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교통 부문 43%, 산업과 전력 감소량도 43% 차지

[환경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동 제한 조치가 취해진 4월 초 전세계 일일 탄소 배출량이 작년 대비 17%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같은 시기 15% 가깝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 미국 스탠퍼드 등의 교수들이 주축이 된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클라이밋체인지에 우리 시간으로 20일(수) 공개한다.

연구팀은 지난 4월7일 이동 제한 조치와 방역이 한창일 때 전 세계 일일 탄소 배출량은 2019년 일평균치와 비교해 17% 감소했고, 감소량은 1700만톤(17 MtCO₂)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일 탄소 배출량은 2006년에 마지막으로 측정됐던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제공=GSCC>

자동차 등을 포함하는 육상 교통 부문에서 줄어든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 감소량에서 거의 절반을 (43%) 차지했다. 산업과 전력 분야를 합산한 탄소 배출 감소량도 전체 감소량에서 43%에 달했다.

항공 분야는 이동 제한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비중이 3% 정도이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전체 탄소 배출 감소량에서는 10%를 차지했다.

재택근무 등으로 인한 건물에서의 탄소 배출량 증가는 다른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 감소분을 미세하게 상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2019년 평균과 비교해 ▷중국이 23.9% ▷미국이 31.6% ▷유럽이 27% ▷한국이 14.7% 등으로 일일 탄소 배출량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사회적 대응 노력만으로는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제공=GSCC>

연구를 주도한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코린 르 쿼헤 교수는 “이동 제한 조치는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경제, 교통,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얼마나 고려하는 지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전 세계 탄소 배출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르 쿼헤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고, 앞으로 닥칠 여러 위기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에 상응하는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 이번 이동 제한 조치 기간에 전체 배출 감소량에서 절반 가깝게 차지한 교통 분야에 대해서는 특히 절실하다”며 “예를 들어, 대도시와 외곽 지역의 경우,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고, 전기 자전거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삶의 질과 공기 질을 위해 훨씬 경제적이고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제공=GSCC>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

연구팀은 논문 작성을 위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97%를 차지하는 69개 국가의 이동 제한 조치를 분석했고, 전 세계 탄소 배출의 89%를 차지하는 지역들은 일정 수준의 제한 초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각 경제 분야가 코로나 대유행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활동 지표 데이터를 사용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별로, 그리고 국가별로 화석 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추산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량은 4월 말까지 총 1048 MtCO₂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된 ▷중국(242 MtCO₂) ▷미국(207 MtCO₂) ▷유럽(123 MtCO₂) ▷인도(98 MtCO₂) 등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EU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자료제공=GSCC>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한 2020년 연간 탄소 배출량은 2019년과 비교해 대략 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제한 기간 및 회복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코로나 대유행 이전의 이동 및 경제 활동이 6월 중순까지 회복된다면, 감소폭은 대략 4%에 머물 것이고, 올해 말까지 일부 제한 조치들이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다면 7%까지 이를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치는 파리기후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수십 년간 매년 필요한 연간 감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카본프로젝트의 의장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롭 잭슨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탄소 배출 감소량은 상당하다. 하지만 파리기후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동 제한 조치 등을 통한 일시적 감축이 아닌,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등을 통한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경기 부양책을 서둘러 내놓는 과정에서 그린 뉴딜의 도입을 미루거나 배출 기준을 완화하면서 앞으로 탄소 배출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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