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출 금지, 유가 하락으로 폐플라스틱 수요 줄어
비대면 소비에 일회용품 급증 “올바른 분리배출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활용 플라스틱류의 수출길이 막힌 가운데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일회용품들이 가득 쌓여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수원=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2의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류의 수출길이 막힌 데다, 택배와 배달음식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는 형형색색의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양이 어마어마했다.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며 “반입 물량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t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장비는 쉴 새 없이 쓰레기를 퍼 날랐다. 플라스틱 용기, 페트병, 비닐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반입구에서 쏟아져 나왔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 들어오는 물량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돼 일부는 다시 화성시 소재 업체에 처리비용을 내고 맡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반출되는 재활용 쓰레기는 모두 압축되지 않아 부피가 크다. 하루 20대의 차량이 수거해가도 쌓여 있는 폐기물이 너무 많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외 적치장.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런 적체 상황은 재활용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발생했다. 국내 페트병 중 60~70%를 사들이는 유럽과 미국 공장이 코로나19로 멈춘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고, 유가 폭락으로 재활용 폐기물 수요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플라스틱 제조업체는 재활용품 대신 원유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선호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PET) 재활용업체 재생원료 판매량은 올해 1~3월 1만6855t에서 4월 9116t으로 46%가량 감소했다.

우려되는 점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1월 말부터 커피숍이나 식당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이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택배와 배달음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각종 일회용품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날 수원시자원순환센터는 넘쳐나는 재활용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기존에는 물량이 3~4일 정도 적체돼 있었지만, 지금은 반입량이 크게 늘어 적체된 물량을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 폐기물 보관장소에 갈 곳 잃은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곳에선 플라스틱을 4종류(PET, PP, PE, PS)로 분류해 압축하는데, 비닐은 제거하지 못하고 큰 협잡물만 수작업으로 뺀다. 그중에서도 도시락에 쓰는 검은색 플라스틱류는 선별 기계에서 인식하지 못해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일회용컵, 비닐 등 쓰레기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가운데, 직원들은 재활용 폐기물을 골라내느라 분주했다.

폐기물은 한눈에 봐도 재활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재활용 쓰레기는 헹궈서 버려야 다시 쓸 수 있는데, 페트병에는 먹다 남은 음료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건 배달음식 용기였다. 기름기와 양념 등으로 오염된 일회용 용기는 재활용 공정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대부분 폐기된다. 센터 관계자는 “오염되거나 더러워진 것들은 재활용할 수 없어서 바로 폐기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는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씻지 않은 일회용 용기는 물론, 분리배출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심지어 마스크도 곳곳에 보였다. 이들은 꼬박 쓰레기 분류 작업에 매달렸지만, 끊임없이 들어오는 쓰레기에 혀를 내둘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의 쓰레기 대란은 불가피하다. 잘못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는 데에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이 들뿐더러 수출 금지와 단가 급락으로 재활용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재활용 업계가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민간 재활용품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공동주택에 잇따라 수거 거부를 통보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폐플라스틱 공공 비축에 나섰다. 전국 23개 재활용업체에 재고로 쌓인 재활용품 1만8000t 가운데 1만t을 비축하고, 폐기물이나 재생원료 수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수거 단계에서 재활용품 매각 단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센터 관계자는 “원유 수입을 줄여 폐플라스틱을 재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원천적으로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만 만들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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