 야심 찬 작가다.

김보연은 여행을 좋아한다. 그의 여행은 일종의 노마디즘(유목주의) 여행이다. 사진기나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지구촌 여기저기에 잠시 머물며 그곳의 풍물을 채집하고, 그때의 경험과 인상을 재구성해 아이디어를 낸다.

신기한 것은 그가 그려내는 세상이 거짓말 같은 진짜 세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색유리 조각들이 장치된 만화경(漫畵鏡) 속을 들여다보듯, 허구 같은 실상의 일면들이 삶의 알록진 현장들로 비친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경험과 인식이 그의 마술 같은 큐브들 속에 빠져 짜릿한 경험을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기억과 의식, 잠재의식들이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으며 하나처럼 결합된다.

Forest of Thought 116.8x91cm oil on canvas 2019

김보연의 사각형 큐브는 분할됐으면서도 통일된 이미지를 지녔고, 서로 분절됐어도 하나로 결합한 온전한 세상을 그려낸다. 조각난 세상 같지만, 알고 보면 다 한 몸이고 한 세상이란 걸 느끼게 한다. 일상의 파편들이 그의 투명한 사각형 큐브 속에 다시 짜 맞춰져 색다른 전체를 이루고, 예기치 못한 경험의 기억이 오밀조밀한 사각형 그물망에 새겨져 일상의 강물처럼 오늘을 흐른다.

기억을 재편집하고 시간을 재구성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양한 현실이 펼쳐질까. 작가 자신의 말대로 “(기억 속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과 “(추억 속의) 사물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낯설지 않게 표현한 점은 그의 예술적 재치이다. 큐브 한 덩어리 한 덩어리가 차가운 얼음처럼 우리의 기억과 시간 속의 이미지를 그대로 얼려, 시간을 비끄러매 놓고, 그 투명한 입방체들 속에 정지된 기억의 바다를 투시해 보는 것이야말로 그의 예술적 기지이다.

이는 단단한 금속시계를 엿가락처럼 녹인, 다시 말해 시간을 녹여 없애는 방식으로 꿈같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갔던 초현실주의자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주제이면서도 다른 방식이다. 이 점 또한 그의 예술적 창의성인 것이다.

Sky up 91x116.8cm oil on canvas 2019

김보연의 작품은 탄탄한 구상력과 상상력으로 현대인의 심리적, 철학적 문제를 명랑한 터치로 그려낸다. 시공간의 제한으로 토막 난 기억들을 재구성해 현실의 깊이를 다층적인 각도에서 바라보는 흥미로움이 제법이다. 시간이란 존재가 만일 형태를 지니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김보연은 시간의 형태를 무한한 크기의 투명한 입방체로 상상했다.

수많은 별이 우주의 시간을 수(繡)놓았듯이, 그의 캔버스에 펼쳐진 수많은 사각형 조각들은 시간적 존재인 우리들의 삶을 수놓았다. 사각형 큐브들 속에서 기억의 강과 시간의 강물이 합류해 하나가 되고, 옛적에 보았던 것과 앞으로도 볼 것들이 선명하게 포개진다. 여러 장면이 서로 겹치거나 포개졌는데도 모두가 가려진 것 하나 없이 다 보인다. 이 장면들은 분명 거짓인데 친숙하다. 이것이 우리의 진짜 세상을 담은 큐브 속의 초현실이다.

김보연의 회화적 화두인 시간, 공간, 기억, 시선, 응시의 문제들은 전통적인 주제이면서도 늘 새로운 문을 열어 주는 열쇠이기에 기대가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74x74cm oil on canvas 2020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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