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물관리 기회.. 물값 현실화, 하수재이용 등 추진해야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만,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다. 극심한 가뭄을 매년 반복해 겪으면서도 뾰족한 대안 없이 버티다가 절묘한 타이밍에 하늘에서 내려준 빗물에 의지해 어려운 상황을 넘겨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에 의거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작년 출범했고, 올해 말까지를 목표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6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양질의 물을 필요한 만큼 누리기 위한 큰 그릇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물 관리 문제 중 첫 번째는 높은 취수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41%의 취수율을 보이고 있는데 과다한 하천수 사용에 따라 수질관리 및 하천생태계 보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수원 다변화와 하수재이용 등의 방법을 적극 모색해 건전한 물확보 체계를 갖추도록 도전해야 한다.

1967년만 해도 서울에는 공동 우물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30여년간 엄청난 규모의 상수도 건설이 진행됐고, 2017년엔 99.1%의 국민이 상수도 서비스를 누리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건설에만 치중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시설은 계속 노후화됐고 수질이 나빠지면서 수도서비스의 수준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자체 장들은 보이지 않는 땅속 시설에 무관심하면서 적절한 투자에 등을 돌렸다.

그 결과 인천, 서울, 안성, 평택, 포항 등의 일부 지역에서 녹슨 수돗물 사고가 발생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더 큰 규모로 계속 터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물은 생명 유지와 산업활동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물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물가관리에 의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물 서비스 요금은 물의 가치를 평가절하토록 만들고 생활 속 물 낭비를 초래해왔다.

언제든 꼭지만 틀면 물이 펑펑 쏟아지고 물은 거의 무료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한 잔에 4000~5000원에 달하는 브랜드 커피는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면서도 한 달에 15,000여원에 불과한 수돗물 값은 절대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가구 당 한 달 지출 통신비의 10%도 안되는 수준인데도 말이다.

물 관련 통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산업별로 물을 얼마나 사용하고 처리하는지 실측값이 없어 추정값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을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가 방치되 온 것이다. 서둘러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확한 통계를 작성해 정책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국가 물관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맞춤형 대안을 만드는 것이 맞다. 또한,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절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미래지향형 통합물관리정책 수립의 주체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들이 코로나 사태라는 큰 위기를 감내하면서 의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작금과 같은 사회분위기를 선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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