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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달 기획특집] 환경은 가능성만으로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홍정기 환경부차관 인터뷰

절차적 규제개선은 가능하지만 환경가치 훼손은 안 돼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위반 시 받는 처벌이 더 커야

[환경일보] 지난 3월23일 임명된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충북 운호고,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와 미국 델라웨어대 석사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행정고시(35회) 합격 후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환경부 한국유역환경청장 등을 역임했다.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4대강조사평가단장을 끝으로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다시 차관으로 복귀한 홍정기 차관을 만났다. <편집자 주>

홍정기 환경부차관 <사진제공=환경부>

Q. 차관으로 임명된 소감을 듣고 싶다.

A.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차관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되나, 그런 고민도 많이 했다.

공무원 생활을 환경부에서 시작했다. ‘환경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굳이 미래세대라고 하지 않아도, 내 자식, 손자에게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만을 위해 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환경부다.

최근 10년 후 기후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10년 후면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다. 환경가치라는 것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지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 환경피해 사례를 보더라도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Q. 설문조사 등을 보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많지만, 비용 지불에 대해서는 여전히 꺼리고 있다.

A.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며 제도, 정책을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 미세먼지 같은 부분은 직접 느끼는 부분이어서 우리 사회가 비용을 지불하는 등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다만 산업구조를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계도 있다. 상당 기간 시간을 두고, 지향하는 목표점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차츰 바꿔 나가야 한다.

홍정기 환경부차관이 환경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엠에이티플러스(주)를 방문해 코로나19 이후 기업 경영의 어려운 점을 듣고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Q. 10여 년간 환경부가 부침을 겪어왔다. 개인적으로 좌절하는 젊은 공무원들을 꽤 봤다. 정부 내에서 야당 역할을 하는 부처로서 소신이 꺾이는 것 아닌지 걱정이 든다.

A. 30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환경부가 기본적인 환경 가치를 버렸는가,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예로 든다면 좀 그런데, 대통령의 국정과제나 정책기조를 일개 부처가 못하겠다고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한계 내에서 기본적인 환경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변명하고 싶다.

물론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영주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지금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라고 해서 엄청난 양의 축산 오염물이 없었겠는가? 수질모델링을 제대로 하고, 검증했다면 이렇게 됐겠는가?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후변화, 온실가스 업무 상당 부분 기획재정부, 국조실로 분산되면서 젊은 직원들이 자괴감이 들었을 수 있다. 환경부가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잘못도 있지만 외부 한계 속에서도 환경적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아 달라.

또한 다른 부분에서 성과도 많았다. 녹색성장 틀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다.

환경부는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가 다른 정책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하지만,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장‧차관, 실장들이야 목소리를 높이고 협의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직원들은 정부조직법상 환경부에 맡겨진 책무를 다하면 된다.

홍정기 환경부차관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활용업체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Q.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규제완화 요구다. 지금도 화평법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 규제완화는 2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규제완화 자체가 환경적인 원칙이나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대 변화에 동떨어진 불필요한 규제다. 두 번째 부분은 완화라기보다 규제혁신이고 필요한 부분이다.

규제혁신을 통해 환경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IOT, 사물인터넷을 논하는 시대에 과거 방식의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통합허가제를 비롯한 제도적 발전이 이뤄졌다. 환경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규제혁신을 한 것이다.

예전에야 배출가스 단속한다고 자동차 가스 배출구에 직접 측정기를 들이댔지만, 지금은 자동차 자체를 친환경자동차로 바꿔가고 있다. 친환경차로 바꾸는 것 역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국민적 인식, 기술적 발전에 맞춰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홍정기 환경부차관을 세종시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환경부>

Q. 패스트트랙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A. 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체계 마비 등으로 인한 국내 공급망 회복을 위해서는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70일 걸리던 인허가를 30일로 줄이는 것은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다.

본래 민원이 들어오면 접수 순서에 맞춰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긴급한 사안도 그렇게 처리하면 기업이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검토해야 할 사안을 대충 넘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더 부담을 갖고 처리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따로 점검하고 있다.

영세업체의 환경개선을 위해 컨설팅, 자금지원을 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무조건 빨리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화평법, 화관법 완화해 달라, 면제해 달라’ 등의 정책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런 들어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가 안 되고 얻을 수 있는 것마저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적인 원칙을 지키면서도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자고 했고,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했다.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것들을 개선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응할 수 있지만, 화관법 완화 이야기를 해버리면 환경부 입장에서는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고 서로 손해다.

홍정기 환경부차관이 코로나19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 인·허가 기간 단축 첫 적용을 받은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업체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시찰하고, 화학사고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에 한층 더 힘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Q.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환경범죄가 1심에서 사법처리 된 사례가 35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71.4%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환경법을 위반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100인데 비해 어겼을 때 불이익이 1에 불과하다면 누가 그 법을 지키겠는가?

A. 맞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감당해야 할 페널티가 더 크게 만드는 쪽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폐기물관리법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됐고, 수입자동차 배출조작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논의도 그런 맥락이다.

이전에 비해 검찰 수사단계에서, 법원 판결단계에서 환경범죄가 작은 사건으로 취급 받는 것도 많이 달라졌고 환경부 역시 최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포렌식 등 최첨단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환경부 특별수사단이 근무하는 정부과천청사에는 지난해 4월 디지털포렌식센터가 문을 연 바 있다.

예전처럼 적당히 단속해서 기소하면 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꼼짝 못할 증거를 수집해서 국민건강에 큰 피해를 입힌 범죄라는 것을 입증한다면 법정에서도 엄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사회 인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TMS 조작으로 구속까지 갔다는 것은 환경범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소를 유지하서 적절한 처벌을 받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길 중 하나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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