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캠프페이지 문화재 발굴작업 중 TPH 8배 초과 확인

[환경일보] 정화 작업이 끝난 지 8년이 지난 춘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터에서 지난 5월 초 문화재 발굴작업 중 토양에서 기름띠와 기름층이 발견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토양분석 결과 미군기지 터 깊이 3m 지점에서 오염물질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수치가 3083㎎/㎏이 확인됐다. 법정 기준치를 6배 초과한 수치다.

문화재 발굴 및 이후 계획된 공원 조성 사업은 연기될 수밖에 없고, 춘천시장은 국방부에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사진제공=녹색연합>

반환 당시 TPH 기준 100배 초과

춘천 캠프페이지는 2007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기지다. 반환 당시 토양은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100배 이상 오염돼 있었고,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 등 전체 오염면적은 5만6000여㎡에 달했다. 정화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총 오염양은 8만8000㎥로 늘었다.

당시 국방부가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정화작업(2009.08~2011.12)을 완료했음에도 최근 다시 오염이 확인된 것은 그만큼 미군기지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곧 반환될 용산 미군기지와 최근 반환 받은 부평·원주·동두천 미군기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반환받은 부평·원주·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은 정부 추산 무려 1140억원에 달한다.

부평 미군기지의 경우, 발암물질 다이옥신에 대한 토양정화 국내기준도 없고, 정화방법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고 정화 방법을 실증 실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4개 미군기지 정화비용 1140억 추산

2007년 춘천 캠프페이지와 함께 23개 미군기지를 돌려받았을 때, 대부분의 기지에서 국내 토양지하수 기준치를 언급하는 게 무색할 만큼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반환협상 과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정도였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 결과가 SOFA 환경조항 취지와 절차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오염 치유 기준이 모호하고, 국회 비준 없이 막대한 정화비용을 부담하게 된 점, 정보 비공개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다. 춘천 평화생태공원(캠프페이지), 부산 시민공원(캠프 하야리아), 매향리 생태평화공원(쿠니 사격장), 원주 문화체육공원(캠프 롱), 부평 신촌공원(캠프 마켓) 등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상당수는 공원으로 조성됐거나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부산DRMO 미군기지에서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용산 역시 서울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조성된다. 오랜 기간 군사기지로 사용되다 공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에 앞서 오염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군기지 반환협상이 오염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다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결국 한국 정부가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미군기지를 미리 반환받고, 미군 측에 정화 책임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반환 미군기지 환경 문제에 남은 시간이 없다.

녹색연합은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건설됐고, 전체 부지 건설비 100억 달러 중 한국 정부가 92%를 부담했다. ‘새집’을 제공하면서 70년 이상 사용한 ‘헌집’을 오염 상태 그대로 돌려받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SOFA 환경조항을 구속력 있게 개정하는 것은 물론, 평상시 사용 중인 미군기지의 환경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미군 측에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책임에 대해 제기하고,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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