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글로벌 기업되려면 투명성·진정성 실천해야

인도에서 지난 5월 7일 새벽 대규모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소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의 한 저장탱크에서 유증기가 새어 나오면서 12명이 사망했고, 1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공장 인근에 거주하던 한 남자는 당일 새벽 이상한 안개 같은 것이 마을을 뒤덮으면서 기침을 계속했고, 눈은 타들어 가듯 따가웠다고 증언했다.

그는 잠자던 아내와 두 아이를 깨워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사이렌이 울리고,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와 쓰러지는 사람 등등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었단다. 소나 개 등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장 반경 3㎞ 내 거주하는 주민 3천명에 대한 대피령도 내려졌지만, 비극은 계속됐다.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했고, 건물 발코니에서 떨어지는 일,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다 배수로에 빠져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공장 직원에 의해 가스누출이 통제되기 시작한 것은 누출사고 후 거의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 공장은 폴리스티렌(PS) 수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공장 내 탱크에 보관된 화학물질 스티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했다.

스티렌은 폴리스티렌 등 화학제품의 원료인데 고농도 스티렌에 노출되면 호흡곤란·어지럼증·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난다.

관계자는 냉동설비의 고장으로 탱크 내 스티렌에 열이 가해지면서 화학반응을 거친 뒤 가스 상태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LG폴리머스는 설비 확장 승인 이전 공장을 가동해 규정을 위반하면서 사고를 유발했다.

인도 당국은 LG폴리머스 경영진을 독성물질 관리 소홀·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했고, 인도환경재판소는 약 80억원의 손해피해배상금 공탁을 명령했다. 엄청난 피해를 유발한 이번 사고에 대해 오랜 기간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1996년 인도 최대 폴리스티렌 수지 제조업체 ‘힌두스탄 폴리머’를 인수해 LG폴리머스인디아로 명명해 가동해왔고 300여명 직원 대부분은 인도 현지인들이다. 인도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공장 영구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 책임 있는 수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폴리머스인디아도 유가족과 피해자를 적극 지원하고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이며, 향후 지역사회를 위한 중장기 지원사업도 개발·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인도 공장에서 사고가 터진 바로 그날 오전 LG화학은 14년 만에 새 비전을 선포했다. 차 배터리 분야에서 올해 1분기 세계 1위에 오른 것과 발맞춘 행사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 한다면서 정체성을 재정립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초동 대처는 매우 실망스러웠으며, 특히 비전 선포의 취지와 맞지 않는 ‘투명성 회피’도 의심된다.

여하튼 이번 사고는 제2의 ‘보팔사고’로 기억될 것이며, 얼마나 진정성 있게 수습될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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