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상호 신뢰회복 노력하고 전담 소통창구 마련해야

1992년 인천광역시 서구 소재 사월마을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됐다. 1만대가 넘는 대형 폐기물 차량들이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몰려들면서 거의 매일 사월마을을 통과했다.

수많은 차량들로 인한 분진과 소음으로 마을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설상가상 2000년대 들어 매립지와 마을 주변에 대규모 순환골재공장, 건설업체, 폐기물처리업체들과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주민 수 보다 더 많은 160여개 공장들이 들어선 것이다. 마을 인근에 폐기물을 쌓아놓고 소각·분쇄하면서 각종 유해물질, 미세먼지, 악취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사월마을 앞에는 오랜 기간 방치된 산더미 같은 건설폐기물로부터 각종 유해성분이 바람을 타고 마을로 유입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무방비로 환경오염에 노출된 것이다. 집 창틀에는 쉿 가루가 쌓이고, 주민들은 원인모를 질병에 시달렸다.

사월마을 주민들은 운반차량으로 인한 질소산화물 등 각종 분진과 소음, 침출수에 의한 악취와 각종 오염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사월마을에서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가운데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에 걸려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미세먼지 속 중금속 함유량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고, 마을 주변 공장들로부터의 소음·공해가 심각하며, 악취가 기준치를 넘는 수준 등으로 종합 고려해 ‘주거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주민건강영향조사결과 주민설명회에서 주거부적합은 인정하지만, 집단 암발병은 주변 환경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발표했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판정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조속한 이주대책 수립과 시행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속이 타지만, 정작 힘을 가진 기관들은 급한 것 없다는 분위기다.

4자 협의체 구성에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며, 매립지보다 인근공장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돌이킬 수 없지만 수도권매립지 조성에 따라 순환골재업체, 건설폐기물업체 등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주민들에 대한 직간접적 피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상, 재산상 피해에 대한 보상도 보상이지만, 정작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또 계속해서 소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

3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잃어버린 여러 가지가 다 소중하지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주민들의 주장을 존중하고,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설명을 신뢰할 수 있어야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이번에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나누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전담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당장 진행해야 한다.

사월마을과 1㎞ 거리에 4800여 세대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데 인천광역시와 서구청은 어떤 계획이 있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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