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우선논리 탈피, 환경영향평가 존중해야 최적안 찾아

운항중인 항공기가 야생동물을 포함한 조류와 충돌하는 사고를 항공기-조류 충돌(birds strike)이라 한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며, 충돌횟수와 피해 수준은 항공 산업의 발달과 비례하고 있다.

국내 항공기-조류 충돌 발생건수는 2006~2019년 까지 1500여건이며, 미국은 2018년도 한 해만 1만4600여건이 발생했다.

2019년 4월 11일 승객 188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이륙 직후 엔진으로 새가 빨려들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꽃이 튀고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긴급 회항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했다.

2019년 8월엔 러시아에서 230명이 탑승한 항공기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동체 착륙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공기-조류 충돌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면적의 공항 부지를 확보하려면 대부분 도심과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자연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조류 서식지 보호와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 보다는 경제성과 공기 단축을 우선하면서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개발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항 주변지역 개발사업이다. 고도제한과 소음규제 등으로 항공 관련시설에 국한해 개발되던 지역이 도시가 확대되고 관광사업이 성장하면서 계속해서 개발의 압력을 받고 있다.

김포공항 반경 4~5㎞ 주변지역의 경우 자연녹지지역 및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토지이용에 제한을 받아 왔는데 지역주민들은 기반시설과 신규주거지 개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와 지역 발전을 추구하는 반면, 개발이 제한된 공간까지 고려되고 있어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인천, 김포, 김해 등 공항 지역은 대부분 철새 도래지와 인접해 있어 공항 주변지역 개발은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충돌사고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당장 취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항공기-조류 충돌의 사전예방과 관리를 위해서 조류의 비행고도 차이가 아닌 반경 13㎞를 포괄적 충돌위험지역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시설물 설치 제한 지역의 공간적 범위도 13㎞를 적용하되, 핵심, 완충, 전이 구역 등으로 설치하고 구역별로 시설물 설치를 제한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환경영향평가를 요식행위 정도로 치부해버리려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경제성을 우선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이 정당하다고 밀어붙이는 식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의 근본 취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업 이후 발생가능한 부정적 영향들을 가벼이 봐선 안된다.

항공기-조류 충돌은 조류 보호 뿐만 아니라 항공기 승객의 안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매우 심각한 사고다. 설상가상 기후변화로 인해 상황이 또 달라진다면 어떤 변수들이 더해질지 모른다.

이런 일들을 무시하는 것은 과감한 추진력이 아니라 무책임한 오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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