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고작 38일 남아··· 회기 내 처리 가능할까

[환경일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21일(화) 성착취 범죄 근절을 위한 6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달 조금 넘게 남은 20대 국회 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은 크게 다섯 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악의적 성범죄 처벌할 근거 마련 ▷상습범에 대한 가중 처벌 ▷아동 청소년에 대한 보호 강화 ▷음란물과 성 착취물 등 법적 개념이 오인·혼동된 법체계 개선 ▷가해자 신상 공개 대상 범죄 추가 등이다.

‘강간 예비‧음모’ 처벌 규정 신설

성 착취물을 통해 수익을 얻어도 사망, 불특정, 소재불명 시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은 법원이 몰수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최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뿐 아니라 성범죄 전체를 포괄해 다룬 패키지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은 먼저 스토킹, 강간 모의, 성착취물을 통한 재산 증식 등 다양한 형태의 악의적 성범죄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성폭법, 아청법, 형법, 범죄수익은닉법 개정).

최근 성범죄는 인터넷 등으로 사전 모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모의 과정에서부터 피해자에게 성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 지속해 괴롭힘으로써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해 대체로 형량이 매우 낮은 편이며, 스토킹을 넘어선 강간 모의의 경우 처벌 규정 자체가 없다.

이에 개정안은 스토킹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강간죄 예비‧음모’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한편, 성 착취물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몰인격체의 재산 증식과 관련해 이들의 사망, 불특정, 소재불명 시에는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한 바 법원이 독립해 몰수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함께 마련했다.

피해자 수에 비례 처벌 강화

개정안은 스토킹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강간죄 예비‧음모’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둘째, 상습범의 경우, 피해자 수에 비례해 처벌하는 등 가중처벌 체계를 개정했다(성폭법, 형법 개정). 현행법상 경합범 처벌규정은 여러 명의 성범죄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않는 이상 가장 중한 죄에 1.5배만을 가중해 처벌한다.

그러나 성범죄의 경우 성적 도착 증세 등으로 인해 상습 범행의 경우가 잦고, 범행이 반복될수록 성 착취에 가까운 악의적인 범행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중 처벌의 체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정안은 별도의 특례 조항을 둬서 여러 개의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각 죄에 정한 형을 합산하도록 해 피해자 수에 비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성착취물을 통한 성범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경우 지속적으로 제작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상습적인 범행 자행 시 가중처벌 될 수 있도록 상습범 규정을 신설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한

셋째,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 상향, 성매매 아동 피해자화 등 아동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아청법, 형법 개정).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주요 성범죄의 가해자들은 미성년 피해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피해자들이 돈 때문에 스스로 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범행을 줄곧 합리화시킨 바 있다.

그러나 13세~16세 청소년이 설령 가해자의 의사에 따랐다 하더라도, 이들의 성적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순전히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대다수 국가들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성립 연령을 만 16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만 13세 미만으로 규정해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 아동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한편, 현행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성매매 대상인 미성년자들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 해당 미성년자가 성매매에 응한 사실을 신고할 경우 보호처분하고 있어 성매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악용한 성 착취마저 자행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피해 아동청소년’ 규정을 신설해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했다.

음란물과 성착취물 구분

넷째, 음란물과 성 착취물 등 법적 개념이 오인·혼동된 법체계를 개선했다(아동복지법 , 아청법, 정통법 개정).

타인의 인격과 성적 결정권을 침해한 성 착취물의 경우, 건전한 성 풍속을 위해 규제하는 음란물과 엄연히 구분돼야 하지만, 현행법 체계는 성 착취물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음란물로 통칭하고 있다.

이는 성 착취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범죄행위를 단순한 음란행위의 일환으로 치부, 조장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아청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로 표기하고 있어 마치 아동청소년의 동의하에 제작된 영상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고,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라는 표현으로 아동이 마치 성적 결정권을 가진 주체인 것처럼 표기, 잘못된 성 인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정안은 법조문상에서부터 개념을 엄연히 구별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제대로 정립했다.

다섯째, 아청법을 개정해 신상정보 필요적 공개 대상 범죄에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등 죄를 추가했다.

한 의원은 “N번방 사건은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잘못된 성인식이 불러온 결과”라며, “모든 형태의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맞춰 법이 개정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의 하루는 고통의 연속인데, 국회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남은 38일의 임기가 골든타임이라는 마음으로 법 개정 및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