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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⑤]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
5월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 숲과 만나는 나
이스터섬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칠레에서 서쪽으로 약 3700㎞ 떨어진 남태평양엔 이스터섬(Easter Island)이 있다. 이곳은 불가사의한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3월 이곳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모아이 석상 일부가 부서졌고, 유네스코 유적의 가치를 기억하고 있는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곳은 제주도 면적의 9% 정도로 작은 크기의 섬이다. 여기엔 한때 1억 그루 이상의 야자나무 숲이 존재했다. 따라서 풍부한 원시림 안에 살고 있던 생물종도 매우 다양했다. 300년 경 이 섬에 정착한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은 기념비적인 모아이상 조각과 건축으로 고유한 전통을 만들어 나갔다. 번성기였던 16세기에는 2만명에 가까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이 섬의 원주민들은 새를 사냥하거나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았다. 그들은 섬의 풍요를 바라며 모아이 석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대한 석상을 해안가로 운반하기 위해 숲을 벌목한 나무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벌목으로 숲은 점점 사라져갔고, 새들도 사라져 갔다. 또 나무가 사라지면서 배도 만들 수 없게 됐다. 결국 원주민들까지 사라진 이스터섬은 역사의 교훈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이스터섬의 문명이 몰락한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의 감소였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스터섬은 돌도끼로 전체 섬을 황무지를 만들었는데, 그때 인구가 2만명에 불과했다. 지금 인류는 70억 인구이고, 기계톱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스터섬과 현대 사회는 소름끼칠 정도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편리와 이기심으로 수많은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

1900년대 이후 생물종의 멸종 속도는 그 이전보다 빨라졌다. 1970년대부터 국제사회는 생물종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체결해 생물종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산림 벌목, 자원 채굴, 농경지 확장, 도시와 도로 건설 등 경제개발을 이유로 산림을 훼손하면서 생물종의 멸종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후 등장한 생물다양성 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발효돼 5월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4년에 가입했다.

생물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이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전자(gene), 종(species), 생태계(ecosystem) 다양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환경감수성 교육의 부족과 우리의 자원‧에너지 과다 사용, 무분별한 개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나의 생물이 멸종하면 자연은 연쇄적인 멸종위기에 처한다.

세계자연기금은 ‘지구생명보고서 2018’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14년까지 관측된 생물종 4005종의 개체군 1만6704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60%의 개체군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기에 처했거나 준위협 단계에 이른 8500개 이상의 생물종을 추적한 결과, 1500년부터 식물·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를 포함한 생물종의 75%가 멸종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2018년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IUCN 레드 리스트에도 담긴 내용이다.

올해 3월 UN의 기념식에서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지속이라는 주제로 2020년, 생물다양성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super year for nature and biodiversity)라는 선언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UN 사무총장은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보존의무를 상기해야 한다. 자연을 더 아끼고,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2020년은 기후행동에 나서야 하는 중추적 시기로 더 늦기 전에 전 세계가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 사무총장 이노베 히구에로 또한 "우리는 충격적 규모의 생물다양성 위기에 직면해있고, 지금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야생동식물의 큰 가치를 상기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와 경제는 근본적으로 생물다양성에 의존한다. 2020년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관계를 새로이 하고, 인류와 행성을 위해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

숭문중학교 환경 수업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숭문중학교의 2학년 환경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꽃피는 봄에는 우선 학교 숲에서 꽃과 나무를 관찰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네이처링 앱에 남겨 학교숲 지도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학교숲 생물종 카드를 만들어 1학년 친구들에게도 학습을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학교숲 탐험과 미션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중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은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그중 한 팀은 마을의 제비집을 관찰한 뒤 제비집을 달아주는 활동을 했다. 학교 생물종 캐릭터를 만든 팀도 있었다. 다른 팀은 자연의 악기로 숲속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획해 거리공연에 나섰다. 또 다른 팀은 연말이면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가 진행하는 전국 생물다양성 리더 행사에 일 년의 과정을 뽐낸다.

올해 우리의 새로운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으로 아직 실행 전이다. 서울 마포 난지도의 쓰레기산에는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라면 노을공원시민모임에서 진행하는 나무를 심는 활동에 함께 참여하거나, 5인 이상이라면 제인구달 박사와 함께하는 전 세계 ‘뿌리와 새싹’ 활동을 생명다양성재단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 나무를 베어버리고, 마지막 물고기를 먹어 치우고, 마지막 개울마저 더럽힌다면 그제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 아메리카 원주민 크리부족 추장의 말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지만, 우리의 생활습관이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개발의 공약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이제 생물다양성을 위해 행동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일지 기대해 본다.

이스터섬의 교훈은 단순히 우리의 과거일까, 아니면 미래일까?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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