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안전·화재 관리 허점 메울 스마트 규정 세워야

지난 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38명이 숨지는 비극이 재현됐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건물에서 우레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지하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원인 모르게 폭발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레탄 내장재와 샌드위치 패널 외벽을 태우면서 불이 확산됐고, 대량의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사고를 키웠다.

희생자 대부분은 공사 하도급업체 일용직 근로자들로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현장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대형 화재 참사 중 27명이 사망한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가 이번처럼 우레탄폼 발화로 발생했다.

각각 수십 명이 희생당한 1999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부실시공과 위험 구조물, 전기배선 불량이 원인이었다. 사전 점검을 통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이 있다.

통풍이나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불에 잘 타는 물질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작업을 하는 경우 소화기구를 현장 비치하고, 불티의 비산방지용 덮개나 용접방화포 등을 갖춰야 한다.

이런 법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의문이다.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이 왜 안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고현장은 작년 4월 착공 이후 화재사고 가능성을 여섯 번이나 지적 받아 사고가 예견된 곳이었다. 그런데 건설업체 현장 안전책임 담당자는 안전수칙을 다 지키는 현장은 없다고 항변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공사기한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관행도 문제다.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총 공사 금액의 0.3%에 해당하는 공사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는데 시공사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반면, 사고가 났을 때 받는 처벌은 너무 가볍다. 지금까지 유사한 사고로 인해 받은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수백만 원의 벌금이 다였다. 안전보다는 위험한 공사들을 무리하게 병행하면서 이익을 늘리려는 결정을 내리도록 ‘솜방망이’ 처벌이 한 몫을 한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의 화재는 지난 12년간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했다. 한 해 평균 사상자는 200명이 넘고 관련 피해 재산은 매년 1450억 여원 규모다.

특히, 패널 안에 유리섬유 대신 값싼 우레탄폼을 채우는 경우가 많이 사고발생시 피해가 더 커진다. 창고건물 면적을 600㎡ 미만으로 쪼개서 건축법시행령을 교묘히 피해 사용허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

재발을 막기 위해 물류창고의 안전 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법상 대형 공사 현장에는 산업안전 관리자와 화재 감시자를 둬야 하는데 겸직도 가능하다.

그러나 집중하는 분야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화재 감시자를 별도로 두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원인으로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노력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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