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웨코의 박하규 대표와 장의찬 전무

[환경일보=김도희 기자] 지난해 (주)웨코(대표 박하규)는 기업 활동의 보폭을 눈에 띄게 넓혔다. 기존 사업의 핵심이었던 LCD시장의 위축으로 신사업 발굴에 골몰하던 차, 이노비즈협회에서 모집한 ‘혁신기업 러시아 스타트업 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 이를 계기로 올 2월 ‘웨코 - 루스텍(WECO RUS-TECH)’이라는 러시아 현지법인을 설립한 웨코의 러시아 진출기와 이를 통한 신사업 발굴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LCD산업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한때 디스플레이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던 천안, 아산지역의 관련 기업 2/3 이상이 경영악화에 직면했다. ‘탈(脫) LCD’라는 미션을 부여 받은 이들 기업은 LCD시장에서 서둘러 발을 빼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신사 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주)웨코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웨코는 일본의 LCD 관련 제조 장비를 국내에 들여와 대기업에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로 했던 에스케이하이테크가 직접 장비를 제작하는 제조업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2015년 설립 했다.

다년간 일본제품의 FPD, 반도체 장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 해오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실과 규모를 키워왔지만 저렴한 인건비와 낮아진 기술장벽 등으로 LCD제조업 의 비중이 중국으로 기울면서 웨코 또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시급해졌다. 이즈음 구원투수처럼 웨코에 합류한 장의찬 전무의 역량과 고민도 신사업 모색에 집중되었다.

(주)웨코의 설비 제조현장

“셋업 설비와 이설 등 제조업을 유지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팩토리 흐름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자 자동화설비, 협동로봇의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신사업 개발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국가 연구개발사업 이나 해외협력사업 등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죠.”

웨코의 러시아 진출 기회는 이처럼 신사업 발굴이 절실할 때, 이노비즈협회가 회원사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닿았다. ‘혁신기업 러시아 스타트업 진출 지원사업’ 관련 이메일을 열어본 장 전무는 순간 반색했다.

웨코에 오기 전, 무려 28년 동안 대기업 삼성에서 일했던 그는 20년 넘는 경력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문가이자 러시아에서 6년 동안 머물며 현지 기업과 협업 경험을 쌓은 이른바 러시아통인 까닭. 장 전무는 곧바로 지원서를 내밀 었고 선정과 더불어 러시아 진출을 위한 사전활동에 돌입했다.

단기 목표는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입주

장의찬 전무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러시아 연구소 주재원 자격으로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당시 러시아 는 경제위기 상황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 외에는 흔히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에 머문 6년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플라즈마, 광학, RF, 소프트웨어, 신소재 합성 등 러시아의 강점 요소들을 위탁 R&D 했는가 하면 러시아 과학기술계와 네트워킹 활동도 활발히 했죠. 현지에 10개에 달하는 조인트랩(Joint Lab)을 운영하고, 인적 교류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장 전무가 보유한 값진 경험은 러시아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 하는 잣대로도 기능했다.

즉, 장 전무는 단순히 경험을 담보로 러시아 진출을 도모한 게 아니라 ‘혁신기업 러시아 스타트업 진출 지원 사업’을 스콜코보 테크노파크(Skolkovo Technopark)가 주관한다 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이 사업에 최종 선정되면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입주할 자격을 부여받는 건 물론이고 파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와 현지 우수 인력들이 몸담은 벤처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러시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매력요소다. 장 전무가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입주에 그간의 노하우와 기업역량을 쏟은 이유다.

“물론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입주하기까지는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난해 6월 현지에서 3주간 인큐베이팅 교육을 받은 걸 시작으로 과제제안서를 작성해 1, 2차에 걸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웨코는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의 5대 중점육성 기술군 중 하나인 헬스케어 분야를 공략, ‘의료용 오존 저온 멸균기 개발’에 대한 과제 제안서를 제출했고요. 스콜코보 내부 전문가가 심사한 1차 통과 후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2차 심사까지 최종 통과했습니다.”

하이테크 강소기업으로 스케일업 기대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입주에 기대가 큰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웨코의 러시아 진출 계획이 온통 장밋빛으로 점철되어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공급망이 약하고, 비즈니스 진행 속도가 느리며 산업에 대한 이해도 수준이 낮다는 점 외에 장 전무는 미국 으로부터의 경제제재 이후 협력파트너로서 한국에 부여한 전략적 가치의 지속성 여부 또한 이후 러시아의 경제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 현지법인인 웨코루스텍 의 설립은 이러한 리스크까지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것. 이는 다시 말해 스콜코보 테크노파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성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콜코보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혁신제품에 대한 사업화 의지를 가진 러시아 하이테크 벤처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R&BD(사업화 연계기술개발)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다만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에 입주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모여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를 구성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하나의 힘은 약할 수 있지만 사무실이나 현지인력 운영체계를 공동 구축해 상호 협력 한다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러시아 진출 효과는 훨씬 크고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입주를 위한 막바지 과정을 밟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러시아 현지법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거라고 말하는 장 전무는 입주 후의 단기 목표도 이미 세워둔 상태다. 러시아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러시아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국가산업 중 하나인 헬스케어 분야의 오존 멸균기를 개발해 러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판로를 확대하는 것.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입주를 통해 웨코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세계적인 장비개발기업으로서 중소기업에서 하이 테크 강소기업으로 스케일업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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