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중식이 만난 뻔FUN한 예술가 ㊳] 임경희 작가

meteor shower, 390×89.4cm,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9

[환경일보] 자개는 화려한 꿈을 꾸는 생명체이다. 그것은 또 다른 공간을 꿈꾸던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흥분된 맘으로 자개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오래된 그릇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그릇도 흙의 또 다른 탄생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끝내는 부서지고, 다른 것이 되어가는 흙. 무기물이 유기물로, 유기물은 다시 무기물로, 이것은 또 다른 유기체가 된다. 정체되었던 것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듯 오래된 유물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간의 작업은 환생, 또 다른 세상으로의 전이, 지향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 같은 세상으로 나아가고픈 내재적 욕구와 열망을 표현한다. 자개라는 매체가 겉으로 투박함을 지님에도 그 안의 빛남을 간직하고 있듯 생명체는 발현되는 새로운 희망 세계를 은밀하지만 위대하게 소유하고 있다. 작품들은 ‘받다’, ‘담다’, ‘이루어지다’ 라는 이미지 구현을 이룬다. 변해가는 형상의 모습과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조우하고 어루만져 재탄생을 꿈꾸게 한다. 생태계가 생명체들의 끊임없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은은하면서도 잔잔한 색채의 화려함은 내재한 꿈의 세계와 일치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빛’의 형상을 만들어나가는 자개 작업

The infinite stars, 130x80.3cm,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8

임경희 작가는 자개를 주 오브제로 사용한다. 그는 자개를 통해 빛의 형상화 과정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이는 빛의 재탄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린 시절 모래알, 부서진 그릇, 장롱에서 떨어진 자개,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를 모아 형체를 만드는 놀이가 작가에게 ‘기억을 모으는 일’이었다면, 작은 자개 조각들을 모아 빛의 형상을 만들어나가는 그의 작업은 ‘변형과 환생, 기억의 형태를 더듬어 미래를 조우’해보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무기물이 재료인 유기물이 되고,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지닌 형상은 다시 관람객과 더불어 유기체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변화한다.

being moon, 72.7×72.7cm,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7

오래전부터작가는 “소외당하는 것들을 다시 주목받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라고 말해왔다. 할머니께서 가마에서 항아리를 만드시는 일을 하셨는데, 완성된 아름다운 항아리 보다 미완성된 깨진 항아리 조각을 보며 ‘가치 있는 새로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공상에 잠겨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임경희의 작품은 자개 조각이라는 오브제를 매개체로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주재료로 사용되는 자개 mother of pearl은 ‘빛’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canvas 위에 혼합된 acrylic painting 재료와 함께 표현된다. 가내 수공업장에서 쓰다남은 자개의 파편들을 모아버려지거나 소멸해가는 것을 재해석했다. ‘캔버스 위에 재탄생’이라는 의미의 작품을 시작으로 현재 다양한 형상의 이미지와 의미로 진화해오고 있다.

빛을 받다 VII, 60.6×60.6,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7

임경희는 빛의 강도에 따라 각각의 색으로 발현하는 자개를 활용해 새로운 형상으로 변이시키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과 소멸, 소망과 바람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그의 작업은 무기체 같아 보이지만, 실은 유기체였던 생물의 변환과정을 통해 그 안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어떻게 발산하며 이동하는지 드러낸다. 자개 빛의 변형과 이동은 발광하면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간다.

빛을 담다 IV, 100×80.5cm,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6

“달과 별처럼 우주에 빛나는 것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매개체”라는 작가의 생각에 동감한다. 달에 소원을 비는 순간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처럼, 임경희의 작품에서 달빛과 별빛의 샤머니즘적 형상이 자개라는 재료에 의해 나타난다.

최근 미술계의 활동 분야가 넓어지면서 작가들이 창조할 수 있는 형상과 소재 form & matter의 폭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Je suis un bol, 100×80.3cm, Mother of pearl & Acrylic on canvas, 2015

모든 사물은 항상 더 나은 형상의 구현을 꿈꾼다. 이러한 의미에서 임경희 작가의 세계관은 낙관적 optimistic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작가에 의해서 자개의 질료는 원가 같은 기하학적 형상으로, 또는 작가 기억 속의 도자기 형상으로 드러나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자개와 같이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형상은 다를 수 있다. 달 모양과 같은 형상이라고 하더라도 질료는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재료는 일정한 형상을 위한 구체성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경희 작가는 프랑스 파리 세르지 국립미술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한 뒤, 자개를 이용해 빛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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