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이들 엘리뇨와 라니냐







- 알고 보면 아주 자연스런 자연 현상
- 온실기체 대량 배출이 발생빈도 높여

- 육상생태계 변화, 농작물 피해 심각 - 엘리뇨 못지 않은 라니냐도 큰 문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기상
이변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전 세계 각지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너무 크다. 기상학자들은 점차 빈번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에 대해 여러
각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도 과거 3∼6년 주기로 발생하던 엘리뇨 현상이 산업혁명 이후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발생주기가 짧아지면서 이상 기후의 원인이 되고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편 엘리뇨뿐 아니라
라니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번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가 엘리뇨 못지 않고 또한 이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미흡한 현실이어서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심각하다. <편집자 주>


        




엘리뇨(El Nino)란 스페인어로 남자아이(The
child) 또는 아기예수를 의미하는데, 이는 남미 페루 등에서 주로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엘리뇨는 태평양 페루 부근 적도 해역의 바닷물 표면 온도가 주변 바다보다 2∼10℃쯤 높은 상태가 6개월에서 1년 반정도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확한 기상용어로 분석하면 페루주변 해수면의 온도가 0.5℃ 이상 높아진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일컫는다.

원래 엘리뇨는 수년에 한번의
빈도로 발생하던 것으로 해면수온이 평년에 비해 2∼5℃나 높은 상태가 반년에서 1년 이상이나 지속되어 수온 상승에 따른 영양염
감소에 의해 물고기의 먹이 플랑크톤이 격감하여 안쵸비(멸치의 일종)를 비롯한 연안어업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페루와 에콰도르
일대에 호우가 빈발하는 등 날씨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거의 매년 엘리뇨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원인이랴 파악되고 있다.

엘리뇨현상이 나타나면 일반적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동북부 등지에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지고, 반면 화남 및 일본 남부
등 아열대 지역과 적도 태평양 중부, 멕시코 북부와 미국 남부, 남미대륙 중부에서는 홍수가 나는 등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나타낸다.
또한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에 걸쳐 고온 경향이, 미국 남동부는 저온이 되기 쉽다. 즉, 엘리뇨현상이 발생하면 태평양상의 에너지
분포가 바뀌고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페루 등 남미지역과 태평양을 둘러싼 열대, 아열대지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등지에
이상기상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엘리뇨가 가장 강했던 82∼83년에는 타히티부터 인도에 걸쳐 가뭄과 산불, 홍수 및 허리케인으로 2천 여명이 숨졌고, 1997년에는
인도네시아 산불로 동남아에서 연무현상(연무현상은 습도가 비교적 낮을 때 대기중의 수분이 대기중의 매연,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아황산가스등의 대기오염물질과 결합하여 입자상태의 미세한 미스트를 형성하여 공기 중에 떠있어서 공기의 색이 우유빛으로 부옇게 보이는
현상)도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대륙북부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는 반면, 남부에서는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입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파푸아뉴기니, 페루,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미국, 캐나다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게 엘리뇨 현상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엘리뇨는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적도에서 뜨거워진 열을 다른 곳으로 전파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엘리뇨는 지난 50년 동안
약 15회 발생하여 여러 가지 지구상의 기상이변을 일으켜왔다. 특히 1982∼83년 발생한 기록적인 엘리뇨에 이어 1997∼98년의
엘리뇨는 또 다른 기록적인 자연 현상으로 남았다.

대기과학자들이 최근 들어 엘리뇨가 연이어 발생 할 뿐 아니라 점차 강력해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즉
엘리뇨가 82·83년, 86·87년 발생한 이후 매년 점점 더 높은 빈도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가 대기 중에 대량 방출되면서 금세기 들어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등 기후 온난화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 기온이 우리나라의 강수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한 예측치가 없어 추정이 힘들지만, 몇몇 자료를 보면 지구온난화 현상이 엘리뇨
현상과 겹칠될 때인 7월과 8월 정도에 강수가 크게 감소하고, 겨울철 강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엘리뇨 시기가 페루해안에서 발생한 후 5-6개월 후에 발생한다는 연구발표는 장마기와 태풍발생 시기인 6월, 7월경에
강력한 태풍에 대한 재난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리고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온난화와 엘리뇨 현상이 겹칠 때, 한반도의 경우 하천의 길이가 짧은 산지지형이기에 수자원의 원수
공급 구역은 뚜렷이 구별되나 반면 호우 및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매우 취약하다. 하천의 길이가 짧으면 홍수시 완충
역할을 하기가 어렵고, 하천의 자정작용이 어려워 수질오염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가뭄시 물 저수량의 감소로 인한
수질악화와, 가정하수 등에서 배출된 합성세제 내에 포함된 인성분이 저수량 감소와 따뜻한 기온으로 호수아래에 있던 여러 가지 물질들과
혼합되면서 표면으로 올라와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엘리뇨에 의한 영향은 크게 육상생태계의 변화와 수산물과 수질 피해, 농작물 피해 등으로 나뉜다.

육상생태계는 이상 고온으로 식물뿌리에 기생하는 각종 해충이 일찍 알을 깨면서 나뭇잎 대신 새순을 갉아먹게 되고, 특히 6∼7월이
제철인 식물들이 5월에 움트면서 곤충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철새는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번식시기를
놓칠 우려가 짙다. 뿐만 아니라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비브리오 폐혈증 주의보가 빠르게 발령되기도 하며, 동해안 가리비 양식장의
어획량도 절반 이상 줄어 석회조류의 이상 번식에 따른 백화현상으로 어획량이 격감하고 있는 추세이다. 농작물의 경우도 역시 작황이
좋지 않고 마늘, 양파등 겨울에 파종한 농작물은 잎만 무성하여 피해가 우려된다.

엘리뇨와 함께 우리를 긴장시키는 라니냐(La Nina)는 엘리뇨와는 반대로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라니냐는 여자아이를 의미하는데, 과거처럼 올해도 라니냐가 엘리뇨의 뒤를 이어 출현할지 여부는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라니냐는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엘리뇨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리고 라니냐는 엘리뇨와 달리 기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가 많이 미흡한 현실이어서 그 문제 발생에 대한 대책마련이 더
쉽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자연재해와 식량관계에 관한 보고서에서 97년 4월부터 지금까지 41개국이 홍수를 겪었고, 22개국이
가뭄에 시달려 왔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지구촌이 식량파동을 겪게될 것으로 전망했다. 콜레라·말라리아·설사병 등 전염병의 발호,
메뚜기·진드기·곰팡이 등 병충해 증가, 남극빙하의 해빙 등도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엘리뇨가 수그러들면서 그 자매현상인 라니냐 현상의 불길한 시작을 알리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적도기상 해양 감지대는
동태평양 적도해상 4800㎞띠의 해수면 수온이 과거에 비해 8도 낮아진 것으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현상은 라니냐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해상의 변화로 발생한 차가운 공기가 동에서 서로 강한 무역풍을
불러일으켜 오스트레일리아와 극동지역에 고온과 강풍현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라니냐가 남북아메리카 서쪽 해안에
가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동부지역, 브라질 북부지역에 홍수 등 전지구적 기상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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