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준수하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2배 강화해야

[환경일보] 한국이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배 이상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 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13일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이 UN에 제출한 온실가스 국가감축기여(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목표가 파리협정 1.5°C 목표에 상응하기 위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처음으로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하겠다는 한국의 현 NDC 수준이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며 현재보다 NDC 감축 목표가 2배 이상 강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NDC 목표로는 파리협정 목표를 준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NDC 목표 중 32.5%(배출량 목표치 5억 7400만tCO₂e)는 국내에서 감축하고 나머지는 국외 감축과 산림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파리협정 준수 범위 내에서 계산할 때 국내 감축 NDC는 BAU 대비 66%, 배출량 목표치를 2억 9100만tCO₂e 수준으로 강화해야 파리 협정에 부합하는 목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현재 NDC가 매우 미흡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2020년에 반드시 NDC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환경부>

형평성 있는 부담, 기준은 어떻게?

또 보고서는 한국이 만일 역사적 배출 책임과 경제 수준, 감축 능력 등을 고려해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을 이행하는 ‘형평성 있는 부담(equitable sharing)’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공정한 부담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전체 NDC 배출 감축목표인 2030년 BAU 대비 37%에서 최소 74% 이상으로 강화돼야 한다”면서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5억 3600만tCO₂e 수준에서 2억 1700만tCO₂e로 절반 이상 감소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책임을 위해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면 우리보다 수백년 앞서 산업화를 달성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나라들의 역사적 책임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는 개도국들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으로, 현재 시점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선진국들에게 더 큰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NDC 후퇴 금지의 원칙 지켜야

ND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야별로 당사국이 취할 노력을 스스로 결정, 제출한 목표를 말한다.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제출해야 하며 올해 각국은 새로운 NDC 제출을 예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현재 NDC가 매우 미흡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2020년에 반드시 NDC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31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25조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에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으로 개정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표현하는 방식만 바뀌었을 뿐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일한 목표를 규정한 것”이라며 “정부가 2020년에 동일한 NDC를 UN에 제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파리협정은 새로운 NDC가 기존 NDC 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만일 한국이 지난 2015년과 같은 수준의 5억 3600만tCO₂e라는 목표치를 NDC로 결정해 제출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NDC를 강화하고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부문에서 기존의 목표 달성 방안에 비해 한차원 더 높은 수준의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발전 부문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강조하면서 “화석연료 퇴출을 가속화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특히 필요하며, 한국은 2029년까지 발전부문의 탈석탄화를 달성하고 이를 위한 명확한 계획과 로드맵을 작성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가 계획대로 건설되면 2050년에도 우리나라는 탈석탄에 도달하지 못한다.

한국, 탈석탄커녕 신규 화력 추가

보고서는 한국에서 그린뉴딜 정책이 총선 공약으로 나온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 한국의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2050년까지 순배출제로(net-zero)를 목표로 내세운 공약인 ‘그린뉴딜(Green New Deal)’ 시행에 큰 힘이 실리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맞춰 탈석탄화와 2030년 NDC 목표 개선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르술라 푸엔테스 (Ursula Fuentes)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순배출량 제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환영하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그에 도달할 수 있도록 신뢰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면서 “이는 2030년 감축목표를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가능한 빨리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10년 내 석탄발전소를 퇴출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앞서 지난 2월에 발표한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화 경로 연구’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7기의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 박지혜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당장 현재 수립 중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50 넷제로’까지 염두에 두고 보다 전향적인 전환 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8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2034년까지 30년 수명을 다해 폐지되는 석탄발전소(15.3GW)를 대신해 12.7GW에 이르는 가스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한편 7.3GW에 이르는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역시 중단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이러한 대규모 가스 발전소와 석탄 발전소의 건설은 앞으로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독일 베를린에 소재한 기후 과학 정책 연구기관으로 파리기후협정, UNFCCC 협상에 따른 과학 기반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각국 정부에게 기후 정책 수립 전략을 제언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토고 로메에 지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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