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등 사찰 통해 왜곡된 정보, 부정적 여론 확산
국정원 자체 예산으로 동영상 제작해 유튜브, 일베 등 게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안산 등지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는 국정원법상 업무 규정 근거인 ‘대북 관련성이 있는 보안정보’와 거리가 멀다.

[환경일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 장완익, 이하 사참위)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및 개인정보 수집 등과 관련해 직권 남용죄 등의 혐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국가 정보기관으로 추정되는 제3자들에 의한 ‘사찰’ 의혹을 지속 제기했다.

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과 안산 등에서도 유가족과 이들을 돕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찰과 왜곡된 정보의 유출, 언론 보도 및 여론 조작 정황들이 지적됐고 2014년 8월경에는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장기 단식을 하던 김영오씨(고 김유민 父)에 대한 잘못된 보도, 명예훼손성 여론 유포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이에 2014년 8월25일 가족대책위는 ‘국정원에 의한 유가족 김영오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참위는 당시 국정원 일일 동향보고서, 주제보고서,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TF(이하 개혁위 적폐청산TF) 자료 및 진술조사 등을 통해 당시의 ‘국정원에 의한 유가족 사찰 의혹’을 조사했다.

개혁위 적폐청산TF는 2017년 6월19일 출범해 국정원 불법사찰, 정치개입, 여론조작 등의 사건 15개 과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유 및 특수관계 ▷유가족 등 세월호 관련 인물 사찰 ▷제주해군기지 철근 운송 관여 ▷감사원 세월호 감사 개입 등의 사례 및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참사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없었다.

 SNS, 언론 통해 부정적 이미지 씌워

그러나 김영오씨가 단식 과정에서 진료를 받고, 이후 입원한 서울동부시립병원(이하 동부병원)과 담당 주치의, 김영오씨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참위 조사결과, 최소 2인 이상의 국정원 직원이 김영오씨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국정원 내부망에 보고했는데, 단식 40여일 이후인 2014년 8월23일부터 ‘금속노조’, ‘이혼 뒤 외면’, ‘아빠의 자격’ 등 개인신상 내용들이 SNS와 언론에 다뤄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댓글과 일베 사이트 등에 ‘막말’, ‘인권침해’ 내용이 쏟아졌고, 보수단체들의 ‘폭식투쟁’과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이 같은 내용은 또 다른 국정원 직원에 의해 ‘보수권, 세월호 정국 주동 김영오 실체 집중 폭로계획’, ‘보수권, 세월호 정국 주동 김영오의 극단 선택 대비 필요성 제기’ 등의 보고서로 작성돼 내부에 보고됐다.

사참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 작성 보고서와 국정원 직원 진술조사, 당시 증거보전 된 동부병원 CCTV 영상 자료와 다수 근거 자료를 조사해 특정했다.

특히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했던 김영오씨는 당시 방한한 교황을 만나는 등 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등 주목을 받고 있었다.

사참위는 “세월호 이슈가 장기화되고 정권에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국정원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이슈전환, 정국 전환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인들에 대한 정보수집, 사찰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청와대 등에 보고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7개월간 215건의 보고서 작성

사참위는 2019년 7월18일 국정원으로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 동향 보고서 215건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48건의 보고서가 유가족 사찰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일일동향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튿날인 2014년 4월17일부터 2014년 11월5일을 마지막으로 약 8개월간에 걸쳐 총 215건이 작성됐으며 4월17일 하루에만 11건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일일 동향 보고서는 유가족들의 당시 행동과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국정원 직원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서 7~8개(명)의 ‘협조자 또는 채널’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이 유가족 관련 개인 사생활을 포함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보고한 것이다.

2014년 5월 이후에는 안산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여객선 사고 유가족들의 투쟁 강도 높이기에 우려 여론’ 등의 보고서가 작성돼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기획·정무·홍보수석 등에 보고된 사실도 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참위가 2019년 5월22일과 7월18일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세월호 참사 관련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이중 9건의 보고서가 여론 조작 및 정국 제언 형식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일일 동향 보고서에는 “건전 진영은 세월호 정국을 주도하는 자칭 유민 아빠 김영오의 금속노조원·이혼·자녀양육 외면 등 문제 전력을 온·오프라인 상에서 전방위적 폭로 착수”라며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국정원은 자체 예산을 들여 동영상 제작 후 유튜브, 일베 사이트에 게시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여론조작 및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청와대 보고서에는 ‘보수(건전) 세력(언론)을 통한 맞대응’과 ‘침체된 사회분위기 쇄신을 위한 일상 복귀 분위기 조성’ 등 정국과 관련해 제언했다.

참사 초기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안산 등지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는 국정원법상 업무 규정 근거인 ‘대북 관련성이 있는 보안정보’와 거리가 멀다.

사참위는 “참사 직후부터 사참위 입수 자료로만 215건의 일일 동향 보고서와 여론지도, 보수단체의 대응 제언까지 담은 다수의 주제 보고서를 작성·보고한 것은 국가 정보기관의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정원 내부보고서의 여론, 언론, 보수단체의 동향들이 실제로도 실행돼 단순 상황 보고를 넘어 직접적인 실행, 계획 과정의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다수의 국정원 직원들에 의한 민간인 사찰, 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한 여론조작 등이 있었으며 이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조항에 위배 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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