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지 내 산업단지 조성으로 번식지 사라질 위기 처해

[환경일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가 새만금 간척지 내 산업단지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 현재까지 검은머리갈매기 20여 마리가 새만금 산업단지 안쪽에서 짝짓기 후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돌봤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에 1만4000여 마리 정도밖에 없는 희귀종이며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새만금 산단은 만경강 하구의 북쪽 지역으로 군산의 내초도와 비응도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매립지다.

이곳에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18년 4월이었다. 이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꾸준히 검은머리갈매기의 생태를 관찰했고, 검은머리갈매기들이 3년째 계속해서 새만금 지역을 번식지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검은머리갈매기가 나는 모습. 검은머리갈매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괭이갈매기와 달리 머리 부분이 검은색이다. <사진제공=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개발로 매년 감소 추세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에는 쇠제비갈매기 600여 개체도 둥지를 틀고 번식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같은 장소에 5000여 개체의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수가 대폭 줄었다.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고 있는 곳은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지 5공구 주변의 매립지다.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매립지의 상황이 변화하고 식물의 분포도 달라지고 있어 둥지의 위치도 매년 달라지고 있다.

2018년 처음 번식을 확인했을 때는 둥지가 5공구 안쪽에서 발견됐으나, 매년 둥지의 위치는 해안가로 이동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공사가 본격화되기 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갯벌에는 검은머리갈매기 60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었다.

겨울철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갯벌에서 보내던 검은머리갈매기의 수는 새만금 개발과 함께 매년 감소해 2015년 이후부터는 수십 개체만 관찰됐다.

2018년부터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 부지에서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매립과 개발 공사로 인해 서식지는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검은머리갈매기를 야생 상태에서는 몇년 안에 멸종 확률이 높다고 보고 ‘취약(VU)’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 1만 4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검은머리갈매기 중 우리나라에 사는 개체는 약 1200여 마리이며 그 가운데 95%인 600여 쌍이 인천 송도 매립지를 찾아 번식하고 있으나, 송도매립지 역시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개발이 예정돼 있다.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자료제공=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먹이 구할 습지도 사라질 위기

멸종위기의 검은머리갈매기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대체서식지 조성 역시 언제가 될지 기약조차 없다. 환경단체들은 번식 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군산 하제와 내초도 사이에 위치한 ‘수라갯벌’ 주변의 물끝선 주변 습지를 활용하고 있다.

잡식성인 다른 갈매기류와 달리 검은머리갈매기는 도요새들처럼 갯벌의 생물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검은머리갈매기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서식지뿐 아니라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갯벌도 필요하지만, 일부 원형이 남아 있는 수라갯벌마저도 곧 사라질 위기다.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새만금 개발공사를 추진하면서 생태용지, 대체 서식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만들지 기약하기 힘들다. 계획도에 표시된 가상의 생태용지, 대체 서식지의 위치는 현재 물속이다. 물 위에 만들겠다고 표시만 해놓았을 뿐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멸종위기종들에게 절실한 생존 공간이 다 파괴된 뒤에야, 생명들이 다 사라진 뒤에야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봤자 소용이 없다”며 “멸종위기의 생명들에게 절실한 공간을 파괴할 거라면 그들이 이동할 수 있는 대체 서식지를 먼저 마련해 놓아야 순서가 맞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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