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예타 재심의, 자바 9‧10호기 석탄발전사업 85억 손실 지적
한전 호주 석탄광산 5135억 손실, 해외석탄사업 타당성 의문

[환경일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평가는 한전이 지난 2월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적자’ 평가를 받고도 이사회 의결을 추진하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철회하고 KDI로부터 예비타당성에 대한 재심의를 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전이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바 9‧10호기 사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지역에 위치한 2000㎿급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규모가 미화 35억 달러(약 4조 2500억원)이고, 이 중 한전이 지분 투자로 5100만 달러(약 62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한국 공공금융기관이 약 14억 달러(약 1조 7000억원)의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일부 공개한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DI는 이 사업 운영기간 25년 동안 유입되는 수익과 유출되는 비용을 모두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사업 전체의 가치는 -4358만 달러(약 530억원)이고, 한전에게는 708만 달러(약 85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2019년 10월 실시된 1차 예비타당성조사 때의 손실규모 -883만 달러(약 106억원)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사업이 손실로 평가된 핵심적인 이유는 한전이 발전소 운영 수익 산정의 핵심 요소인 전력판매량 산정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사업계획에서 자바 9‧10호기가 전력구매계약에서 보장하는 평균 계획송전비율 86%를 전량 달성해 발전 및 송전할 수 있다고 전제했으나 KDI는 이러한 가정을 실현시키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평가하고, 78.8% 수준으로 송전이 이뤄진다는 가정으로 수익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KDI는 “실제로는 송전비율이 75%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하며, 사실상 손실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한전의 주요 주주인 블랙록은 2020년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 보고서에서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 및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종합평점은 여전히 ‘회색 영역’

한전은 KDI 예비타당성조사의 종합평점이 0.549로 기준치인 0.5를 넘겼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DI의 공공기관 해외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표준지침에 따르면 종합평점이 0.45에서 0.55 사이에 있는 경우 결정에 신중을 요하는 ‘회색 영역’에 해당한다.

재심의 예비타당성조사 점수인 0.549 역시 1차 예비타당성 점수 0.481과 마찬가지로 회색 영역에 속한다는 의미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재심의에서도 회색 영역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다면 이 사업의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특히 두 차례에 걸친 조사 모두 한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신중한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예비타당성조사 재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미 실시된 사업은 원칙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사업과 관련된 경제·사회적 여건 또는 사업계획이 현저히 변동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신청을 허용하며, “단순한 사업비 조정 및 일부 사업계획 보완의 경우는 재신청이 가능한 여건변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두 번째 예타에 제출된 사업계획에는 주요한 변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탈질설비 추가와 보증수수료 분배 방식 변경이 반영됐을 뿐 ‘현저한 변동’이 없어 재신청이 이뤄진 경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다”고 지적했다.

한전 해외석탄사업 손실 누적

한전은 이미 해외석탄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한전이 8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은 광산개발허가가 거부됐고, 한전은 2019년 이 사업에서만 5135억원의 손실을 장부에 계상했다.

한전의 2019년 당기순손실이 2조 263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해외석탄사업으로 인한 손실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수익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한다”는 한전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대한 집착에 글로벌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한전의 주요 주주인 블랙록은 2020년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 보고서에서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 및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UBS, APG 등 16개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하는 아시아투자자그룹(AIGCC) 역시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 부실 악화 우려

자바 9‧10호기 사업이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회생에 도움을 주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DI는 “두산중공업의 EPC 수주금액이 다른 사업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추가비용 발생에 대한 위험을 모두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부담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수주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두산중공업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KDI는 1차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실제 공사비용이 계약금액을 32% 초과한 24억 5589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2차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제시된 EPC 금액 19억 500만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약 5억 5000만 달러(약 6600억원) 수준의 손실 발생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초과 공사비용 위험을 시공사에서 부담하는 EPC 계약의 특성상 이러한 금액은 미청구공사로 누적될 수 있는데, 두산중공업은 이미 미청구공사 금액이 2019년 기준 1조 2990억원, 매출액 대비 35% 수준에 달한다.

자바 9‧10호기 사업 진행이 두산중공업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DI는 나아가 “COVID-19 사태가 계약상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지 등 불확실성이 있고, 탈석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노력은 이 사업의 안정적 투자비 회수에도 잠재적 위험요소로서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전이 인니 경제상황과 사업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검토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였다. 한전은 오는 26일 자바 9‧10호기 사업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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