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박제 모두 자연사한 동물로,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제작
전문적 박제사들 참여…실제 모습 구현, 향후 박제 세계대회 수상 목표

임동섭 박제사, 윤지나 박제사가 제작한 한울이와 코어 <자료제공=서울시>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2020년 4월, 서울대공원(원장 송천헌)에 두 마리 시베리아호랑이가 다시 살아났다. 바로 2018년 12월, 2016년 10월 각각 자연사한 한울이와 코아다.

이렇게 거대한 호랑이 두 마리를 완전하고도 생동감 있게 구현한 것은 서울대공원에선 처음이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1년여 간의 과정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박제는 혈통관리가 세계적으로 엄격한 시베리아호랑이 종의 특성과 생태적 환경, 그리고 종을 보전해나가는 동물원의 특징까지 모두 담아내기 위한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눈밭을 달리는 두 마리 호랑이의 실감나는 모습이다.

그동안 호랑이 박제나 모피 박제 등은 있어왔지만, 이렇게 매우 좋은 상태와 포즈로 두 마리가 만들어진 것은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장면은 서울대공원 호랑이들이 눈밭에서 놀던 모습과 눈밭을 달리는 해외 영상 속 호랑이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다.

호랑이에 걸맞는 크고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고, 시베리아호랑이의 종 특성상 흰 눈을 같이 배치함으로서 교육적으로도 종에 대해 알게 하며 생태적 자연환경을 함께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박제사의 뜻이었다.

박제는 동물 자체만이 아닌, 환경까지 함께 한눈에 설명해줄 수 있는 교육적이면서도 생명을 보존하는 강렬한 작업이다. 서울대공원은 이번 시베리아 호랑이 박제를 어떻게 관람객에게 선보일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하지만 외출을 삼가는 요즘 집에서도 생생한 박제의 과정과 또 다른 생명을 얻는 기술적인 부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박제의 사진과 영상 공개를 결정했다.

박제는 뼈로 하는 골격표본과 가죽으로 하는 박제표본, 화학액체에 담궈 보존하는 액침표본, 가죽의 모피표본 등이 있으며 서울대공원에서는 주로 골격표본이나 박제표본을 제작한다.

서울대공원에서 만드는 박제는, 동물원에서 자연사한 동물들로 멸종위기종이거나 희귀종으로, 진화하고 멸종해가는 등 변화하는 자연사를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이 자연의 기록을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는 작업이다.

윤지나 박제사가 박제를 시작한지 어느덧 11년이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출신으로 타고난 미적감각을 접목시켜 실제의 모습을 재현해낸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박제를 해왔고 2015년 서울대공원에 박제사로 입사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을 때 성취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작업할때마다 동물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는 것도 특별한 보너스다. 이를테면 박제는 죽은 동물과 깊은 대화를 통해 그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제가 부자연스럽고, 흉측하다는 것은 과거의 박제에서 생긴 고정관념이라고 박제사는 힘주어 말한다. 박제 기술은 점점 발전했고 요즘의 박제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하며 실제를 고증하여 만들어 살아있는 모습보다 관찰도 더 용이하다.

요즘처럼 집 밖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는 때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찾게 된다. 집에서 가족끼리 박제를 해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박제를 하기 전 과정은 집에서도 손쉽게 해볼 수 있다.

박제사는 보통 작업전에 유토를 이용해 형태를 미리 잡고 참고해 작업을 하는데, 비슷한 찰흙을 이용해 손쉽게 동물모형을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유토는 작업후에도 굳지 않아 모양을 새로 잡아가며 수정하며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굳혀서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다면 스컬피를 이용해 동물 모형을 만들어도 좋다.

온 가족이 함께 평소 관심이 있는 동물을 만들어보거나, 반려동물을 모형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박제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혹은 낡은 가치관들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 과거의 동물원이 가진 목적이 전시에서 현재 종보전으로 변하듯, 박제 또한 전시에서 교육적 기록이라는 가치로 바뀌어가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앞으로도 정교한 박제를 통해 동물과 자연의 시간을 박제시킬 예정이다. 그렇게 멈춘 동물의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변화와 동물의 특성과 환경, 살아온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으며 앞으로 환경을 보전하며 동물과 공존해야함을 배울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앞으로도 살아있는 동물들의 복지와 더불어 박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교육적으로도 다가갈 예정이다. 이번 작업을 진행한 윤지나 박제사는 “임동섭 박제사와 함께한 매우 큰 프로젝트였으며 좋은 작품이 완성돼 만족스럽다. 매 작품을 만들때마다 저마다 다른 동물, 모습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하며 “더 정교한 실력을 인정받아 세계박제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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