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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윤리 서울대병원에서 재점화동물단체 “마취제 없이 잔혹하게 죽여”vs병원 측 “적법한 절차 거쳐”
반복되는 단발성 공약으로 끝나는 동물실험지원법, 정부가 나서야
동물단체는 흰둥이가 마취제 없이 고통스럽게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병원 측은 단순한 기록 누락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사진제공=비글구조네트워크>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지난해 ‘국가사역견 메이’가 서울대학교 동물실험에 사용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가운데 동물실험의 윤리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최근 서울대학교 A교수 연구팀(2015년부터 2018년까지)은 사람의 청력 치료를 위해 고양이의 두개골에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이식해 대뇌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시민단체(비글구조네트워크)는 실험 과정에서 불법적인 절차를 거쳐 실험실에 들어온 고양이가 잔혹하게 죽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동물윤리 또 도마에

지난달 6일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단체)는 동물실험에 연구원으로 참여한 제보자로부터 실험실에서 일어난 비윤리적 연구에 관한 제보를 받았으며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고양이들을 보내고 제보자가 간직하고 있는 인식표 <사진제공=비글구조네트워크>

조사결과 서울대학교병원 측의 문제는 크게 3가지로 ▷연구비 및 논문 허위‧표절 의혹 ▷불법적인 실험묘 반입 ▷마약류 및 동물관리 소홀이다.

먼저 연구비 및 논문 허위‧표절 의혹은 A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한 대뇌청각피질 자극모델 연구’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연구과제는 2005년부터 4년간 1억45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행했던 연구와 같은 제목이다. 연구비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10년 전 논문의 재사용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또, 승인받은 동물실험계획서는 이미 다른 B교수가 2017년에 발표한 논문 속 자료와 겹친다. 출처표기와 인용문구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험묘의 불법적인 반입은 실험동물계획서상 실험묘를 파주에 위치한 농장으로부터 ‘개인반입’을 했다고 기재돼 있고 제보자도 고양이 판매상에게 구입했다고 제보했다. 업체에서 구매했다고 해명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측에 거래명세표 등 증빙서류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류 및 동물관리 소홀은 A교수의 동물실험계획서상으로는 실험 종료 후 고양이들이 고통 없이 죽도록 졸레틸로 마취한 뒤 KCI(염화칼륨) 치사제를 투여해야 했는데, 해당 고양이들에게 사용된 약품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혹이다.

즉, 고통스럽게 치사제만 투여해서 죽였다는 것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고통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서울대학교병원 측으로부터 식약처 마약관리 시스템인 림스(LIMS)를 제출받아 확인했지만 고양이에게 마취제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반면 동물단체는 “국내 최고의 의료체계를 갖춘 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점에서 하필 6마리 고양이에게 쓴 다량의 마취제만 실수로 누락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지난해 서울대 검염탐지견 메이 사건이 터진 지 불과 1년 만에 서울대학교의 윤리 의식이 바닥임을 증명하는 또 유사한 사건이 터졌고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병원은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왜 이런 일들이 서울대학교와 관련해서 반복해서 생겨나는지 반성과 함께 최고 책임자들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적법한 절차 거쳤다”

이 같은 의혹에 관해 서울대학교병원 IRB-임상연구윤리센터 관계자는 “단체에서 주장하는 의혹은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은 주장일 뿐”이라며, “사실과 무관한 주장에 대해 법정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병원 <자료=환경일보DB>

우선, 연구비 및 논문 허위‧표절 의혹과 관련해서는 “A교수는 2006년부터 해당 연구를 진행했으며, 자체 연구비로 조달해 거짓으로 연구결과를 꾸밀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연구비 충당을 위해 재인용 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표절 의혹과 관련해서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한가지 연구주제로 실험을 지속했다. 그런데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연구가 발표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인위적인 도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불법적인 루트로 실험묘를 반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병원에서는 한 마리도 빠지지 않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후 실험묘를 들여왔다”며, “시민단체 측에서 거래명세서 및 관련 서류를 요청했지만 내부 규정 상 제출할 수 없었다. 법적인 절차가 진행된다면 법원을 통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마약류 및 동물관리 소홀과 관련 “제보자가 담당하던 업무로 마약류 기재는 당시 연구원으로 재직한 제보자의 역할이었으며, 마약류 관련 서식 2개(서면과 전산) 중 서면은 제시간에 작성해 제출했으나, 전산에 입력하는 과정은 한 달이 지난 후에 기재한 점과 마약류 사용에도 고양이를 배제하고 기니피그만 기재했는데, 이 부분은 우리 쪽에서 의문이 가는 상황”이라며, “추후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질 시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늘어가는 동물실험 3R 원칙 철저히 지켜져야

실험동물 논란은 현행 제도의 한계, 실험동물공급자 현황 및 등록기준, 실험동물공급시설 문제, 관련 법령,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영향 등 동물실험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5년간 총 사용 동물 수 및 평균 동물 수 변화 <자료출처=국회>

실험동물의 복지·보호 정책은 궁극적으로 연구대상자인 실험동물에게 필요한 사항을 배려하고 제공하는 데 있다. 실험동물의 종은 많고 종별을 구별해야 하는 환경도 매우 다양하다. 매년 실험은 증가하지만 관련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세부 동물실험분야 사용내역 <자료출처=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국내외에서 매년 동물실험의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실험이 진행될 때는 수를 ‘감소’시키면서 고통을 줄이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3R 원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1959년 등장한 3R 원리(Refinement, Reduction, Replacement)는 최근까지 관련 연구자에게 윤리적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실험현장에서 ‘감소’와 ‘개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요구돼 왔다.

유명무실한 규제, 믿을 건 연구자 윤리의식뿐

법은 있지만, 규제가 미비하다. 동물실험과 관련된 법은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법'으로 이분화 됐으며, 모두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뿐 규제를 하거나 지침을 명확하게 내리고 있지 않다.

동물 실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자가 지켜야 할 세부사항이나 정부의 역할, 윤리위원회의 역할은 명시돼 있지 않아 전문가들은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5년간 위원회 설치기관 수 및 운영률 변화 <자료출처=국회>

법이 적용되는 현장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나타낸다. 관리·감독의 부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부족한 인력 탓에 현장을 관리·감독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도입했다. 윤리위는 동물실험시행기관에서 실시되는 실험이 동물보호법에 따라 수행될 수 있도록 유도와 감시 역할을 한다.

이형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윤리위의 중요성이 상당함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의 수보다 윤리위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시험기관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및 승인 후 점검이 의무화되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실태 <자료출처=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실험동물 복지에 대한 구체화된 기준 및 관리·감독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시행하는 당사자의 윤리성이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사회적 양극화 더욱 심해져, 제도개선 절실해

이번 문제는 반복되는 동물실험의 옳고 그름과 관련해 명확한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동물대체실험은 세계적인 추세로 맹목적으로 비동물실험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법의 모호함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형주 대표는 “실험동물의 복지 상황, 관련 정책의 허술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같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인도적 실험제도 마련은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건상 불필요하고 대체할 수 있는 동물실험은 중단하고, 반드시 필요한 동물실험을 위해 최소한의 원칙으로 제시되는 3R 원칙의 이행 등 연구자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부분이 제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수시로 발생하는 동물 학대 사건에 분노는 결국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지는데 사건이 지적하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유사 동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행법의 개선 및 전환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전했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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