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의원·그린피스·에너지전환포럼 국회 토론회 개최
“녹색산업 투자해 사회·경제·금융 대전환 모색해야”

‘그린 뉴딜’이 코로나19보다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후변화의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했다. 그린 뉴딜은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산업을 육성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그린 뉴딜을 통해 에너지 전환,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추진한 결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상당 부분 성과도 거뒀다.

반면 한국판 그린 뉴딜은 아직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 뉴딜’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봉운 기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 뉴딜’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21대 국회가 오는 6월5일 개원을 앞둔 가운데 그린 뉴딜 정책을 알리고, 그 필요성을 공론화하지는 취지다.

이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각각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 뉴딜의 필요성’, ‘사회경제 관점에서 바라본 그린 뉴딜의 기대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좌장으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이 참석했다. 특히 오랜 기간 환경운동가로 활동해 오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양이원영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도 토론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경제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린 뉴딜’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출구 ‘전환적 뉴딜’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출구전략으로 디지털뉴딜·휴먼뉴딜·그린뉴딜을 융합한 ‘전환적 뉴딜’을 제시했다. <자료제공=에너지전환포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출구전략으로 디지털뉴딜·휴먼뉴딜·그린뉴딜을 융합한 ‘전환적 뉴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성장과 일자리 창출’, ‘분배와 형평성’이란 그린 뉴딜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휴먼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린 뉴딜은 사람 중심의 가치 위에서 성립하고, 디지털 기술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진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반면, 한국은 그린 뉴딜 구상에 상당히 뒤처져있다”며 “소극적인 환경정책을 탈피하고, 그린 뉴딜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재건의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의 가능성에 대해 “포용성·개방성·혁신성에 기초한 선진적 방역과 휴먼·디지털·그린 전환을 중심으로 한 효과적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아시아 및 국제 협력체제 재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린 뉴딜 핵심 ‘에너지 전환’···일자리 창출·디지털 융합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그린 뉴딜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는 공공성과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재정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진=김봉운 기자>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그린 뉴딜을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 산업의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디지털 산업과의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에너지는 공공성과 경기 활성화, 일자리·소득 창출 차원에서 재정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며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일자리 효과가 엄청나다”며 “이미 전 세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1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00%로 만들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디지털, 바이오 기술과도 융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태양광 농장(solar farming)을 통한 농민소득 창출 ▷육·해상 풍력발전을 통한 주민·지자체 소득창출 ▷디지털 기반 전력 계통연계 ▷그린 모빌리티(수소자동차 등)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바이오 경제 등을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로 예시했다.

그는 또 에너지뉴딜을 통해 ▷에너지 안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확보 ▷신성장동력 발굴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은 에너지 소비 세계 9위 국가이면서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한다. 이외에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미세먼지 농도 OECD 1위 등 불명예를 안았다.

재정투자 건전성 회복 ‘회색부양→녹색부양’

재정투자의 건전성도 회복해야 한다. 홍 교수는 “그린 뉴딜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에 있다. 즉 재정투자 방향성의 문제”라며 “제2공항과 도로건설 등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회색성장에서 벗어나, 에너지뉴딜을 중심으로 한 녹색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추경과 내년 재정을 미래형·융합형 신산업과 일자리·소득 창출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과 시장을 활성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당장 추경에 에너지를 반영한다면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가 포함돼야 하고,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불가피하다면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기업 회생 ▷일자리 창출 ▷소득창출 ▷세수 증대 ▷재정건전성 회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탄소 목표로 법·제도 구체화

(왼쪽부터)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사진=김봉운 기자>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로 꼽힐 만큼 그간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이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환경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그린 뉴딜의 핵심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며 “그린 뉴딜은 작은 사업 정도가 아니라 경제사회구조 전반을 탈탄소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린 뉴딜을 추진하자고 얘기하기에 앞서 한국형 그린 뉴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참여해서 진행할지 등 범주를 구체화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가 탈탄소라는 목표 아래 법과 제도 등을 함께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에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효과를 거둔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질병관리본부처럼 실력 있는 실행조직이 노후 인프라 교체, 에너지 효율화 사업, 재생에너지 확대 등 녹색 회복 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변화 이끌 정책 필요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 역시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라며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예산 소진기간이 고작 7년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은 “현재 한국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역하고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을 내세워 세계적인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상황이지만,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후악당 국가로서 실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린 뉴딜에 ▷실질적인 탄소 감축 ▷일자리와 불평등 문제 해결 ▷석탄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 보호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韓 에너지 전환 늦어···인프라 구축 시급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계 시장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비교했을 때 한국 시장은 지나치게 준비가 늦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로 인한 전력구매계약(PPA)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수출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유럽의 탄소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총 300조원의 배터리 수주를 이뤄냈음에도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이유에 대해 “현지서 보조를 엄청 받는 데다, PPA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제조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를 탈피하려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당장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탄소 배출 시스템으로 경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소영 “탈탄소 위한 명확한 시그널 제시해야”
그린 뉴딜 특별법 제정···강력한 특례조치·고용안정 대책 마련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그린 뉴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봉운 기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과 양원영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성장을 묶어 21대 국회를 반드시 ‘기후국회’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소영 당선인은 “한국형 뉴딜의 두 축은 일상화된 재난을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예방적 뉴딜’과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덜 고통 받고 잘 적응하기 위한 ‘적응적 뉴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방을 위한 뉴딜은 온실가스를 감축해 기후위기를 막는 그린 뉴딜이고, 적응을 위한 뉴딜은 일상적 재난상황에서 비대면 중심 사회를 작동케 하는 디지털뉴딜”이라며 “디지털뉴딜은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동반하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그린 뉴딜이란 석탄·철강·시멘트·석유화학 같은 고탄소 산업들을 축소하고 산업의 중심축을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기온 상승을 1.5℃ 아래로 묶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산업계, 경제계, 금융계에 제시해서 안정적 준비와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 뉴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특별법에서는 사업을 전환하는 기업과 노동자를 위해 여러 가지 혜택과 지원을 주는 강력한 특례조치와 더불어 고탄소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수한 산업구조를 고려해 고용재난 지역 선포 같은 실업 최소화를 위한 대책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원영 “녹색산업 규제완화 동시에 이뤄져야”
인허가 절차 일원화로 재생에너지 확대

양원영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신산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양원영 당선인은 “우리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지에 따라서 인간 경제활동이 지구를 살릴 수도 있다”며 “정부가 재정투자 시 두산중공업에는 풍력발전 쪽으로 전환하고, 쌍용자동차에는 친환경차를 생산하라고 조건을 걸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양 당선인은 “기존의 회색산업을 대체하고 녹색산업을 키우려면 고탄소산업 규제와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인허가 절차를 일원화해 풍력발전을 확대한 덴마크와 대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예로 덴마크의 ‘원스톱숍’(ONE-STOP-SHOP)을 들며 “풍력발전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경우 한 곳에서 모든 인허가 절차가 이뤄진다. 연료가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한계비용 제로’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에서만 비싼 이유는 수십 개의 인허가 단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10년간 60MW의 해상풍력을 준공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대만은 ‘싱글 윈도’(단일 창구)를 만들어 3년 만에 5.5GW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열었다”며 인허가 절차 간소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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