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전체소득 절반 차지, 870만명 연간 1000만원도 못 벌어
불평등‧양극화 해법은 포용사회, 21대 국회 기본소득 논의 가능할까

[환경일보] 한국사회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1%vs99%’ 사회로 양극화 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상위 10%에 집중됐던 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1%에게 집중됐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990년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5%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사회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5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포용사회를 위한 재정개혁 과제’ 간담회를 주최한 유승희 의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불평등‧양극화의 해법은 포용사회다. 잘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포용사회를 위한 재정개혁 과제를 주제로 정책간담회가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김경태 기자>

사회적 양극화는 세계적 추세

불평등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감세정책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양극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편에 속한다.

유럽의 경우 신자유주의 물결에도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에서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미국, 캐나다, 중국의 경우 소득 불평등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 이후 불평등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브라질, 중동,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도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인도는 가장 빠르게 불평등이 심각해져 1980년대 초 30% 수준에서 절반 이상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으며, 한국 역시 1990년대 35% 수준에서 외환위기 이후 거의 50%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위 10% 연간소득 200만원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6%로 OECD 평균 14%에 비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어르신 3명 중 1명은 일하지 않으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018년 상위 1%의 평균소득은 4억원(중위소득의 17배), 상위 10% 평균소득은 1.3억원(중위소득 5.4배)이지만 하위 10%의 평균소득은 200만원에 불과하며 하위 50% 역시 1145만원에 그친다.

순수일용직 453만명의 절반인 226만명은 연소득이 300만원 이하이며, 이 가운데 107만명은 연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취업자로 확대하면 연소득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870만명(23%)에 달하며, 하위 42%에 해당하는 988만명의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다.

2018년 순수일용직 330만명의 연소득이 1000만원이 안 되는데, 이처럼 일을 하지만 소득이 적은 근로빈곤층이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 다시 말해 불로소득을 고자산가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자산의 경우 상위 10%가 배당소득의 94%, 이자소득의 91%, 주식양도차익의 87%를 차지한다. 부동산의 경우 상위 10%가 양도차익의 58%, 임대소득의 49%를 점유하고 있다.

걷는 데만 혈안이 된 조세정책

이처럼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문제는 정확한 분석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 안에 연구분석 전문가가 350명이 있고 영국 역시 정보분석국 안에 400명이 세금의 효과를 연구하고 그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세청은 세금 걷기 바쁘지, 효과에 대한 분석은 전무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 이재윤 팀장은 “우리나라 국세청에 국세통계담당관이 있지만 그 안에 통계전문가가 고작 1명에 불과하다. 세금을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팀장은 “집이 100채가 있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감면해준다. 국세청이 이런 자료를 분석해서 제공하지 않으니 과세, 비과세에 대한 연구‧분석이 없다”며 “기재부가 국가채무비율이 45%가 넘으면 안 된다고 결사반대하는데, 그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상위 10% 소득자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19.8조원으로 31%를 차지한다. 반면 하위 10% 소득자들이 반은 감면 혜택은 3000억원으로 0.5%에 불과하다. 저소득자들에게 연말정산은 남의 일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지적한다. 더 많은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소득을 공제받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소득공제가 적거나 아예 없어서 부의 재분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근로소득공제가 가장 높은 나라로, 최근까지도 근로소득공제에 대한 상한이 없는 유일한 OECD 국가였다. 2020년 귀속 소득부터 2000만원 한도가 적용된다.

가천대학교 유종성 교수는 “근로소득 공제가 면세점 이하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반면 고소득자에게는 최대 924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역진성을 개혁하는 방안으로 캐나다와 같이 근로소득공제를 모든 근로소득 연말정산자(1800만명)에게 동일 금액의 근로소득 세액공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1987년 신자유주의 세제개혁으로 소득세 세율을 내리는 대신 역진적인 소득공제를 페지하고 모든 납세자에게 같은 금액의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현재 1인당 세액공제는 1745 캐나다 달러(약 153만원)인데, 산출세액이 이에 미달하는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탈리아는 세액공제를 소득이 올라가수록 감액하거나 핀란드처럼 환급형 근로장려금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 교수는 “1800만 연말정산 근로소득자에게 연 197만원을 지급하거나 일용근로소득자까지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 신고를 하게 해 2300만명에게 일종의 참여소득으로서의 근로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기본소득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세지출 조정하면 기본소득 가능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계기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국가 붕괴 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기본소득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잘못된 조세지출을 조정하고 이후 부족한 부분만큼 증세가 이뤄지면 기본소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소장은 “기금이 한번 설치되면 관료 등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잘못된 경로의존적 지출이 지속된다. 11개 사업성 기금에 존재하는 여유자금 규모만 14조원”이라며 “주택도시기금, 복권기금 등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금을 포함하면 여유자금 규모가 45조원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재정의 칸막이로 한쪽에서는 돈이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이 모자라는 현상도 문제다. 정 소장에 따르면 석면제거, 장애인고용 등은 돈이 부족하기는커녕 각각 500억원과 1.3조원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스포츠토토 수입 및 전기요금의 3.7%가 자동 적립되면서 세원이 지나치게 풍부해, 방만한 사업을 하고도 여유자금이 남아돈다.

정 소장은 “7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사업성 기금이 아닌 보험성 기금이기 때문에 사업에 사용할 수 없지만, 운용방식을 현재의 금융투자 위주의 방식에서 임대주택 등 사회적 책임투자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임대주택시장 안정화와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 수익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잉여자금도 심각하다. 2018년 잉여금만 69조원, 순세계잉여김이 35조원 급증했다.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과천시, 안산시, 시흥시, 강남구로 각각 전체 세출의 82%, 57%, 52%, 52%가 쓰이지 못하고 대부분 현금으로 남았다.

정 소장은 “68.7조원 전체가 실질 총지출을 늘린다면 당해연도 GDP 성장에 1.7% 기여할 수 있다. 못쓴 돈 만큼 내수가 악화되고 남긴 돈 만큼 주민들의 행정서비스가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소장은 “공제제도를 줄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인적 공제의 경우를 보자. 잘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고 공제혜택도 더 많이 받고 있다. 기업 대상 공제가 50조인데, 이 가운데 8조원이 대기업”이라며 “한국은 채무의 2배 규모 채권을 가진 10개도 안 되는 채권국가다. 조세지출을 먼저 조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증세를 검토한다면 기본소득 지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