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로 10억 마리 떼죽음, 사막 메뚜기떼 동아프리카 휩쓸어
가뭄·폭염·폭우로 식량가격 폭등··· 자급률 낮은 한국도 예외 아냐

[환경일보] 기후변화는 전 세계를 불의 재앙과 물의 재앙, 경제 및 금융위기 등 각종 위험을 노출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호주 서부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초대형 산불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 중순까지 한반도 면적을 태우는 피해를 입히고, 이후 발생한 폭우로 종식됐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아프리카에서는 홍수 피해가 급증했다. 폭우로 인해 서울의 10배 면적을 휩쓰는 사막 메뚜기떼(desert locusts)가 출현했고, 사막 메뚜기떼가 휩쓸고 간 지역은 엄청난 식량난이 발생하고 있다. 소말리아와 파키스탄은 20여년만의 최악의 사막 메뚜기떼로 인해 2020년 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약 4000억 마리의 사막 메뚜기떼는 중국 쪽으로 향하고 있어, 중국 정부도 2020년 3월 모니터링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통지를 발표했다.

호주의 산불, 아프리카의 홍수, 사막 메뚜기떼의 출현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과학자들은 공통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후 재난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급 다이폴 현상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변화의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두기떼 때문에 국가비상사태 선포

다이폴 현상(인도양 쌍극진동, Indian Ocean Dipole Mode)은 인도양에서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서인도양과 남동인도양 사이의 표층해수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차이가 그 주된 원인이다.

다이폴은 태평양의 엘리뇨(El Niño)현상과 비슷해 인도양의 엘리뇨(IndianNiño)로 불리기도 한다. 다이폴은 인도양의 동서 표층해수온도 차이가 없는 ‘평상 다이폴’(Neutral IOD phase)의 특징을 보일 때는 주변국의 기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평상 다이폴 (Neutral IOD phase) <자료출처=호주기상청, 국회입법조사처>

그러나 인도양 서부의 표층해수온도가 평상시보다 높고, 인도양 동부의 표층해수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양의 다이폴’(Positive IOD phase) 에서는 인도양 서부 해안은 강수량이 증가하고, 인도양 동부해안은 상대적으로 건조해지게 된다.

양의 다이폴 (Positive IOD phase) <자료출처=호주기상청, 국회입법조사처>

반면 인도양 동부 표층해수온도가 평상시보다 높고, 인도양 서부 표층해수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은 ‘음의 다이폴’(Negative IOD phase)에서는 인도양 동부의 강수량이 증가하고, 인도양 서부는 상대적으로 건조해지게 된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16년까지 ‘음의 다이폴’이 11번, ‘양의 다이폴’이 10번 나타났다.

음의 다이폴 (Negative IOD phase) 호주기상청 <자료출처=호주기상청, 국회입법조사처>

중동은 폭우, 호주는 가뭄
작년 말 인도양 동서 표층해수온도차가 4°C까지 벌어지는 기상이변으로 역대급 ‘양의 다이폴 유형’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도양 서부의 중동 및 아프리카 동부지역은 폭우가, 인도양 동부의 호주 등지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졌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SHA)과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홍수로 각종 피해를 입은 인구 규모는 남수단에서 최대 90만명(이 중 42만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 에디오피아에서 약 57만명(소말리아 등으로 이동한 인구 20만명), 수단에서 34만6000명(콜레라, 뎅기열 등의 전염병 발생), 소말리아에서 54만7000명(강 범람으로 30만명이 거처를 잃음)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민이 된 농부, 수몰된 가축과 농경지, 파괴된 운송 인프라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식량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식량안보와 기아 문제도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도양 동부의 호주 등지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졌다.

반면 호주는 비슷한 시기 역대급 가뭄과 최악의 ‘초대형 산불’(mega fire)을 겪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초대형 산불의 원인인지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가뭄이 대형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의 160배에 해당하는 1000만㏊(헥타르) 규모의 이번 초대형 산불의 피해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호주 정부는 국가산불회복기금(National Bushfire Recovery Fund)에서 2년간 최소 20억 호주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으며, 호주 산불 관련 보험청구액수는 4억 호주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로 사망한 사람은 33명, 산불로 발생한 미세먼지 등 매연으로 사망한 사람은 417명이고, 수천명이 입원했다.

산불로 죽은 동물도 10억 마리로 추정되고, 식수를 고갈시키는 낙타의 대규모 살처분도 이뤄졌다. 농업・관광 등 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받아 호주 GDP가 최대 1%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기후변화로 악화된 이번 산불로 0.4~0.7 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기후변화의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호주 산불로 인해 시드니는 하루에 담배 37개피를 피는것과 맞먹는 정도의 대기오염도를 기록했다. 아울러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됐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사막 메뚜기, 하루 150㎞ 이동

FAO는 홍해(11~12월)와 ‘아프리카 뿔’ 지역(4~6월)에 예년보다 비가 더 내릴 경우, 사막 메뚜기떼의 출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암컷 사막 메뚜기 한 마리는 일생동안 많으면 300개까지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번식 지역이 지난해 말부터 중동・아프리카 뿔 (케냐・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 지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사막 메뚜기는 동아시아의 철새 메뚜기보다 더 크고 공격적이며, 하루에 150㎞도 이동이 가능해, 현재 수천억 마리가 동아프리카 ・중동・ 파키스탄을 지나 중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천적(天敵)인 오리 10만 마리(일명 오리군대)를 중국 서부 신장 국경지역에 보내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사막 메뚜기는 평방 킬로미터당 최대 1억 5000만 마리로 떼를 이루며, 하루 3만5000명 이상의 식량을 먹어치운다. 

2020년 2월 FAO・OCHA・WFP 관계자들은 1.3억불의 원조를 국제사회에 요청하면서 대응이 지체될 경우, 향후 식량 등 피해 비용이 15배 이상 소요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원조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막 메뚜기떼 생성 및 이동 예측 <자료출처=FAO, 국회입법조사처>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급 다이폴 현상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다이폴 현상이 강하게 일어난 후 우리나라 여름에 폭염이 올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있고, 사막 메뚜기떼의 위협에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세계곡물시장의 동향에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와 함께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변화의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의회연맹(IPU)도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우리 국회도 기후변화 입법, 녹색 ODA, 환경의원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물의 재앙, 불의 재앙, 식량 등 경제적 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