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운결 한의원 부산점 김판준 원장

‘한포진’은 손발에 작고 투명한 물집이 나타나며 시작되는 ‘수포성 습진’이다. 명확한 원인과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름이나 한겨울에 악화되기 쉽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가려움증과 각질, 염증, 아토피 등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며 쉽게 낫지 않고 재발하여 고통스러운 질환이라고 한다.

고운결 한의원 부산점 김판준 원장은 "한포진을 평생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경미한 증상일 때는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한포진 상태가 심각해지거나 다른 질환이 동반되기 시작하면 그 정도 대처로는 제어되지 않는다. 이렇게 만성화되는 피부 질환 치료와 관련해서 한의학계에서는 증상 제어보다는 좀 더 깊이 있게 원인 치료를 해야 한다. 신체 면역체계의 불균형과 외부적 요인, 체질 등을 고려한 치료를 통해 몸 상태를 개선하면 한포진도 충분히 나을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고 한다.

이어 "피부는 감각기관으로서 아픔, 압박, 접촉, 냉기, 온기를 느끼는 5개의 감각점들이 신경을 통해 대뇌로 감각을 전달한다. 감각점 중에 신체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은 통점으로서, 많을수록 감각을 예민하게 느낀다. 그래서 어느 부위든 때리면 아픈 것이다. 특히 감각점이 많은 부분은 손이다. 손가락 끝에는 압점이나 촉점이 빽빽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구분할 수 있다. 감각점의 분포를 상대적인 크기로 나타낸 캐리커처 그림 ‘호먼큘러스(homunculus)’를 보면, 입술과 손이 커다랗게 강조되어 있다.

아기는 무엇이든 호기심이 가면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가 관찰한다. 이처럼 우리 손과 입술은 세상을 탐색하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쾌락에도 고통에도 예민한 이 부위는 때론 매우 유용하지만, 자극이 심해지면서 상처나 염증이 발생하면 가장 고통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한포진 질환이나 입술의 헤르페스 질환이 무서운 이유다. 이 부위에 생긴 질환은 만만하고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피부는 방패처럼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겹겹이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표피, 진피, 피하조직이 그것인데, 손발은 다른 피부조직과 달라 수장(手掌.palma skin) 피부라 한다. 수장 피부는 털이 없으며 각각의 고유한 지문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피부도 건강하여 외부의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방어를 잘한다. 즉 면역이 강력하고 정상적인 상태인 것인다. 그러나 피부조직에 외상이 생긴다거나 내부적 면역 상태가 혼란스러워지거나 약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수장 피부는 외부와 가장 최전선에 맞닿아 있고 자주 사용하는 만큼 많은 질환이 유발되는 곳인데 몸의 건강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준다고 생각하면 딱 맞다. 한포진을 비롯한 손발의 피부 질환은 외부적 자극과 내부적 면역 교란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손발 피부질환을 손발만의 국소적 문제로 바라보면 치료가 안 되는 까닭이 거기 있다."고 한다.

김판준 원장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한포진’ 요주의 환자군은 다음과 같다. 매일 종이나 책을 만지면서 페이퍼컷(paper cut) 위험이 많은 분, 키보드타이핑과 마우스 조작이 많은 분, 퍼머 및 염색약, 세척제 등 화학물질에 접촉하는 분, 젖은 맨손이거나 장갑을 끼고 일하는 분, 소독과 손 세정을 빈번히 해야 하는 분,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자주 만지는 분이다. 이 밖에 손발에 자극이 심한 직업군이라면 모두 한포진 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한포진은 외적인 자극만으로 발병하지는 않는다. 면역체계 교란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자극이 심해지면 자극 없이 한포진이 발병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중고생, 가정주부, 임산부, 갓난아기 등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으로 광범위하게 한포진 환자가 늘고 있다. 한포진의 대표적인 기본 증상으로는 가려움과 수포(물집), 각질, 염증이 있다. 환부의 상처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손상된 피부를 통해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이 침투해 2차 감염이 진행된다. 소와각질융해증이나 무좀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떤 종류의 한포진이건 초기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각화형 환자는 수포 발생을 감소시키고 가려움을 줄인 뒤 피부 각화와 건조감을 개선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반복적으로 생긴 각질로 손발의 피부가 두껍고 딱딱해지는 것을 치료하고 피부 재생을 돕는 것이다. 각화형 환자들은 피부 껍질을 뜯어내는 습관이 있는데 이는 피부 손상을 유발하여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주의해야 하며, 자잘한 물집이 여러 개 생기며 땀이 많이 날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수포형 환자도 있는데 물집이 생길 때 극심하게 가려워진다. 시간이 경과해 물집과 함께 피부가 벗겨지면 심한 가려움과 따가운 통증까지 생기기도 한다. 수포형에서 각화형으로 발전한 후 두 가지 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케이스도 있고, 덧붙여 중요한 부분이 감염이다. 2차 감염은 한포진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방치하면 이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심해지면 손발의 색이 갈변하거나 겉 표피 조직이 다 벗겨지기도 하고 손가락을 굽히기 힘들 정도의 염증과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사마귀만큼은 아니지만 한포진도 손발톱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의학적 치료는 대개 3개월 전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지속된 경과 관찰이 필요하며, ‘치료 후 재발 없이 안정된 상태가 유지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한포진 치료’다. 또한 재발과 악화를 부르는 스테로이드 연고 남용을 삼가고, 한포진에 큰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조절과 함께 면역을 강하게 하는 규칙적이고 담백한 식습관과 수면 패턴을 함께 해야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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