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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일강은 생명의 젖줄인가?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이집트 인구가 늘면서 나일강변의 농토가 주택지로 바뀌었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환경일보] 이집트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길가에 나서면 남자들과 부인들이 집 앞에 주차한 자가용과 이웃집 차들을 수돗물로 세차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일강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언론이 떠들어대도 시민들은 여전히 세차한 물을 그대로 길바닥에 붓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 ‘생명의 젖줄’이라고 하면서 “나일강 물을 마신 사람은 다시 이집트를 찾는다”고 말한다. ‘나일’은 아랍어로 “니일”이라고 하고, ‘나일강’은 “나흐르 안니일”이라고 하는데, “하무 안니일”은 나일강이 범람할 때 그리고 여름철에 나타나는 피부 염증을 가리킨다. 이런 말이 아랍어 사전에 나오는 것을 보면 나일강 물이 피부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꽤 오래된 이야기인가보다. 고대 파라오 시대 나일강은 신으로 간주했다. 하피, 이시스, 크눔이라는 신들은 나일강과 연관돼 있었다. 지금도 카이로의 상점에 가면 이시스라는 상표가 붙은 꿀이나 차가 눈에 띈다.

이집트에서는 7~8월에 나일강이 범람하면 강 주변으로 물이 넘쳐난다. 농부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한다. 반면 이 시기에 가정용 수돗물은 탁한 나일강물로 인해 혼탁하다. 정수기 필터가 갈색으로 금방 변할 정도다. 나일강 하류에 재배되고 있는 이집트 쌀은 지금도 가장 맛있는 쌀이라서 주변 아랍 국가와 아프리카에 수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중반 이집트에서 나흐다(부흥, 르네상스)라는 품종을 가져다가 시험 재배를 했다. 그 결과 희농 1호라는 품종이 개발됐는데, 기존 볍씨보다 30% 이상 수확량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나일강은 쌀과 밀 그리고 각종 채소를 풍성하게 공급해주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이집트 인구가 1억명이 넘어섰다. 인구 증가와 더불어 나일강변의 농토가 주택지로 바뀌었고,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300여개의 호텔이 룩소에서 아스완 사이에 들어서 있다. 농지와 물 부족 그리고 식량 부족과 직결되는 것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다. 이집트는 국토의 95%가 사막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집트 북부 지중해에서 가까운 델타 지역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턴 농작물 수확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닷물 수위가 1m 높아지면 델타 지역의 민물이 1/3 이상 줄어든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는 오는 2025년 물과 에너지 부족이 심각해지고, 관개용수의 부족으로 델타 지역에서 농산물이 60%로 줄어들게 된다. 유엔(UN)은 2025년 이집트가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0년 이집트 신문을 보니, 매년 나일강물의 오염으로 1만700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으며, 신부전증 환자는 1만3000건으로 전 세계 평균치보다 4배 높다. 그리고 농작물의 수확량도 50% 감소했고, 32종의 어류가 나일강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민심이 동요하던 2011년 아랍의 봄에는 일부 이집트 기독교인들(이집트 인구의 10%)이 나일강물이 줄어든 것과 이슬람교도들끼리 살생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고, 구약의 이사야서 19장 5~6절을 떠올렸다. “바닷물이 없어지겠고 강이 잦아서 마르겠고 강들에서는 악취가 나겠고 애굽(이집트) 강물은 줄어들고 마르므로 갈대와 부들이 시들겠다.” 물론 이 본문이 가리키는 시기는 2011년을 두고 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일강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일강 수위의 낮아짐은 델타(이집트 북부지역) 지역 농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어 왔다. 1940년대와 비교하면 1/3 정도로 나일강물이 줄어든 데다 에티오피아의 르네상스(아랍어로는 ‘나흐다’) 댐이 올해 6~9월 물을 채우면 나일강 수량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집트에서 물 문제는 정치, 경제,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 유역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집트는 가용할 물의 90%를 나일강에 의존한다. 식민 통치 이후 처음으로 이집트가 나일강 수량의 몫을 할당한 것은 1929년 협약이었다. 이때부터 나일강에 대한 강 유역 국가들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집트가 비토권(어떤 사안의 결정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이런 옛날 협약에 더는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뒤 이집트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서 2011년 댐 건설을 시작했다. 만일 2%의 물이 줄어든다면 20만 팟단(faddan)의 농지를 잃게 된다. 이집트에서 평균 가족 수가 5명이므로 1 팟단은 적어도 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땅이다. 이집트인들에게 물 문제는 곧 국민의 안위와 생명과 직결돼 있다.

이집트 농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7년 전부터 나일강물의 오염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물로 인한 질병이 늘고 있다. 2011년 이후 아랍 혁명 기간에는 “이집트의 수돗물에서 기준량 이상의 염소가 검출돼 수돗물로 머리를 감는 일을 주의하라”고 카이로 대학교수가 귀띔해주기도 했다.

한때는 ‘생명의 젖줄’이라고 자랑하던 나일강이 이제는 공장 폐수와 쓰레기로 오염돼 신부전증, 방광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게다가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로 나일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나일강 크루즈 관광은 물론, 식수와 농업용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집트 국민이 물 절약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에 대한 뉴스가 한창이던 지날 2월 이집트에서 아프리카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손 씻기’와 ‘악수 안 하기’를 제안하니 피식 웃어넘겼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은 것이다.

<글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전 요르단대학교 교수>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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