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 확보가 아닌 효율적인 물 사용이 통합물관리의 핵심

지난 6월11일 롯데호텔서 열린 포럼 참석자들 <사진=최용구 기자>

[롯데호텔=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물관리기본법은 물의 공공성을 고려하고 건전한 물순환으로 ‘통합적 물관리’를 해 나간다는 기본원칙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정책방향을 제시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오는 연말께 수립될 예정이다. 물에 대한 최상위 헌법 제정과도 다름없다. 

이처럼 정책적 큰 전환기를 맞은 시점에 지난 6월11일 서울 롯데호텔서는 ‘스마트 통합물관리-국민과 함께하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물관리 기술과 정책’ 주제의 공동하계포럼이 열렸다. 

(사)대한상하수도학회와 (사)한국물환경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자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온라인 생중계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표와 토론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수립 중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놓쳐선 안될 정책적 성공의 열쇠로 ‘상하수도’를 꼽았다.

수요자 중심돼야 할 상하수도 정책 

상하수도는 지속적인 물의 이용과 보전이라는 측면이 강조돼, 그만큼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합리적인 공급과 배분이라는 공공서비스 기능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은 관련된 국내 계획들이 사업 위주로 편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KEI는 현재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총괄하고 있는 기관이다. 

안 연구위원은 “상수도 사업을 하는 공급자 기준으로부터 수요자 측면에서 평가하고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자가 받는 서비스를 목적으로 두고 사업관리에 필요한 ▷경영 ▷기술 ▷재정 ▷인력 ▷사업구조 등의 유틸리티를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구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상에는 ‘상하수도’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 이에 정책의 체계적인 실행을 위해서 상하수도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넣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이날 참석자들로부터 나왔다.

오봉록 한국수자원공사 통합물관리본부장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도계획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 원칙을 바탕으로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필요의 이유로 들었다.

상하수도의 특징이 물관리기본법의 기본원칙에 포함되는 ‘물 수요관리’와 ‘유역별 관리’의 맥락과 맞아떨어진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해당 법 원칙의 정책적 실현이 목적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상의 원칙으로서 충분하다는 의미다.

김영란 서울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지방상수도 광역화와, 하수처리장을 소규모화 시킨 에너지 저감형 체계가 계획 상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지역에서 에너지 저감형의 수도를 생산하고,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수도와 하수도가 분리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물관리를 위해선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에 대한 관심은 관련 실무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표로 참석한 (주)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취수원에서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로 구분해 관리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수질이 보장된 깨끗한 물은 가급적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공업용수는 하수재이용 등을 활용해 주변의 대체 수자원을 쓰자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섬진강 취수원의 깨끗한 물은 대부분 여수나 광양의 공업단지 용수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댐의 물을 산업단지의 주요 수원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도, 공업용수 대체수단으로서 하수재이용의 필요에 무게를 싣는다.

오봉록 수자원공사 통합물관리본부장은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이러한 방식의 안정적 용수공급체계를 확보하는 데 출발점이 될 걸로 기대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상하수도’ 포함돼야 

환경부는 수도법 개정에 따라 현재 하위 법령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으로, 수도사업자에게 수도공급과정의 수질오염을 방지토록 책무를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수도시설 노후화에 따른 관로 새척이나 갱생 등의 주기적인 유지관리도 법제화가 예고돼 있다.

하폐수의 수자원 이용 강화 측면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수도정비기본계획 상에 하수재이용수를 공업용수 범주에 포함시켜 인가를 받아 관리되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안에 ‘상하수도’라는 표현이 없어 “관리에 소홀해 지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깨끗한 물과 환경을 제공해 우리 삶의 질과 직접적, 지속적으로 연관되는 상하수도가 국가 물관련 최상위 정책의 비전과 가치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 참석자들이 의문을 표시했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에 대한 모든 관리의 최상위 헌법과도 같다. 지금은 수량 확보보다 효율적인 물사용이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것이 통합물관리의 주제다. 물 사용의 중심에는 상하수도가 있다. 통합물관리에 상하수도가 없다는 것이 지금 계획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참석자들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상하수도'가 구체적으로 언급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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