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공급 핑계로 홍수조절지 담수, 생태계‧어민 피해

[환경일보] 한국수자원공사가 군남댐과 한탄강댐을 변칙적으로 운영해 홍수조절지라는 본래 기능과는 반대로 홍수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댐은 모두 홍수조절지다. 1996, 1998, 1999년 3차례의 대홍수와 2009년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심각한 재산피해를 입으면서 군남댐과 한탄강댐이 만들어졌다.

홍수조절지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수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비가 많이 오면 수문을 닫아야 한다. 

남북 공유하천인 임진강의 불확실성 때문에 북한지역인 임진강 중·상류지역에서 비가 많이 오면 댐의 수문을 닫아 하류 지역인 임진강 파주권역의 피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수자원공사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담수를 하면서 저장용량이 줄어 수문을 닫아야 하는 홍수 때 반대로 수문을 열어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데 파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농업용수 공급을 명분으로 담수를 해놓고 4월부터 하루 일정량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문제는 담수를 하다 보니 저장용량이 줄어 수문을 닫아야 하는 홍수 때 반대로 수문을 열어 홍수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일례로 최근 비가 온 지난 6월2일 오전 9시30분부터 비가 내리자 10시30분 수자원공사에서는 긴급문자가 타진됐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문자를 통해 65.5㎜의 비가 내렸다며 댐수위가 24.46EL로 상승, 252.4㎥/s의 물이 유입됐다며 239.4㎥의 물을 방류하니 대비하라고 알렸다. 명색이 홍수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댐이 1시간 동안 내린 65.5㎜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장어 치어를 잡기 위해 설치한 어구들이 떠내려가고 유실되는 바람에 어민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는 올해 처음이 아니라 군남홍수조절지 완공 이후 매년 반복됐던 일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담수를 한 이후 강의 유량이 급격히 줄었고, 그로 인해 임진강 퇴적량도 늘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담수했던 차가운 물을 방류하면서 황복, 웅어 등 물고기들이 산란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의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봄철이면 정부 보조로 인공수초로 된 산란서식장을 설치한다. 통상 물고기들이 산란하기 좋은 온도를 18℃~24℃로 권장한다. 온도가 맞으면 물고기들이 자연부화를 한다.

그런데 이 시기 군남홍수조절지 물을 방류하면 수온은 13~15℃로 낮아져 산란서식장에서도 자연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군남홍수조절지를 담수하고, 담수했던 차가운 물을 방류하는 것 때문에 이래저래 임진강 수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피해는 물고기와 어민들이 입고 있다는 것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군남홍수조절지는 다목적 댐이 아니라 홍수조절지이다.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우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댐들을 본래 목적을 외면한 채 담수하는 것은 홍수피해를 키우는 행위이다. 군남홍수조절지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