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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⑥]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살고 있다
6월5일 환경의 날, 지구생명체 연대와 포용
대규모 해빙으로 남극에 사는 펭귄 15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당신은 어떤 동물을 닮았나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테스트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심쿵 동물 찾기’도 그중 하나다. 간단한 심리 문항 몇 가지나,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어떤 동물을 닮았는지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준다. 사람들은 내게 황제펭귄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건 아마 목소리를 높여 친환경 생활 실천을 권하는 나의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직접 보기는 힘든 펭귄을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인기 크리에이터 ‘펭수’로도 친근하다. 그런데 요즘 펭귄이 사는 남극의 상황이 심상찮다. ‘남극의 눈물’을 제작한 김진만 PD는 ‘그린멘토 미래의 나를 만나다’(2014)라는 책에서 “1961년 남극조약 이후 학술적인 탐사 외엔 개발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의외로 환경오염이 심하다. 남극 베처바이지 섬에서는 한 해 태어난 펭귄 1800마리 중 8마리만 살아남은 때도 있다고 한다. 무너진 빙산이 펭귄 서식지를 가로막는 바람에 먹이 사냥을 못 해서 떼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책에서 강성호 극지연구소 연구원도 “남극반도 넬슨 섬 인근 맥스웰만 연안에서는 육안으로도 눈이 녹는 것이 쉽게 확인되었다. 몇 년 사이 남극해 수온이 상승하여 많은 수중생물이 사라졌다. 해초를 먹고 사는 크릴새우가 사라지고 있고, 크릴새우를 먹는 해양 동물들도 사라지고 있다. 남극 빙하가 녹음으로써 2100년까지 해수면이 약 50cm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남극은 기후변화로 인해 유빙이 소멸되고 있다. 크릴새우는 지난 40여년간 70%가량 줄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정말 화젯거리인 건강보조식품인 ‘크릴오일’의 원료가 바로 크릴새우이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약 23만7000톤이던 크릴 어획량이 2018년엔 약 31만2000톤으로 8만톤가량 증가했다. 한국의 크릴 조업은 세계 2위로, 17% 정도를 차지한다. 펭귄은 지금 유빙 소멸, 크릴의 자연감소, 크릴 조업이라는 삼중고에 빠졌다. 크릴새우 하나쯤은 우리가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휴대전화 제조에 필요한 콜탄 채굴로 인해 고릴라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이번에는 아프리카에 사는 고릴라의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핵심 재료로 쓰이는 탄탈룸은 콜탄이라는 광물에서 추출한다. 이 콜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국립공원에 주로 매장돼 있다. 따라서 콜탄을 채굴하면 고릴라의 서식지도 파괴된다. 그러나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 통신 기기들의 패션화 바람이 불면서 폐기량도 급증했다. 결국 콜탄을 필요 이상으로 채굴하면서 고릴라의 터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숭문중학교의 친구들은 환경수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새 휴대전화를 사고 싶은 욕구를 먼저 줄인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이들의 절약이라고 생각한다. 또 일부는 자신의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폐 휴대전화를 모아 얻은 수익금을 콩고민주공화국 후원 단체에 기부하는 기특한 실천을 한다.

우리는 환경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환경이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고 새로운 산소로 호흡하며, 물을 마시고, 토양에서 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또한 옷을 입고, 휴대전화와 가방을 챙겨 학교와 일터로 향한다. 이처럼 우리는 환경을 벗어나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자연과 자원, 삶의 터전으로서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우리가 환경에 얼마나 의존하고 살아가는지 생각해야 한다.

태국 꼬창 섬에서 만나 Trash Hero팀

지난해 여름 친구가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태국 꼬창 섬의 왓클롱손초등학교에 강의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Trash Hero팀을 만났다. Trash Hero는 태국의 환경단체로 전국에서 약 8만명이 매주 수요일 플로깅(plogging)을 한다. 플로깅이란 스웨덴어 플로카업(plokka upp, 줍는다)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그들이 플로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도착하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날 Trash Hero가 되어 커다란 봉투를 어깨에 메고 해변에서 아름다운 달리기를 했다.

이후 섬을 나와 북쪽 빠이 마을로 향했다. 태국인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가 바로 빠이 마을이라고 한다. 이 마을의 농부들은 달팽이와 반딧불 등을 보존하기 위해 농약 사용을 줄였다. 카페에선 일회용 컵이 아닌 대나무 컵을 사용한다. 자신의 대나무 컵을 챙겨 재방문하면 음료 가격이 할인된다. 상점에선 한국에서 넘어온 플라스틱 비닐로 에코백을 만들고, 치약 튜브로는 동전 지갑을 만들어 판매한다. 어느 날 밤엔 호롱불을 든 야간 투어 가이드에게 “왜 손전등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적인 방법이 아니라서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연환경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아가 태국 정부는 미세 플라스틱, 캡씰,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지난해 금지했다. 올해는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도 금지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학교 중학생들과 플라스틱 히어로 팀을 만들어 학교에서 플로깅을 시작했고, 광화문광장에서 캠페인도 펼쳤다. 그리고 지금 환경교사모임에선 노 플라스틱(no plastic) 챌린지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숭문중학교 플라스틱 히어로 팀

6월5일은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됐다. 환경 보전을 위해 전 세계 모두가 참여해 작은 실천에서부터 환경 보호가 시작됨을 알리기 위함이다. 143개국이 참여할 올해의 주제는 바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 환경의 날(WED, World Environment Day)에서는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을 내어 주위를 둘러보기 ▷자연의 소리를 듣기 ▷공원에서 운동하기 ▷밤하늘에 빠져보기 ▷식물이나 꽃으로 나만의 자연 공간을 만들기 ▷먹을 것도 직접 키워보기 ▷환경단체에 가입해 활동해보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자연환경을 자주, 그리고 마음껏 느끼며 우리의 환경 감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인간은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자연환경을 도구로 간주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삶은 인간과 자연환경을 분리해 무분별한 자원 개발을 정당화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환경 문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모든 존재를 객관화할 수 있고, 수량화할 수 있으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있다”며 인간 중심적 사고를 비판했다. 실제 코로나19는 자원 개발을 통해 성장해온 지구인에게 경고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에너지 소비 중심의 경제발전이 낳은 기후변화, 그로 인한 지금의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은 분명 환경의 위협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년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이 향후 10년간 인류가 맞닥뜨릴 가장 큰 위험 요인 ‘톱5’로 꼽혔다. 가장 큰 위협은 급격한 기후변화다. 이어 기후변화 완화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이 초래한 환경재난을 2~5위로 꼽았다. 6~10위는 데이터 사기 및 절도, 사이버 공격, 물 부족, 거버넌스 실패, 자산 거품 순이다.

지금 경제 침체에 많은 사람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나아가 우리는 크릴새우, 펭귄, 고릴라, 달팽이, 반딧불 등의 개체 수 감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운명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살리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자연환경이 일시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사람들의 외출이 끊기자 한국의 공기가 깨끗해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에메랄드빛 물 색깔을 되찾았다. 인도에서는 연을 날리는 원숭이가 포착됐고, 해변에는 부화한 새끼거북들이 떼 지어 등장했다. 태국에선 희귀한 분홍돌고래가 출현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우리는 지구의 자정 능력이 회복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6월5일 환경의 날에는 지구생명체 연대와 포용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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